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김창수 기자 | 테슬라가 전기차 판매 부진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이며 국내 배터리업계 시선도 다시 미국으로 향하고 있다. 다만 이번 회복세는 과거처럼 전기차용 배터리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전기차 수요는 지역별로 엇갈리는 반면 에너지저장장치(ESS)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투자 확대를 타고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여기에 미국의 중국산 배터리 배제 기조까지 맞물리며 K배터리 반등 여부는 테슬라발(發) 전기차 회복보다 미국 ESS 공급망 편입에 더 크게 좌우될 전망이다.
▲ 테슬라, EV·ESS ‘전진 앞으로’…K배터리도 ‘반색’
테슬라는 올해 들어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 양 분야에서 회복 신호를 보이고 있다. 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테슬라는 1분기 전기차 35만8000여대를 인도했고 에너지저장장치 8.8GWh를 배치했다. 지난해 전체 에너지저장장치 배치량은 46.7GWh로 전년보다 크게 늘었다.
유진투자증권은 테슬라의 글로벌 전기차 판매가 2024, 2025년 2년 연속 감소한 뒤 올해 8%가량 성장세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봤다. 북미는 보조금 축소 여파로 부진이 불가피하지만 유럽과 기타 지역 판매가 회복되며 전체 감소분을 상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전기차 시장 흐름은 지역별 온도차가 크다. 5월 글로벌 전기차 등록은 전년 동월보다 3% 늘어 3개월 연속 증가했지만 북미는 26% 감소했다. 반면 유럽은 23% 늘며 상대적으로 견조했다. 테슬라의 중국산 전기차 판매도 5월 8만5982대로 전년 동월보다 39.4% 증가했다. 전기차 수요가 완전히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미국 시장 보조금 축소와 중국 업체 가격 공세를 감안하면 셀 업체들이 전기차 판매 회복만을 기다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는 테슬라의 ESS 증설에 주목하고 있다. 테슬라의 배터리 에너지 저장시스템(BESS) 판매량은 지난해 46.7GWh로 추정된다, 올해는 글로벌 55GWh, 미국 35GWh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글로벌 BESS 생산능력은 중국 상하이 20GWh, 미국 캘리포니아 40GWh 등 60GWh 수준이지만 연말에는 상하이 40GWh, 미국 캘리포니아·텍사스 90GWh 등 총 130GWh로 2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생산능력 제약이 풀리는 2027년 이후에는 판매 증가 속도가 다시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
ESS는 전기차와 달리 전력 인프라 투자와 직접 맞물린다.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지며 전력망 안정화용 대용량 저장장치 수요가 커지고 있다. 테슬라 입장에서는 메가팩을 앞세운 BESS 사업이 전기차 둔화를 보완할 성장축이 되고 한국 배터리업계에는 낮아진 전기차 라인 가동률을 상쇄할 새 수요처가 될 수 있다. 특히 미국 내 ESS 시장은 가격뿐 아니라 공급 안정성과 정책 적합성이 중요해지고 있어 현지 생산 거점을 갖춘 한국 업체에 기회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 ESS 외연 확대, 美 정책도 우호적…“수익성 입증 시험대”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7월 43억달러 규모 LFP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었다고 공시했다. 미국 정부도 지난 3월 테슬라와 LG에너지솔루션의 43억달러 규모 배터리 협력 내용을 확인하며 미시간주 랜싱 공장에서 생산되는 LFP 각형 셀이 테슬라의 메가팩3에 쓰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SDI도 미국 ESS용 배터리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SDI 미국법인은 올해 3월 1조5000억원 규모 ESS 각형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앞서 북미 ESS용 LFP 배터리 공급 계약도 확보했다. SK온 역시 전기차 중심 포트폴리오에서 ESS로 활용처를 넓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정책 환경도 K배터리에 우호적이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세액공제 요건과 해외우려기업(FEOC) 규정을 통해 중국산 배터리 부품과 핵심광물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 ESS 시장은 그동안 중국 업체가 LFP 원가 경쟁력을 앞세워 주도했지만 관세와 현지화 요건이 강화되면 미국 내 공급망을 갖춘 기업 협상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테슬라 역시 중국에서 조달하던 배터리 전략을 미국과 유럽 규제 환경에 맞춰 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 업체가 북미에 셀·소재 생산 기반을 구축해온 점은 전기차 둔화 국면에서 ESS 수주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테슬라발 수요를 곧바로 실적 반등으로 보기는 이르다. ESS용 배터리는 대부분 LFP 기반이라 한국 업체가 강점을 지닌 고니켈 배터리와 사업 구조가 다르다. LFP는 안전성과 가격 경쟁력이 장점이지만 중국 업체 원가 우위도 여전히 강하다. 전기차보다 단가가 낮은 ESS에서 안정적 마진을 확보하려면 대량 생산 경험, 장기 공급계약, 소재 조달망이 함께 맞물려야 한다.
테슬라 회복은 K배터리에 반가운 신호지만 주안점은 전기차 판매량보다 ESS 공급망 재편에 있다. 전기차 성장률이 둔화된 사이 AI 전력망과 재생에너지 확산이 배터리 새 수요처로 떠올랐고 미국의 중국 배제 정책은 국내 업체에 기회와 비용을 동시에 시사하고 있다. 하반기 국내 배터리업계 반등 여부는 테슬라향 물량의 실제 가동률 개선 연계, LFP 기반 ESS에서의 수익성 입증에 좌우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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