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투데이 이세민 기자] 반도체 산업 호황이 학생과 학부모의 진로 선택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과거에는 대학에 진학한 뒤 대기업에 취업하는 길이 일반적이었다면, 최근에는 반도체 특성화고나 마이스터고에 진학해 일찍 실무를 배우고 취업을 준비하려는 움직임도 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을 키운 계기는 SK하이닉스의 채용 변화다. SK하이닉스는 신입사원 수시채용부터 기존 공고에 적어왔던 ‘4년제 학사 학위 이상’ 요건을 없애기로 했다.
앞으로는 학력보다 직무 경험과 역량, 성장 가능성, 기업문화 적합성 등을 중심으로 지원자를 평가하겠다는 취지다.
이는 고졸 인재에게도 대기업 채용 문이 더 넓어졌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반도체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학생들은 장비 운용, 공정 실습, 품질관리, 제조기술 등 현장 중심 교육을 받는다. 대학보다 이른 시기에 산업 현장에 들어가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특히 생산라인, 장비 유지보수, 오퍼레이터, 품질 검사, 제조 지원 같은 현장형 직무를 목표로 한다면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는 현실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대학 등록금 부담을 줄이고 20대 초반부터 경력을 시작할 수 있다는 점도 학생과 학부모에게 매력적인 요소다.
하지만 학력 요건이 사라졌다고 해서 대학 교육의 가치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 반도체 산업은 직무에 따라 필요한 역량이 크게 다르다.
현장 운영 직무에서는 실습 경험이 중요하지만, 연구개발과 설계 분야로 갈수록 전공 지식과 문제 해결 능력, 연구 경험이 더 중요해진다.
회로설계, 소자 개발, 공정개발, 패키징, AI 반도체, HBM 개발 같은 분야는 전자공학, 재료공학, 물리, 화학 등 깊은 학문적 기반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장기적으로 대기업 연구개발 인력이나 설계 엔지니어를 목표로 한다면 대학 반도체학과가 더 유리한 경로로 평가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기업이 서울 주요 대학의 반도체 계약학과와 산학협력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업과 대학이 함께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장학금이나 취업 연계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최근 반도체 계약학과의 합격선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기대가 반영된 결과다.
결국 특성화고와 대학 반도체학과 중 어느 쪽이 더 유리한지는 목표 직무에 따라 달라진다.
빠른 취업과 현장 실무 경험을 원한다면 특성화고나 마이스터고가 강점이 있다. 반대로 연구개발, 설계, 차세대 반도체 기술 분야에서 장기적으로 성장하고 싶다면 대학 반도체학과가 더 안정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특성화고 출신도 이후 재직자 전형, 사내 교육, 야간대학, 사이버대학 등을 통해 학위를 보완할 수 있다. 실제 현장에서 경력을 쌓은 뒤 추가 학습을 통해 직무 범위를 넓히는 길도 열려 있다.
다만 처음부터 핵심 연구개발 직무를 목표로 한다면 대학에서 기초 전공을 탄탄히 쌓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반도체 기술은 빠르게 바뀌고 있어 단순한 실무 능력뿐 아니라 새로운 기술을 이해하고 응용하는 능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반도체 진로 경쟁은 이제 대학 입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고교 단계에서 실무형 인재로 성장하는 길과 대학에서 고급 기술 인재로 성장하는 길이 동시에 주목받고 있다.
앞으로 반도체 인재 경쟁은 “어느 학교를 나왔느냐”보다 “어떤 일을 할 수 있느냐”를 중심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학생과 학부모는 취업 시점뿐 아니라 목표 직무와 장기 성장 가능성까지 함께 따져 진로를 선택해야 한다.
Copyright ⓒ M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