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를 치르기 6개월여 전, '투표용지 50% 축소 인쇄 지침'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회 회의에 보고된 사실을 기억하는 이는 회의 참석자 중 한 명뿐인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노태악 전 중앙선관위원장 역시 여전히 '기억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투표용지 인쇄 비율을 50% 하한으로 축소한 결정은, 이번 투표지 부족 사태의 핵심 원인으로 꼽힌다.
23일 오후,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관한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의 기관 보고에 출석한 노태악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본인이 참석한 지난해 11월 24일 15차 중앙선관위 위원회의에서 투표용지 50% 축소 인쇄 결정을 보고받은 것에 대해 '최근까지도 이를 인지하지 못했나'라는 윤상현 특위 위원장 질의에 "네"라고 답했다.
위철환 중앙선관위원장 직무대행은 "그 안이 회의에 보고됐으나 논의는 없었다"며 "(사무총장) 전결사항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윤 위원장이 증인으로 국조특위에 출석한 중앙선관위 비상임위원 등을 향해 "그 당시 (선관위 회의에서 50% 축소 결정이) 보고된 걸 인지하고 있는 분이 있나"라고 묻자 단 한 명만 응답했다. 대부분의 증인이 보고 사실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선관위가 뒤늦게 제출한 회의록을 들여다본 국조특위 야당 간사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은 "2025년 11월 24일 선관위 회의록을 봤는데, 회의록을 이렇게 작성하나"라며 "무슨 보고를 했고, 어떤 내용을 의결했는지 내용이 아무것도 없다. 아무것도 없는 회의록을 이렇게 애지중지 갖고 계셨나"라고 부실한 자료 제출을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광희 의원은 "투표용지를 50%로 하향하는 것을 한두 명이 결정할 수 있는 게 맞느냐"고 꼬집었고, 국민의힘 신동욱 의원은 "송파가 (투표지 인쇄율을) 50%로 결정했을 때 중앙선관위는 그 50%가 적정한지 논의가 있었나"라고 지적했다.
쏟아지는 여야의 질타에 위 직무대행은 "(50%로) 축소했는데 투표소마다 예상을 못 한 것 같다"며 "대응 실패"라고 인정했다. 위 직무대행은 선관위에 대한 감사원 감사 필요성 등에 대해 "원포인트 개헌이라도 해야 한다"고 공감했다.
관례적으로 대법관이 중앙선관위원장을 겸임하는 비상근 체제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민주당 이기헌 의원은 "선관위는 창설하고 60년 넘게 단 한 번도 바뀌지 않은 관행적 구조"라며 "대법관도 1년이면 3000~4000건의 재판을 한다는데, 이들이 선관위원장을 맡은들 명예직 외에 얼마만큼의 실질적 실무력을 담보하겠나"라고 반문했다.
또한 다른 기관과 비교해 중앙선관위에 1급 고위직이 많은 점, 선관위원장을 포함해 선관위원 9명 중 8명이 비상임위원이라는 점, 법조인과 학자 중심으로 꾸려진 선관위원과 실무 담당인 사무처가 이원화된 체제의 구조적 문제점 등도 지적됐다.
노 전 위원장은 중앙선관위원장 비상임 체제가 유지되는 것이 맞다고 보느냐는 민주당 이해식 의원의 질의에 "더 이상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한편 부부 동반 해외 출장 논란에 노 전 위원장은 예우 차원에서 편성된 예산에 따른 것으로 "특별히 의문을 갖지 않았다"면서도 "송구하다"고 밝혔다. '부당한 자금이 있다면 반환할 용의가 있냐'는 윤 위원장의 물음에 노 전 위원장은 "가능한 방법을 통해 그런 점이 있으면 반환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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