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이혼 증가와 맞물려 이혼한 배우자의 국민연금을 나눠 받는 분할연금 수급자가 11만명을 넘어섰다. 과거에는 자녀·생계 문제 때문에 결혼생활을 유지했던 노년층이 뒤늦게 이혼을 선택하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다만 이혼 이후 노후소득을 보완하기 위해 마련된 분할연금은 실제 수급액이 크지 않다. 전 배우자가 연금 대신 반환일시금을 받으면 분할 장치가 작동하지 않는 사각지대도 남아 있다.
23일 국민연금공단 월별 공표통계와 국민연금연구원 자료 등을 종합하면 2026년 2월 기준 분할연금 수급자는 11만1317명으로 집계됐다. 국민연금연구원 <국민연금의 분할일시금 도입방안> 보고서가 제시한 2025년 6월 기준 9만9818명보다 8개월 만에 1만1499명 늘어난 규모다. 국민연금의>
여성에 집중된 분할연금···월 20만원 미만 45%
분할연금 수급자는 여성에게 집중돼 있다. 2026년 2월 기준 여성 수급자는 9만7592명이며 남성 수급자는 1만3725명이다. 전체 수급자 10명 중 9명 가까이가 여성인 셈이다. 이는 혼인 기간 중 가사·돌봄 등으로 본인 명의의 연금 가입 이력이 짧거나 연금액이 낮았던 여성이 이혼 뒤 전 배우자의 연금 일부를 나눠 받는 경우가 많은 구조와 맞닿아 있다.
분할연금은 혼인 기간 동안 배우자의 국민연금 형성에 기여한 점을 인정해 이혼한 배우자에게 노후소득 일부를 보장하는 제도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분할연금 수급 요건은 △가입기간 중 혼인기간 5년 이상 △이혼 상태 △전 배우자의 노령연금 수급권 취득 등이다. 본인도 출생연도별 분할연금 지급개시연령에 도달해야 한다.
문제는 수급액이다. 2026년 2월 기준 분할연금 월평균 수급액은 27만1903원이다. 월 20만원 미만을 받는 수급자도 5만661명으로 전체의 45.5%를 차지한다. 분할연금이 혼인 기간의 기여를 인정하는 장치이긴 하지만 실제로는 이혼 이후 독립적인 노후생활을 지탱하기에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다는 의미다.
황혼이혼 증가는 분할연금 수급자 증가의 배경으로 꼽힌다. 국가데이터처의 2025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이혼 건수는 8만8130건으로 전년보다 3.3% 줄었다. 조이혼율도 인구 1000명당 1.7건으로 전년보다 0.1건 낮아졌다. 전체 이혼은 줄었지만 오래 산 부부의 이혼 비중은 커졌다. 혼인지속기간 30년 이상인 부부의 이혼은 전체의 17.7%로 가장 많았다. 이어 5~9년 17.3% 4년 이하 16.3% 순이었다.
앞서 여성경제신문 기획 기사 <[금욕민국] ⑪ 황혼 이혼 뒤 '참고 산 세월'의 민낯···노년 여성 상담 1순위 '남편 폭력'>에서는 황혼이혼 증가의 배경으로 장기간 누적된 폭력·부당대우·경제적 방임 문제를 짚은 바 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의 2025년 상담통계에서도 여성 이혼상담 사유 중 남편의 부당대우가 가장 많았다. 이혼 결심 자체는 폭력·무시·경제적 방임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있지만 실제 이혼 이후에는 재산분할·연금·주거·생계비 문제가 곧바로 따라붙는다.
전 배우자 반환일시금 받으면 분할 불가능···사각지대 여전
이 때문에 분할연금은 황혼이혼 이후 노후소득을 보완하는 대표 제도로 주목받는다. 하지만 현행 제도는 전 배우자가 노령연금 수급권자일 때를 전제로 한다. 전 배우자가 노령연금이 아니라 반환일시금을 받는 경우 이혼한 상대방은 현행 분할연금 제도로는 해당 금액을 나눠 받을 수 없다.
반환일시금은 60세 도달·사망·국적상실·국외이주 사유로 더 이상 국민연금 가입자 자격을 유지할 수 없는 경우 그동안 낸 보험료에 이자를 더해 한 번에 돌려받는 급여다. 국민연금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반환일시금 수급자는 19만8663명이다. 2025년 6월 말 기준 반환일시금 평균 수급액은 약 655만원이며 최고 수급액은 1억3411만원으로 파악됐다. 반환일시금이 한쪽 배우자에게 지급되더라도 현행 국민연금법에는 이혼한 상대방이 혼인기간에 해당하는 금액을 나눠 받을 별도 장치가 없다.
이 문제는 과거 국회에서도 논의된 바 있다. 2020년 정춘숙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혼한 배우자가 반환일시금 수급권자에 해당하는 경우 반환일시금 중 혼인기간에 해당하는 금액을 균등하게 나눠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다만 해당 법안은 21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국민연금연구원은 단기적으로 분할일시금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공무원연금과 사립학교교직원연금은 이미 분할일시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만큼 국민연금에도 반환일시금 분할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다. 연구진은 혼인기간과 가입기간이 5년 이상이고, 전 배우자가 반환일시금을 청구하기 전에 이혼한 경우 분할일시금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청구기한은 5년으로 두고 소액 분할로 인한 행정비용을 고려해 분할 대상 반환일시금이 500만원 이상인 경우로 하한선을 두는 방안도 검토 과제로 언급했다.
가입 이력 자체를 분할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장기적으로는 이혼 시점에 연금 가입 이력과 소득 기록 자체를 나누는 방식으로 제도를 전환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현재 제도는 전 배우자의 노령연금 수급 여부에 따라 분할연금 수급권이 좌우된다. 이혼한 뒤에도 상대방의 수급권 변동에 종속되는 구조다. 가입 이력 단계에서 권리를 나누면 이혼 이후 사망·장애·반환일시금 수급 등 변수로 분할권이 흔들리는 문제를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분할연금=혼인기간 동안 배우자의 국민연금 형성에 정신적·물질적으로 기여한 점을 인정해 이혼한 배우자가 전 배우자의 노령연금 일부를 나누어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배우자의 국민연금 가입기간 중 혼인기간이 5년 이상이어야 하며, 전 배우자가 노령연금 수급권자여야 한다.
☞반환일시금= 60세 도달·사망·국적상실·국외이주 등의 사유로 국민연금 가입자 자격을 유지할 수 없을 때 그동안 납부한 보험료에 이자를 더해 일시불로 돌려받는 급여를 뜻한다.
여성경제신문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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