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최소라 기자] 코스피가 사상 처음 9000선을 돌파하며 한국 자본시장이 구조적 전환 국면에 들어섰다. 글로벌 주요 증시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배경에는 이재명 정부의 자본시장 개혁과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자리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과 이란 종전 합의에 따른 유가·환율 안정 기대,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가능성까지 더해지며 코스피 1만선 도달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 18일 사상 처음으로 9000선을 돌파한 이후 장중 9300선을 기록하며 ‘1만피’를 내다 보고 있다. 코스피 상승 속도도 가팔랐다. 올해 1월 27일 사상 첫 5000선을 돌파한 이후 2월 25일 6000선(18거래일만), 5월 6일 7000선(47거래일만), 5월 26일 8000선(13거래일만)을 차례로 넘어섰다.
◇상법 개정·주주환원 확대…‘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정부는 자본시장 체질 개선을 통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관련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3차에 걸친 상법 개정을 통해 국내 증시의 고질적 문제로 꼽혔던 낮은 배당 성향과 소극적인 자사주 소각 관행이 개선되면서 주주환원 확대가 본격화되고 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상법 개정안을 통한 자사주 소각 등 정부 정책이 코스피 급등에 영향을 끼쳤다”고 평가했다.
또 정부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해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에 대한 제재를 강화했다.
3차 상법개정은 자사주 소각 원칙을 강화했다. 기업은 취득한 자사주를 원칙적으로 1년 이내 소각해야 한다. 임직원 보상, 우리사주, 경영상 목적 등 예외 사유가 있는 경우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보유할 수 있다. 기존 자사주는 2027년 9월까지 소각 또는 주주총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 주요 대기업들은 법 시행 전 취득한 기존 자사주를 단계적 소각 로드맵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이승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거버넌스 환경은 1~3차 상법 개정안 통과를 기점으로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도체 슈퍼사이클…‘1만피’ 속도 높인다
코스피 랠리 단기간에 꺾이지 않을 전망이다. 코스피 상승의 핵심 동력이 반도체 슈퍼사이클이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들어 342% 급등해 삼성전자를 제치고 코스피 시가총액 1위에 올랐다. 삼성전자도 같은 기간 193% 상승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막대한 이익을 창출하며 지수 상승을 지지한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12개월 영업이익 전망은 약 10% 상향될 것”이라고 밝혔다.
주요 기업들의 호실적이 이어지면서 코스피 상장사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올해 942조원, 내년 1124조원으로 집계됐다. 내년에는 연간 영업이익 1000조원 시대에 진입할 수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9000선을 넘어선 상황에서도 12개월 선행 PER은 8.46배에 불과하다”며 “밸류에이션 부담이 낮은 구간에서 실적 상향이 상승 여력을 확대한다”고 설명했다. 대신증권은 코스피 목표치를 8800에서 1만1500으로 상향했다.
하나증권(1만380), KB증권(1만500), DB증권(1만1700), 현대차증권(1만2000) 등도 일제히 ‘1만피’ 기대감을 제시했다.
◇수급 구조 변화…유동성 장세 이어져
코스피 9000 돌파 국면에서는 유동성 장세가 이어졌다. 국내 증시로 자금 유입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투자자예탁금은 128조4086억원으로 올해 초 89조원 수준에서 크게 늘었다.
지난달 27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 이후 관련 상품으로 자금이 집중됐다. 해당 상품들의 시가총액은 단기간에 두 배 이상 증가했다.
MSCI 선진국지수 편입 기대도 자금 유입 요인이다. 정부는 MSCI 편입을 위해 39개 제도 개선 과제 중 71.8%를 상반기까지 이행할 계획이다. 편입 시 패시브 자금 약 292억달러(약 44조원) 유입 효과가 예상되며, 외환시장 개방 확대와 영문 공시 강화 등 제도 개선이 함께 이뤄지며 한국 증시의 투자 매력이 높아진다.
정부는 하반기에도 추가 거버넌스 개혁을 추진한다.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선임 시 3%룰 강화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등이 시행될 예정이다. 중복상장 원칙적 금지, 주가 누르기 방지법(상속·증여세법 개정), 의무공개매수제도(자본시장법 개정),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 등 추가 정책 모멘텀도 이어질 전망이다.
◇쏠림 장세와 과제…코스닥까지 확장 여부가 관건
다만 코스피 대형주 쏠림 현상은 문제로 지적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외국인·기관 비중이 높은 코스피 대형주 100종목은 50% 상승했지만, 개인 비중이 높은 코스피 소형주 531개와 코스닥 1799개 종목은 약 20% 하락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지난주 G20 국가 중 코스피는 압도적 1위 상승률을 보인 반면 코스닥은 하락률 최상위권을 기록했다”며 “대형주 쏠림이 과도해 수익을 본 사람은 소수에 그쳤고, 다수 개인투자자는 손실 상태”라고 지적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의 코스피 부양 정책은 일부만 성공했다”며 “특정 산업이 아니라 주식시장 전반이 함께 상승해야 정책 효과가 완성된 것”이라고 밝혔다.
양 교수는 “밸류업 정책과 코스닥 활성화 정책, 국내 경영 문화 변화가 맞물려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제 코스닥 활성화를 위해 힘쓴다.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가 도입됐지만 아직 직접적인 코스닥 수급 개선 효과는 제한적이다. 코스닥은 올해 1월 26일 4년 만에 1000선을 돌파한 뒤 4월 27일 1226선까지 올랐으나 최근 다시 1000선 아래로 밀렸다.
금융투자업계는 3분기부터 국민성장펀드의 코스닥 직접 투자가 시작되면 중소형주 수급 환경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백준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코스닥시장으로의 신규 자금 유입이 가속화 되며 중소형주 수급 환경이 개선될 것”이라면서 “정책의 힘을 믿어봐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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