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군 당국과 국회 국방위원회 등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부터 MDL 이북 지역에서 철조망 설치, 지뢰 부설, 불모지 조성, 전술도로 구축 등을 포함한 대규모 국경선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MDL로부터 불과 수십 미터 떨어진 지역까지 철책을 설치하는 등 작업 강도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일부 구간의 철책이 MDL에서 80~100m 안쪽까지 접근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북한은 전 전선에 걸쳐 약 80~90㎞ 규모의 철책을 설치하고, 60~70㎞에 달하는 전술도로를 구축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지역에서는 MDL에서 5~10m 떨어진 지점까지 불모지 작업을 마친 뒤 지뢰지대까지 조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빛나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군의 MDL 일대 장애물 설치를 정전협정에 따라 설치된 완충지대를 무력화하는 명백한 위반 행위로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합참 역시 “북한군의 MDL 일대 장애물 설치는 명백한 정전협정 위반”이라며 유엔사와의 공조를 통해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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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군의 판단 근거는 정전협정이 DMZ를 남북 각각 2㎞씩 설정한 완충지대로 규정하고 있으며, 이 지역에서 적대적 군사활동을 제한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MDL에 밀착한 철책과 장애물 설치는 단순 방어시설을 넘어 DMZ의 완충 기능 자체를 약화시키는 행위라는 것이다.
그러나 정전협정 관리 주체인 유엔사의 해석은 다르다. 유엔사는 “DMZ 내 건설행위와 진지 구축, 방어활동 또는 관련 인력의 존재만으로 정전협정 위반이 자동적으로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북한의 요새화 작업을 곧바로 협정 위반으로 판단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입장은 최근까지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 부비서장을 지낸 마이클 보잭의 공개 발언에서도 확인된다. 보잭 전 부비서장은 이날 SNS를 통해 “군정위 근무 기간 북한군의 경계선 강화 활동이 적대적 성격을 띤다는 증거를 본 적이 없다”며 “상부에서는 정치적 마찰을 일으키지만 현장에서는 실질적 안정성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의 철책 설치와 지뢰 부설을 “건설 및 유지보수 활동”으로 규정하면서 “한국군도 남측에서 지뢰와 울타리, 장애물을 설치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중요한 것은 DMZ 내 군사적 균형”이라며 “북한이 균형을 깨뜨릴 정도의 새로운 군사 역량을 배치한 것이 아니라면 문제는 다르다”고 했다.
문제는 이러한 유엔사의 태도가 과거 한국 정부의 DMZ 관련 정책에 적용했던 엄격한 기준과 대비된다는 점이다. 유엔사는 그동안 정부가 추진한 이른바 ‘DMZ법’에 대해 강한 반대 입장을 보여왔다. DMZ 남측 지역의 비군사적·평화적 출입 통제 권한 일부를 한국 정부가 행사하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 “정전협정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입장을 밝히며 사실상 제동을 걸었다.
또 한국 정부가 DMZ 남측 구역을 한·미가 공동 관리하는 절충안까지 제안했지만 유엔사는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최근 유엔사 측에 북한의 MDL 인근 작업이 정전협정 위반에 해당한다는 문제 제기를 공식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유엔사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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