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안 팔리는 주류업계···부진 메우는 ‘0% 음료’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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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안 팔리는 주류업계···부진 메우는 ‘0% 음료’의 역설

이뉴스투데이 2026-06-23 18: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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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의 한 마트 무알코올 판매대.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의 한 마트 무알코올 판매대.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한정용 기자] 줄어든 주류 소비와 무·비알코올 제품의 폭발적인 성장이 주류업계가 ‘술’을 팔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만들어내고 있다.

시장 트렌드 변화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해석도 있지만, 주류산업의 본원 경쟁력이 점차 상실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며 관념을 깬 업계의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23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주류 실질 소비지출이 전년 대비 9.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 주류 출고량도 2016년 이후 감소 추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주요 주류사의 영업이익도 잇따라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전년 대비 17.3%, 롯데칠성음료 주류 부문은 18.8%, 오비맥주는 5.4% 각각 감소하며 수익성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주류 소비가 급격히 쪼그라들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이목을 끄는 것은 무·비알코올 제품의 인기다. 

비음주자가 찾는 대체 음료 정도로 여겨져 왔던 무·비알코올 제품들은 주류 자체의 소비 감소와 함께 주요 소비층의 소비 문화가 급격하게 전환되면서 새로운 핵심 상품으로 자리한 모습이다.

주류업계도 이 같은 변화에 맞춰 관련 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오비맥주는 카스 0.0과 카스 레몬 스퀴즈 0.0을 선보이며 대응에 나섰고, 하이트진로음료도 테라 제로를 내세우며 라인업 확대에 나섰다. 새 브랜드를 따로 만들기보다 소비자에게 익숙한 카스와 테라를 활용해 진입 장벽을 낮추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지난 2024년 5월 주류면허법 시행령 개정으로 종합주류도매업자가 무·비알코올 제품을 음식점 등에 공급할 수 있게 된 점도 이 같은 전략에 힘을 보태고 있다. 편의점과 대형마트 중심이던 판매 채널이 식당과 회식 자리까지 넓어질 수 있는 기반이 갖춰진 셈이다.

올해 월드컵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확인됐다. 과거 월드컵은 저녁·심야 시간대 경기를 중심으로 치킨과 맥주 소비가 함께 늘어나는 대표적인 주류 특수였지만, 이번 대회는 우리 대표팀 경기가 오전·낮 시간대에 몰리면서 사정이 달랐다.

광화문 등 응원 행사 인근 일부 상권을 제외하면 전국 편의점 기준 주류 판매가 기대에 못 미친 반면, 무·비알코올 맥주 수요는 상대적으로 늘었다는 게 유통업계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일반 맥주를 마시기 어려운 오전 시간대 경기가 오히려 무·비알코올 맥주를 처음 접하는 소비자를 늘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주류업계는 기존 맥주 브랜드와 무·비알코올 제품을 함께 노출하며 소비자 선택지를 넓히고 있다”며 “월드컵을 계기로 제품 인지도를 높인 뒤 오피스와 가정, 페스티벌 등 일상 소비 접점으로 확대하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 주류코너에 진열된 무알코올 맥주.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대형마트 주류코너에 진열된 무알코올 맥주. [사진=연합뉴스]

무·비알코올 제품의 인기가 주류 소비의 감소 추세를 어느 정도 방어하긴 했으나, 판매 비중이 커질수록 주류산업 자체의 본원 경쟁력은 점차 약화되는 모순적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시장조사기업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논알코올 맥주 시장은 2027년 946억원 규모까지 확대돼 1000억원에 근접할 전망이다. 주류 소비가 줄어드는 가운데 알코올 부담을 낮춘 제품 수요가 늘고 있어 주류사 입장에서는 외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무·비알코올 제품 비중이 커질수록 주류사의 사업 구조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술을 팔아 수익을 내온 기업들이 술 아닌 제품으로 일반 주류 부진을 보완하는 비중이 커지면 기존 맥주와 소주 등 본업의 경쟁력 회복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주류 소비 감소는 국내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인 흐름”이라며 “주류사들이 무알코올 제품 등으로 사업을 확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에 주류업계 본원 경쟁력 약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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