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는 질환” VS “필수의료부터”…건보 적용 놓고 갑론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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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는 질환” VS “필수의료부터”…건보 적용 놓고 갑론을박

투데이신문 2026-06-23 17:06:4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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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 이해를 돕는 이미지.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탈모 이해를 돕는 이미지.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정부가 올해 하반기 탈모약에 건강보험 적용 추진을 검토하면서 이를 둘러싼 논의가 다시 불붙고 있다. 탈모를 치료가 필요한 질환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과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우려하는 반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실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의사 처방이 필요한 탈모 치료용 전문의약품 공급액은 꾸준히 증가했다. 공급액은 2022년 2164억2582만원에서 2023년 2329억575만원, 2024년 2458억420만원, 지난해 2568억3331만원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탈모로 의료기관을 찾은 환자 수는 최근 수년간 20만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연도별 진료인원은 2022년 25만573명, 2023년 24만7382명, 2024년 24만1217명, 지난해 23만7009명으로 집계됐다. 올해도 4월까지 11만5028명이 진료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환자를 성별로 보면 남성이 13만4155명, 여성이 10만2854명이었다. 연령대별로는 40대가 5만3489명으로 가장 많았다. 뒤이어 30대 5만712명, 50대 4만6539명, 20대 3만5803명 순이었다.

탈모 관련 진료비 역시 증가하는 추세다. 총진료비는 2022년 366억9794만원에서 2023년 375억9364만원, 2024년 385억715만원, 지난해 392억7527만원으로 늘었다. 지난해 전문의약품 공급액과 진료비를 합산한 탈모 치료 관련 비용은 2961억858만원에 달했다.

탈모 치료제의 건강보험 적용을 찬성하는 측은 탈모가 단순한 미용상의 문제가 아니라 정신적 고통과 사회적 위축을 초래하는 질환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취업, 결혼, 대인관계 등에서 청년층이 탈모로 인한 자신감 저하와 사회적 위축을 겪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치료 접근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취업준비생 A씨(29)는 “탈모가 진행되면 대인관계 자체를 꺼리게 되고 자신감도 크게 떨어질 것 같다”며 “탈모로 인한 스트레스가 정신건강은 물론 신체 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치료 부담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정은경 장관이 지난 19일 전남 순천시 동부지역본부에서 진행된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 최종 간담회’에 참석해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보건복지부 정은경 장관이 지난 19일 전남 순천시 동부지역본부에서 진행된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 최종 간담회’에 참석해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반면 반대 측은 건강보험 재원이 한정된 만큼 중증·필수의료 분야에 우선 투입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암, 심뇌혈관 질환 등 필수 의료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탈모 치료까지 급여 대상으로 포함할 경우 건강보험 재정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지난 19일 성명을 내고 “탈모로 고통받는 당사자의 현실을 가볍게 여기지 않는 동시에 건강보험 재정이 대중의 관심을 끌기 쉬운 요구에 따라 배분되고 생명과 건강에 더 큰 위험을 안고 있는 환자들의 미충족 의료수요가 뒤로 밀리는 상황도 경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건강보험은 특정 세대가 낸 보험료를 그 세대에게 돌려주는 환급제도가 아니다. 건강할 때 함께 부담하고 질병 위험과 의료비 부담이 큰 사람에게 필요한 의료를 보장하는 사회보험”이라며 “보험료를 내면서 의료 이용이 적은 청년에게 체감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는 이유만으로 급여 우선순위를 정한다면 노인·장애인·중증환자·희귀난치질환자에게 더 많은 자원을 배분하는 건강보험의 연대 원리가 흔들릴 수 있다”고 꼬집었다.

건강보험이 적용될 경우 상당한 규모의 재정 투입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전문의약품 공급액 2568억3331만원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할 경우, 본인부담률 30% 적용 시 건강보험 재정 부담은 약 1797억원으로 추산된다. 본인부담률을 50%로 적용해도 약 1284억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이가 건강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반면 탈모 환자들은 장기간 치료가 요구되는 만큼 경제적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 논란에 대한 사회적 합의 도출에 나선다. 행정안전부와 보건복지부는 오는 7월 4일 국민 참여형 토론회를 진행해 탈모의 질환성 여부와 건강보험 적용 범위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토론회 결과는 향후 건강보험 관련 제도 개선 논의의 기초 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 탈모를 공적 의료보장 체계 안에서 다뤄야 하는지, 또 건강보험 재정의 우선순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를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이주열 교수는 본보에 “이번 논의의 핵심은 탈모를 단순한 미용 문제가 아닌 심리적 건강과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질환’으로 볼 수 있는지에 있다”며 “탈모약 급여화 여부를 넘어 건강보험이 국민의 삶을 어디까지 보장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기존의 질병 중심에서 건강 중심으로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건강보험은 그동안 암·희귀질환·중증질환 등 생명과 직결되는 분야의 보장성을 강화하며 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해 왔고 이러한 우선순위는 유지돼야 한다”면서도 “다만 건강보험은 국민이 비용을 함께 부담하고 혜택을 공유하는 사회적 제도인 만큼 시대 변화에 따른 국민적 요구도 반영해 발전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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