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왕 잠자리채 들고 출근"…러브버그 사라진 뒤 더 바빠졌다 [목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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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 잠자리채 들고 출근"…러브버그 사라진 뒤 더 바빠졌다 [목격자]

이데일리 2026-06-23 18:00:0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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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채나연 기자] 뉴스가 지나간 뒤에도 현장에 남아 있는 사람들, 사건과 사회 변화의 한가운데서 이를 가장 가까이 지켜본 사람들의 시선으로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이야기를 기록합니다.

환경부와 소속 기관 직원들이 인천 계양구 소재 계양산을 중심으로 활동 중인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 성체를 제거하기 위해 송풍기와 잠자리채(포충망)를 활용하여 방제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해 7월 초, 인천 계양산 정상에 오른 박선재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은 예상보다 훨씬 많은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를 마주했다.

정상을 알리는 회색 정상석은 러브버그가 빼곡히 달라붙어 원래 색을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시민들은 얼굴과 몸에 붙는 벌레를 떼어내며 정상을 오르고 있었다.

박 연구관은 “작년 계양산처럼 그렇게 많은 개체가 한꺼번에 몰린 건 처음 봐 솔직히 놀랐다”고 회상했다.

지난해 여름 러브버그는 수도권 곳곳을 뒤덮었다. 암수가 붙은 채 날아다니는 특성 때문에 ‘러브버그’라는 이름이 붙은 이 곤충은 산책로와 공원, 주택가를 가리지 않고 나타났다.

지난해 여름 인천 계양산 정상석이 러브버그로 뒤덮인 모습. (사진=국립생물자원관)


러브버그 관련 민원도 폭증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수도권 민원은 2022년 4448건에서 지난해 1만1429건으로 늘었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너무 많아서 징그럽다”, “병을 옮기는 것 아니냐”, “빨리 없애달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하지만 연구진은 민원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살충제를 사용할 수는 없었다.

러브버그는 사람을 물지 않고 질병도 옮기지 않는다. 유충은 토양 속 유기물을 분해하고 성충은 꽃가루받이를 돕는다. 시민들에게는 불편한 곤충이지만 생태계에서는 일정한 역할을 하는 ‘익충’이다.

박 연구관은 당시를 “관리와 보존 사이에서 고민하던 시기”라고 돌아봤다. 그는 “해외 유입종인 만큼 관리 필요성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태적 역할도 있기 때문에 그냥 둬야 하나, 관리해야 하나 고민도 있었다”고 전했다.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진이 계양산 정상에서 포충망으로 러브버그를 채집하고 있다. (사진=국립생물자원관)


결국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진이 손에 든 것은 살충제가 아니라 포충망이었다.

연구진은 잠자리채처럼 생긴 포충망을 휘두르며 러브버그를 채집하고 발생 양상을 기록했다. 살충제를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개체 수를 확인하고 대응 방안을 찾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었다.

박 연구관은 “계양산을 올라 포충망으로 러브버그를 직접 채집하면서 조명 포집기와 끈끈이 트랩 등을 함께 설치했다”고 말했다.

다행히 러브버그의 성충 수명은 길지 않다. 한 번 성충이 되면 보통 일주일 안팎을 살고 대량 발생도 2~3주가량 이어진 뒤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계양산을 뒤덮었던 러브버그도 여름이 지나면서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연구진의 일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대중의 관심이 다른 곳으로 옮겨간 뒤에도 연구진은 계양산을 찾았다. 러브버그가 어디에 알을 낳는지, 유충은 어떤 환경에서 살아가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연구진은 계양산을 특별 조사 지역으로 정하고 지난해 가을부터 매달 산을 올랐다. 한여름 정상석을 뒤덮었던 러브버그는 사라졌지만 낙엽 아래와 토양 속에는 유충이 남아 있었다. 조사팀은 겨울철에도 계양산을 오르며 고도별 유충 분포와 산란 환경 데이터를 축적했다.

박 연구관은 “작년에는 성충이 발생한 뒤 대응했다면 올해는 유충 단계부터 개체 수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진이 계양산에서 채집한 러브버그 유충. (사진=국립생물자원관)


이러한 변화는 올해 방제에도 반영됐다. 기후부는 성충 발생 이전 유충 단계에서 개체 수를 줄이기 위해 유충 서식지를 중심으로 미생물살충제(BTI)를 살포했다. BTI는 토양 박테리아를 활용한 친환경 방제제로 모기 유충 제거 등에 사용된다.

본격 성충이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시기에는 살수 드론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존 조명 포집 장치 역시 대형화해 효율을 높이고 있다.

최근 국립생물자원관과 인천시는 계양산 정상부에 유인물질 포집기 100대와 고공 포집기, 소형 포집기 등을 설치했다. 당초 30대 규모로 계획됐던 유인물질 포집기는 지난해 계양산 개체 수 급증을 고려해 100대로 확대됐다.

올해 러브버그 주요 발생 시기는 6월 중순부터 하순으로 예상된다. 다만 발생 규모에 대해서는 여전히 변수가 많다.

박 연구관은 “예전에 많이 발생했던 지역은 줄어들 수 있지만 반대로 새로운 지역에서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계양산 정상에서 대량 발생을 직접 목격한 연구진은 올여름에도 현장을 지켜볼 예정이다. 지난해에는 성충이 나타난 뒤 대응에 나섰다면 올해는 발생 전부터 유충 조사와 포집기 설치, 방제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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