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실행되지 않는 안전’ 경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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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춘추] ‘실행되지 않는 안전’ 경계해야

경기일보 2026-06-23 19:08:0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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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근 국토안전관리원장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를 겪으면서 안전은 우리 사회 최고의 가치로 자리 잡았다. 안전을 기본권으로 규정한 ‘생명안전기본법’이 제정될 정도로 안전에 대한 갈망과 다짐은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그런데도 삶의 터전에서 안타까운 희생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답은 ‘실행되지 않는 안전’에 있다. 안전 강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이 추진되고 사회적 인식이 개선돼도 현장에서 실행되지 않으면 안전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안전이 실행되지 않은 흔적은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에서도 나타난다. 고가차도 철거 현장에서는 붕괴 위험을 감지하고도 12시간 동안 아무런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 안전진단에 나선 관계자들이 구명줄을 연결하지 않은 채 안전모만 착용한 것도 피해를 키운 요인이었다. 위험 상황을 제대로 공유하지 않은 탓에 사고 직전까지 고가차도 아래로 열차가 오가는 아찔한 상황도 빚어졌다.

 

고가차도 붕괴 사고보다 보름 앞서 불거진 GTX 삼성역 구간 철근 누락 사태도 안전의 실행과는 거리가 먼 경우였다. 철근 누락은 복합환승센터 지하 5층 공사장에서 일어났는데 80개의 기둥에 들어가야 할 주철근 2천570개를 빠뜨린 것이다. 작업자가 설계도면을 잘못 읽고 두 줄로 배치해야 하는 철근을 한 줄로 시공했기 때문이라는 시공사의 해명은 황당하기까지 했다.

 

삼성역 복합환승센터는 GTX-A 노선을 포함한 5개의 철도노선에 버스 환승 정류장까지 들어서는 대형 구조물이다. 지하에 이렇게 큰 공사를 진행하면서 철근 누락 사실을 까맣게 모른 채 콘크리트 타설까지 한 것이다. 건설사, 감리, 발주청 모두가 책임을 소홀히 하는 사이 안전은 실행되지 않았다.

 

안전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안전과 연관 지어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 ‘관리’다. 안전관리가 중요한 것은 더 말할 나위 없다. 하지만 모두가 바라는 안전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관리에 앞서 ‘실행’이 훨씬 더 중요하고 필요하다. GTX 철근 누락 사태와 고가차도 붕괴 사고가 주는 메시지도 그렇다.

 

집중호우와 폭염이 예상되는 한여름을 앞두고 “안전은 관리가 아닌 실행이며 현장에서 완성돼야 한다”는 메시지에 귀 기울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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