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정보영 기자] 권창영 2차 종합특별검사팀이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과 윤희근 전 경찰청장을 잇따라 소환하며 막판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홍 전 차장에 대해서는 12·3 비상계엄 당시 국정원의 계엄 관여 의혹을, 윤 전 청장에 대해서는 통일교 원정도박 수사무마 의혹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종합특검은 최근 이재명 대통령에게 수사기간 30일 연장을 요청한 상태다. 연장이 승인될 경우 특검은 다음 달 하순까지 수사를 이어가게 된다. 남은 기간 홍 전 차장 관련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와 윤 전 청장 관련 경찰 수사무마 의혹의 실체 규명이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홍장원, 3차 조사 10시간 가까이 진행
특검팀은 22일 홍 전 차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약 10시간 동안 조사했다. 지난달 22일과 이달 11일에 이은 세 번째 소환이다. 특검은 오는 26일 오전 홍 전 차장을 다시 불러 네 번째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홍 전 차장은 12·3 비상계엄 선포 직후 국정원 내부 회의에 참석해 국군방첩사령부와 연락 체계를 구축하고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조태용 전 국정원장의 지시에 따라 해외 담당 부서를 통해 비상계엄의 배경을 설명하는 문건을 영문으로 번역하게 하고, 이를 미국 중앙정보국(CIA) 측에 전달하는 과정에 관여했다는 의혹도 있다.
홍 전 차장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그는 특검 출석 과정에서 합수부 지원 지시 의혹에 대해 "전혀 말이 안 된다"며 "합수부의 '합' 자도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방첩사와 연락 체계를 만들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오해한 부분"이라고 선을 그었다.
특검은 홍 전 차장의 진술과 국정원 관계자들의 진술, 압수물 등을 대조하며 당시 회의의 성격과 지시 경위를 확인하고 있다. 특히 계엄 당일 국정원 부서장 회의가 단순한 내부 매뉴얼 점검 회의였는지, 계엄 지원 논의가 오간 회의였는지가 쟁점이다.
'폭로자'에서 내란 가담 혐의 피의자로…홍장원 수사 쟁점
홍 전 차장은 앞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심판과 내란 관련 수사 과정에서 주요 정치인 체포 지시 의혹을 폭로한 인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종합특검은 홍 전 차장이 계엄에 반대한 내부 고발자였는지, 아니면 계엄 관련 일부 절차에 관여한 인물인지 별도로 따져보고 있다.
특검은 홍 전 차장이 계엄 당시 윤 전 대통령과 통화한 뒤 국정원 내부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조 전 원장의 지시를 전달받거나 실행하는 과정에 관여했는지를 확인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홍 전 차장 측은 내란죄가 성립하려면 대통령 지시와 구체적 실행 행위가 특정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특검은 계엄 직후 국정원 내부 회의, 해외 정보라인의 문건 전달 과정, 방첩사와의 연락 체계 구축 의혹 등을 종합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26일 예정된 4차 조사는 홍 전 차장에 대한 신병 처리 여부를 가늠할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있다. 특검은 추가 조사 결과를 토대로 구속영장 청구 또는 불구속 기소 여부 등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윤희근, 통일교 수사무마 의혹 첫 피의자 조사
특검은 23일 윤희근 전 경찰청장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윤 전 청장이 통일교 원정도박 수사무마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조사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전 청장은 한학자 총재 등 통일교 간부들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거액의 원정도박을 했다는 첩보가 경찰에 접수됐음에도 정식 수사로 이어지지 않은 과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당시 춘천경찰서는 통일교 내부자로부터 관련 제보를 받아 첩보 보고서를 작성했고, 해당 보고서는 경찰 내부에서 중요도가 높은 '별보'로 분류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찰청은 추가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정식 사건 배당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이 과정에서 경찰 내부 첩보가 외부로 유출됐는지, 통일교 측이 수사 가능성을 사전에 인지하고 대비했는지, 경찰 지휘부 차원의 무마 지시가 있었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윤희근 "어이없다…퇴임 때까지 들은 바 없어"
윤 전 청장은 출석 과정에서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는 것 자체가 어이없다"며 "2024년 8월 경찰청장으로 퇴임할 때까지 관련 내용을 알거나 들은 바조차 없다"고 말했다.
또 "경찰청장이 되기 전의 일이고, 청장이 된 뒤에도 범죄 첩보를 보고받거나 지시한 적이 없다"며 "국가수사본부가 별도로 있는 만큼 경찰청장이 개별 첩보 처리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윤 전 청장은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등 이른바 윤핵관에게 첩보가 유출됐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드릴 말씀이 없다"며 "통일교 관련해 '통'자도 들어본 바 없다"고 말했다.
특검은 앞서 경찰청과 강원경찰청, 춘천경찰서 등을 압수수색했고, 윤 전 청장의 주거지와 휴대전화 등에 대한 압수수색도 진행했다. 또 김도형 전 강원경찰청장을 공무상 비밀누설 등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바 있다.
남은 한 달, 종합특검 성패 가를 핵심 수사
종합특검은 출범 이후 대통령 관저 이전 의혹, 통일교 수사무마 의혹, 12·3 비상계엄 관련 미제 의혹 등을 수사해 왔다. 다만 그동안 뚜렷한 성과가 제한적이었다는 평가도 적지 않았다.
이 때문에 수사기간 연장이 승인될 경우 남은 한 달은 특검 성과를 판가름할 결정적 시간이 될 전망이다.
홍 전 차장 수사는 12·3 비상계엄 당시 국정원 라인이 계엄 실행 과정에 어느 정도 관여했는지를 밝히는 사안이다. 윤 전 청장 수사는 경찰 수사 첩보가 정치권 또는 특정 종교단체 측에 전달됐는지, 경찰 지휘부가 수사 무마에 관여했는지를 규명하는 사안이다.
두 사건 모두 권력기관의 정치적 중립성과 직결돼 있다. 국정원이 계엄 상황에서 어떤 판단과 행위를 했는지, 경찰 수사 정보가 외부로 흘러나가거나 묵살됐는지는 향후 제도 개선 논의와도 맞물릴 수밖에 없다.
특검은 홍 전 차장에 대해 추가 소환 조사를 예고했고, 윤 전 청장에 대해서도 압수물 분석과 관련자 진술을 토대로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홍장원·윤희근 두 축의 수사가 종합특검 막판 국면의 핵심 변수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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