부여군, 공원 만든다고 향교 땅 매입한 뒤 상업시설 건축해 주민·유림 반발 사
상업시설 규모·사업비 2배 확대…유림회원 13명, 공사중단 촉구 내용증명 발송
(부여=연합뉴스) 양영석 기자 = 충남 부여군이 2019년부터 추진한 향교마을 재생 사업이 군청과 주민·유림 간 갈등을 겪으면서 8년째 이어지고 있다.
24일 부여군과 주민 등에 따르면 부여향교 유림회원 13명은 탄원서명부와 함께 최근 부여군청에 도시재생사업 공사 중단을 촉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부여군이 향교 앞 토지에 건물을 신축하지 않겠다고 여러 번 약속했으니 박정현 부여 군수 사퇴 후 재추진하는 공사를 즉각 중단하라는 것이다.
부여군은 공사를 중단하겠다고 약속한 기록이 없다며 맞서고 있다.
부여향교 도시재생사업의 시작은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국토부 공모사업에 선정된 부여군은 예산 133억을 확보해 2024년까지 동남리 부여향교 일대 9만3천㎡ 부지에 '역사와 문화가 숨 쉬는 동남리 향교마을'을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어울림센터·전통문화공방·생활문화체험관 등 3개 거점 공간을 조성하고 향교 앞 용지를 매입해 공원으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공원을 조성한다는 말에 향교 측은 향교 소유 토지(614㎡)를 부여군에 매각했다.
그러나 부여군은 전체 사업 부지를 목표 대비 70% 정도밖에 확보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사업 계획 조정에 들어갔고, 애초 사업지 전면에 들어갈 예정이었던 어울림센터(카페·상업시설)가 향교 공원 예정지로 이동했다.
전체 사업 부지가 대폭 줄었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어울림센터 규모는 2배 이상 커졌다.
처음 고시 면적 241㎡(사업비 7억원)였던 어울림센터는 최종 631㎡(사업비 14억원)로 160%가량 확대됐다.
반면, 향교 전면 정비사업 규모는 1천837㎡에서 1천142㎡로 줄었고, 생활인프라 개선 면적은 3천205㎡에서 2천796㎡로 줄면서 사업비도 25억원에서 17억원으로 감소했다.
전체 사업비는 133억원에서 변하지 않았지만, 세부 사업 계획은 크게 바뀌었다.
주민들 사이에서 완전히 다른 사업이 됐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어울림센터 규모와 사업비가 두배 이상 확대되고 위치를 완전히 변경했지만, 주민들에게는 알리지 않았다.
부여군은 최소 4차례 사업 계획을 바꾸면서 모두 '경미한 변경'으로 처리했고, 이 과정에서 국토부 협의하에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개발사업에서 중대한 변경을 할 때는 주민 설명회 등이 필요하지만 경미한 변경은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고 부여군은 설명했다.
사업이 한창 진행되고 나서야 이런 사실을 안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하면서 도시재생사업은 답보상태에 놓였고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부여군 관계자는 "주민들이 반발해 어울림센터 상업시설은 운영하지 않기로 했다"며 "앞쪽 부지가 좁고 건폐·용적률이 부족해 위치를 향교 앞 위쪽으로 옮겼다"고 말했다. 향교마을 한 주민은 "처음에 어울림센터 위치를 바꾼 경위를 묻자 주민 동의를 받았다고 하더니 이제는 받지 않았다고 말을 바꾸고 있다"며 "애초 계획대로 공원을 만들든가 아니면 건물 건립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young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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