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LG’ 앞세운 구광모, 엔비디아 생태계에 올라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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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LG’ 앞세운 구광모, 엔비디아 생태계에 올라탄다

투데이신문 2026-06-23 19:18:2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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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 구광모 회장과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사진=LG]
LG그룹 구광모 회장과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사진=LG]

【투데이신문 이예서 기자】LG그룹과 엔비디아의 AI 동맹이 두텁게 발전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LG 주요 계열사 경영진과 실무진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위치한 엔비디아 본사를 직접 찾아 피지컬 AI와 로보틱스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광모 회장과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회동한 지 보름 만에 양측 협력 로드맵이 구체화되는 모습이다. 총수 간 협력 선언 이후 곧바로 대규모 워킹그룹이 꾸려져 실행 단계에 돌입한 사례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이번 엔비디아 본사 방문에는 LG CNS 현신균 사장, LG사이언스파크 정수헌 대표(부사장), LG전자 김병훈 CTO(부사장), LG전자 이현욱 HS연구센터장(부사장), LG이노텍 민죤 CTO(상무) 등 주요 경영진을 비롯해 LG전자, LG이노텍, LG CNS, LG AI연구원 실무진 등 30여명이 참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방문은 개별 계열사가 아니라 LG가 ‘원LG’라는 하나의 팀으로 움직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피지컬 AI 분야는 한 회사의 기술만으로 구현하기 어려운 만큼 그룹 전체 역량을 결집하는 방식이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해석했다.

협력의 핵심은 LG의 분산된 사업 역량을 하나로 묶는 것이다. LG전자의 가전·로봇, LG이노텍의 센싱과 광학 부품, LG CNS의 스마트팩토리·클라우드 사업 경험, LG AI연구원의 초거대 AI 모델 엑사원(EXAONE) 역량을 엔비디아의 GPU·AI 플랫폼과 결합하는 방식이 검토 중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LG전자는 로봇과 모터 기술을, LG이노텍은 카메라 모듈과 센싱 기술을,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를, LG CNS는 소프트웨어를, LG AI연구원은 AI 모델을 담당할 수 있다”며 “각각의 계열사가 가진 기술을 하나의 프로젝트로 연결할 수 있다는 것이 LG의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로봇 분야는 양사 협력의 핵심축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LG전자는 엔비디아 로봇 개발 플랫폼 ‘아이작 그루트’를 기반으로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 개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물류 로봇과 가정용 로봇 개발에서 축적한 역량을 엔비디아의 로봇 운영체제와 연결하면 자율성과 인지 능력을 대폭 높일 수 있다.

AI 데이터센터 분야 역시 주요 협력축으로 거론된다. LG전자는 냉각수 분배장치(CDU), 콜드플레이트 등 냉각 솔루션과 프리패브 모듈형 설계 기술을 엔비디아 AI 팩토리 플랫폼과 연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LG CNS의 데이터센터 구축·운영 경험과 결합될 경우 차세대 AI 인프라 시장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가 열릴 가능성이 있다는 기대가 실린다.

LG이노텍의 고성능 센싱 모듈과 광학 기술은 로봇과 자율주행 기기의 ‘눈’ 역할을 한다. 이 부품 경쟁력을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플랫폼과 결합하면 LG의 전장 사업 경험이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생태계로 확장될 수 있다.

LG CNS는 산업용 로봇 플랫폼으로 엔비디아 로보틱스 기술을 제조·물류 자동화 사업으로 확장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제조 현장의 데이터와 엔비디아의 디지털 트윈 기술을 결합하면 스마트팩토리 고도화가 가능하다.

이번 협력은 구 회장이 지난 8년간 추진해온 사업 재편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구 회장은 수익성이 낮은 스마트폰 사업을 철수하고 LCD 사업을 축소하는 대신 전장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냉난방 공조(HVAC), 반도체 기판 등 미래 성장 분야에 투자를 집중했다. 최근에는 AI 데이터센터 냉각 솔루션과 피지컬 AI를 새로운 성장축으로 육성하며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이 같은 전략은 실적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전자·LG디스플레이·LG이노텍 등 LG 전자 계열 3사의 올해 합산 매출은 119조823억원, 영업이익은 5조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전망이 현실화될 경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게 된다. 기존 최대 매출은 2025년 기록한 115조110억원, 최대 영업이익은 2017년의 4조9302억원이다.

LG의 이번 행보에서 주목할 점은 ‘속도’다. 구 회장과 황 CEO가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진행한 이른바 ‘서울 회동’ 이후 보름 만에 30여명 규모의 워킹그룹이 미국 엔비디아 본사까지 찾아간 것이다. 서울대학교 유병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LG가 가진 가전·로봇·제조 기반 기술과 엔비디아의 AI 생태계는 상호 보완적 구조”라며 “핵심은 축적된 역량을 얼마나 잘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세종대학교 황용식 경영학과 교수는 “이번 행보는 예사롭지 않은 흐름으로 해석된다”며 “총수 간 만남이 단순한 이벤트로 끝난 것이 아니라 후속 조치와 실무 협의가 이어졌다는 점에서 양사가 본격적인 협력 단계에 들어갔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이어 “실무 회의를 진행하려면 의제 선정과 참석자 조율 등 사전 준비가 필요한데 2주 만에 본사 방문까지 이뤄졌다는 것은 협력 추진 의지가 강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양사의 협력이 필연적이라고 본다. 관계자는 “엔비디아는 피지컬 AI 생태계를 확대해야 하고, LG는 그 생태계에 공급할 수 있는 다양한 제조·부품·소프트웨어 역량을 갖추고 있다”며 “양사의 사업 구조가 서로 맞물리는 만큼 협력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 조합”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협력이 LG의 기업 가치와 경쟁력을 재평가받는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황 교수는 “그동안 LG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가려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측면이 있었다”며 “엔비디아가 LG를 협력 파트너로 선택했다는 것은 LG가 그동안 축적해온 기술력과 사업 역량을 높게 평가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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