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조정 10만명 시대의 그늘] 생계비라더니…다주택자·고소득자도 채무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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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무조정 10만명 시대의 그늘] 생계비라더니…다주택자·고소득자도 채무조정

아주경제 2026-06-23 15:56:5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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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개인워크아웃(채무조정) 확정자가 10만명에 육박한 가운데 생계비 지출 증가를 이유로 채무조정을 받은 차주 중 다주택자와 고소득자도 일부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취약계층의 재기 지원을 넘어 투자 실패나 과도한 소비까지 폭넓게 구제 대상으로 인정될 경우 도덕적 해이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신용회복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생계비 지출 증가'를 사유로 채무조정을 확정받은 차주 중 집을 두 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는 1417명, 연소득 8000만원 이상 고소득 차주는 1272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갈수록 확대되는 추세다. 다주택자 차주는 2024년 584명에서 지난해 657명으로 늘었고, 연소득 8000만원 이상 차주는 같은 기간 506명에서 622명으로 증가했다. 전체 생계비 지출 증가 사유 채무조정 확정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채무조정 대상이 저소득층이나 취약계층을 넘어 자산 보유자나 고소득 차주 일부까지 포함되고 있다는 점에서 제도 취지를 둘러싼 논란이 커질 수 있다.

과거 신복위 심의위원으로 활동했던 A씨는 "고소득자 중 자녀 해외 유학비로 2억을 지출하거나 전세 부동산 투자 실패로 생계가 어려워졌다며 채무조정을 받는 경우가 있다"며 "빚을 내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경우 등까지 채무조정 대상으로 인정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신복위 개인워크아웃이 채무자의 현재 상환능력을 중심으로 판단하다 보니, 대출금이 실제 생계비로 쓰였는지, 투자나 소비성 지출로 쓰였는지를 세밀하게 가려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신복위는 채무자가 작성한 채무발생경위서, 신용정보 조회, 금융회사의 채권 신고서 등을 통해 대출 목적을 교차 확인하지만, 법원처럼 직권 조사하지는 않는다. 생활비·교육비·투자 손실이 복합적으로 얽힌 경우 자금 사용처를 명확히 가려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 때문에 법원 개인회생보다 신복위 채무조정을 선호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법원은 재산·소득·거래내역 등을 면밀하게 검증하지만 신복위는 상대적으로 절차가 간편하기 때문이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회생 신청 건수는 15만건 수준인 반면 신복위 채무조정 신청자는 20만명을 넘어섰다.

신복위는 채무 발생 원인보다 현재의 상환 능력과 경제활동 복귀 가능성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신복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자녀 교육에 대한 지출 우선순위가 높아 교육비를 먼저 지출하다 생활비가 부족해지고 이를 금융거래로 충당하는 과정에서 채무가 누적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 실패로 인한 채무도 현재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운 상태라면 재기 기회를 제공하는 게 맞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개인워크아웃 이용자가 곧 10만명에 육박하는 만큼, 채무 발생 경위와 자금 사용 목적 등을 보다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에는 일부 회생법원들도 회생 인정 기준을 넓히는 대신 허위 채권자목록·소득자료·재산목록 제출 여부 등을 집중 점검하는 방식으로 심사를 강화하는 추세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채무조정은 생계가 어려운 취약차주에게 경제적 재기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제도"라며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지 않게끔 심사 기준을 보다 정교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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