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이연주 기자] 코스피 9000 시대가 열렸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열풍을 타고 국내 증시는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했다. 그러나 화려한 상승장 뒤편에서는 빚투(빚내서 투자)의 그림자도 짙다. 개인 투자자들이 증권사에서 빌린 돈으로 투자한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38조원에 육박하며 사상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상승장을 떠받친 개인 투자 열기가 레버리지 확대로 이어지면서 증시 과열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9000피 뒤덮은 빚투…신용융자 38조 육박
코스피가 종가 기준 처음으로 9000선을 돌파한 지난 18일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열기도 정점에 달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7조979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29일 기록한 역대 최대치인 38조227억원과 불과 430억원 차이다. 사실상 사상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유가증권시장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8조9275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스피 상승 과정에서 개인 투자자들의 레버리지 투자가 집중됐기 때문이다.
38조원에 육박한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단순히 현금을 투입하는 수준을 넘어 빚을 내서라도 상승장에 올라탄 개미의 다급한 투자심리를 반영한다. 코스피가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면서 추가 상승 기대가 커졌고, 상대적으로 적은 자금으로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레버리지 투자 수요도 함께 증가했다.
빚투만이 아니다. 투자 대기자금도 빠르게 증가했다.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18일 기준 128조4086억원으로 집계됐다. 코스피가 9000선을 돌파한 당일 하루 만에 3조7766억원 늘었다.
증권가는 최근 상승장을 신용거래 확대를 자극하고, 늘어난 레버리지 자금이 다시 주가를 밀어 올리는 순환 구조로 본다.
◇오를 땐 수익 확대…내리면 충격 증폭
문제는 상승장이 끝나는 순간이다. 신용거래는 주가가 오를 때 수익률을 높여주지만 하락 국면에서는 손실을 증폭시킨다.
특히 증시가 급락하면 반대매매 위험이 커진다. 반대매매는 투자자가 추가 증거금을 납입하지 못할 경우 증권사가 담보 주식을 강제로 처분하는 절차다. 반대매매 물량이 한꺼번에 시장에 쏟아지면 주가 하락 폭이 확대되고 추가 매도를 유발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증시 조정기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시장 변동성을 확대하는 요인으로 지목돼 왔다. 상승장에서는 위험이 잘 드러나지 않지만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될 경우 레버리지가 충격을 증폭시킬 수 있다.
증권가는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사상 최고 수준에 근접한 만큼 과열 신호에도 주목한다. 상승장을 주도한 반도체와 AI 관련 종목에 자금이 집중된 만큼 조정 국면에서는 변동성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상승장의 연료인가, 조정장의 뇌관인가
전문가들은 최근 증시를 둘러싸고 형성되고 있는 과도한 낙관론도 경계한다.
빈기범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국내 증시 시가총액이 GDP의 3배를 넘어선 수준으로, 소위 버핏지수 기준에서는 과열 신호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며 “주가가 추가 상승할지 여부는 단정하기 어렵지만, 신규 개인 투자자의 추가 진입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코스피 9000 뒤에는 사상 최대 수준으로 불어난 38조원 규모의 빚투가 자리하고 있다. 상승장을 떠받친 레버리지가 하반기에도 증시 상승 동력으로 작용할지, 조정 국면에서 충격을 키우는 뇌관이 될지가 국내 증시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Copyright ⓒ 직썰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