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문재인 정부의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등을 수사했던 한찬식 전 검사장을 민정수석에 임명한 것을 두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검찰개혁 동력에 대한 우려가 분출하는 가운데, 친문(親문재인)은 물론 친명(親이재명) 그룹에서도 "국민들이 걱정을 하고 있는 건 사실"이라는 발언이 나왔다.
친명계 인사로 분류되는 민주당 김영호 의원은 23일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청와대의 한 수석 임명을 두고 "검찰개혁의 대상인 검찰 출신이 이 문제를 주도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저도 걱정이 있고, 또 많은 우리 지지자들, 또 국민들도 걱정을 하고 있는 건 사실 같다"고 평가했다.
김 의원은 한 수석의 과거 문 정부 수사 이력 등을 두고 조국혁신당 등이 반발하는 데 대해선 "검사들이 다 수사를 했던 경험이 있어서, 그렇게 따지면 검사 출신은 아무도 못 쓰는 것"이라면서도 "문제는 우리 당과 우리 진보진영에 트라우마 같은 게 있는 것"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문 정부 때 검찰개혁을 하려고 윤석열 검찰총장을 기용했다가 오히려 등에 칼 맞고 검찰공화국으로 전환이 됐다", "조국 민정수석 때도 박형철·윤대진 검사 써서 결국 검찰에 둘러싸이고 검찰개혁은 한 발자국도 못 나갔다"며 "그래서 검찰을 등용하는 것에 대해 당과 국민들이 우려하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청와대의 인선 의도에 대해선 "대통령께서 검찰탄압을 가장 많이 받으신 분"이라며 "(그런 대통령이) 검찰 출신을 등용한 것은 이 검찰개혁을 이이제이식으로 풀어나가겠다는 것", "(그래서) 검찰개혁을 완수시키겠다는 취지"라고 긍정적으로 평했다.
다만 김 의원은 "대통령의 인사를 존중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검찰 출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분명히 있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아무리 청와대라도 일방적이면 안 되지 않나"라며 "당도 대통령과 정부를 설득하고 정부도 우리 국회를 설득하는 이런 토론과정에서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도 했다.
당내 친문 그룹이나 강경파에서는 더 격한 반발이 돌아오고 있다. 법사위원장으로 검찰개혁을 주도했던 추미애 경기지사 당선인은 한 수석 인사가 발표된 지난 21일 본인 페이스북에 "허탈함이 밀려온다"고 썼다. 역시 강경파인 이성윤 최고위원도 본인 페이스북에 "유구무언"이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친문 고민정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얼마나 많은 이들이 고초를 겪어야 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당사자들은 피말리는 시간들을 견뎌야만 했다. 옆에서 지켜봐야하는 이들 또한 그 괴로움은 마찬가지"라고 불편한 기색을 표하기도 했다.
고 의원은 특히 "(한 수석) 그는 문재인 정부 당시 검사로서 문 정부의 인사를 범죄로 판단했다"며 "이를 알면서도 한찬식에 대한 인사를 단행한 것은 공직자들의 기강, 측근들의 비리,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에서 거리낄 것이 없다는 이재명 정부의 자신감이라는 생각도 든다"고 꼬집었다.
고 의원은 "청와대는 당을 컨트롤하려 해선 안 되고, 당은 청와대의 국정과제를 입법으로 뒷받침해주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로 보인다"며 "청와대는 당원들의 목소리를 가볍게 여겨선 안될 것이고, 당은 대통령의 인사를 존중해 주어야 한다"고 했다. 한 수석 인사에 대한 당원들의 반발을 소재로 사실상 청와대를 직격한 것.
다만 강성 친명계에선 오히려 이 같은 반발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건태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추미애·이성윤·고민정 의원의 앞선 불만 표출을 두고 "국무위원 인사도 아니고 청와대 참모 인사에 대해서 우리 여당의 인사들이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한 수석은 기획통 검사다. 실무형이 참모형"이라며 "(대통령은) 검찰을 잘 아는 실무형 전문가가 필요했지 않았겠는가. 이런 부분들은 대통령의 뜻을 이해하고 지지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문 정부에서 한찬식 검사장을 수도권과 서울의 핵심 검사장으로 임명한 것"이라며 "이런 비판은 너무 지나치다"고도 했다.
이 의원은 검찰 출신 민정수석 임명으로 검찰개혁의 동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세간의 우려에 대해선 "검찰개혁이 한찬식 민정수석 때문에 큰 틀이 변경된다 이런 건 전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특히 그는 "중수청이나 공소청이 처음 가보는 길이잖나"라며 "우리가 높은 산을 올라갈 때 셰르파를 고용해서 도움을 받잖나"라고 비유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한 수석 임명 배경으로 "민정수석으로서 해야 할 일들을 얼마나 잘 해낼 것이냐"를 기준으로 삼은 것이라며 파장 진화에 나섰다. "조직에 대한 업무 파악 정도", "개혁과 변화의 방향에 대한 이해도" 등 실무적 요소가 주로 고려된 인선이라는 것이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그리고 어느 정도 책임성 있게 완수해 나가는지에 대한 결과값으로 답을 드릴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강 대변인은 조국혁신당이 이번 인사를 '반개혁적 인사'라고 비판하고, 당내에서도 일부 반발이 이는 것을 두고는 "조직에 대한 이해도나 파악이 있어야 그 조직의 개혁이나 여러 조율에 있어서 면밀한 감식을 가능하게 한다"며 "(청와대로선) 검찰 개혁의 의지와 검찰 개혁의 능력도 보지만 내부적인 파악 정도도 매우 중요하게 봤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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