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이 인요한 전 의원의 제32대 대한적십자사 회장 선출을 두고 “이런 인물을 임명하는 것이 정권의 철학이냐”며 이재명정부의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적십자사 회장은 내부 선출 절차를 거치는 자리인 데다 아직 대통령 인준조차 이뤄지지 않은 시점이어서, 한 의원이 정치적 공격을 위해 사실관계를 무리하게 비약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인 한 의원은 지난 22일 페이스북을 통해 인 전 의원의 회장 선출에 강한 유감을 표했다. 한 의원은 인 전 의원이 지난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슴으로 이해한다”고 옹호하고 탄핵에 반대한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인사는 결국 그 정권의 철학을 보여준다”며 “대한적십자사는 인도주의와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기관으로, 그 수장 역시 그러한 가치를 몸소 보여주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인요한 전 의원은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슴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며 “계엄이 잘못됐다고 하면서도 그 책임을 온전히 당시 야당에 돌렸고, 윤 전 대통령 탄핵에도 공개적으로 반대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 인물을 대한적십자사 회장에 임명하는 것이 과연 이번 정부가 말하는 ‘내란 청산’이고 ‘실용’인가”라며 “생각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가 위협받던 순간 어떤 선택을 했는지는 공적 평가의 대상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인 전 의원을 ‘중책을 맡겨선 안 될 인물’로 규정하며 “본인이 사과하지 못하면 중책을 맡긴 이재명정부가 대신 사과해야 한다”고 정부 책임론을 제기했다.
하지만 한 의원의 이 같은 주장은 대한적십자사의 선출 구조와 중앙위원회의 인적 구성을 고려할 때 논리적 허점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한적십자사 회장은 전형위원회 추천을 거쳐 총 28명으로 구성된 중앙위원회 의결로 선출된다.
이 투표권자 중에는 기획재정부·교육부·법무부·통일부·행정안전부·국방부·보건복지부·외교부 등 8개 중앙부처 장관이 당연직 위원으로 포함돼있는 만큼 실무적으로 현 정부의 의중이 반영될 통로는 열려 있다.
그러나 의장(회장)과 당연직 장관들을 제외하고 전국대의원총회 등에서 선출된 위원들을 포함한 전체 중앙위원회 인적 지형을 보면, 대다수가 전임 윤석열정부 당시 임명되거나 선출된 인사들로 채워져 있다.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새로 합류한 인사는 5명 안팎에 불과하다.
즉, 정부 측 당연직 위원들이 참여하더라도 투표권을 가진 전체 구성원의 상당수가 전 정부 체제에서 구성된 상황이다. 이러한 역학관계를 도외시한 채, 인 전 의원의 선출을 오롯이 ‘현 이재명정부의 하향식 임명’이나 ‘정권의 인사 철학’으로 규정하며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한 프레임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제도적으로도 한 의원의 ‘임명 책임론’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대한적십자사 역사상 중앙위에서 선출된 회장 후보자를 대통령이 인준 거부해 낙마시킨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다. 실무적으로 정부와 사전 조율을 거치는 관례는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대외적으로는 독립기구의 선출 절차를 존중해 왔다.
그럼에도 한 의원이 “임명하는 것이 정권의 철학이냐”며 이미 임명이 완료된 것처럼 프레임을 짠 것은, 친윤(친윤석열)계인 인 전 의원이 중책을 맡는 것에 대해 친한(친 한동훈)계 차원의 정치적 견제구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한 의원은 국민의힘 내 대표적인 친한계로 분류되는 인사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아직 대통령 인준권 행사 전 단계에서 정부의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논리적 선후 관계가 맞지 않는다”며 “계파 갈등의 화살을 쏘기 위해 제도적 사실관계와 중앙위 인적 구성이라는 핵심 팩트를 간과한 무리한 저격으로 비칠 수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대한적십자사는 이번 선출에 대해 “인 선출자는 풍부한 의료 현장 경험과 공공보건의료 활동 등 인도적 국제협력사업을 이끌 적임자”라고 밝혔다.
인 전 의원은 향후 대통령 인준 절차를 거쳐 임기 3년의 회장직에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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