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임준혁 기자 | 태광그룹의 케이조선 인수 시도가 결국 무산됐다. 태광산업·오성첨단소재 컨소시엄이 매각 측과 인수 조건을 놓고 협의를 진행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해 끝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단계에서 협상이 결렬됐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케이조선 매각자인 연합자산관리(유암코)·KHI 측은 최근 태광산업 컨소시엄에 공개경쟁입찰 절차 종료를 통보했다.
태광산업도 지난 22일 “매도인 및 매각 주관사와 거래 구조·조건 등에 대한 협의를 진행했으나 당사의 제안과 매도인 측 요청 사항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매각 주관사인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 공개경쟁입찰 절차가 종료됐음을 통지받았다”고 공시했다.
▲ 태광산업 3자 컨소시엄 꾸려 단독 응찰
케이조선 매각 대상은 유암코의 특수목적법인(SPC)인 케이선샤인홀딩스와 KHI가 각각 보유한 지분 49.79%를 합친 99.58%와 회사채다. 앞서 유암코와 KHI는 지난해 9월 공개경쟁입찰 방식의 매각 공고를 냈다. 올해 3월 태광산업이 오성첨단소재·그린하버자산운용과 3자 컨소시엄을 꾸려 단독으로 응찰했다.
하지만 그린하버자산운용이 도중에 이탈하면서 태광산업과 오성첨단소재 중심의 2자 컨소시엄으로 구조가 바뀌었다. 태광산업 컨소시엄은 적극적인 인수 의향을 갖고 협상을 이어왔고 매각 측의 요구를 반영한 제안서도 제출했지만 결국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되지 못했다.
태광산업 컨소시엄과 매도자 간 진행된 협상의 핵심 쟁점은 인수 이후 조선소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여부였다. 태광산업은 유암코로부터 “(인수) 이후 경영계획 등이 실질적으로 부족하다”는 취지의 설명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 그린하버자산운용 중간 이탈에도 인수 의향 적극적
조선업은 선박 인도 시점에 계약금의 대부분을 받는 헤비테일(Heavy Tail) 방식인 만큼 선박 수주 후 건조 기간 동안 막대한 운전자금을 필요로 한다. 인건비와 자재 구매대금, 기존 차입금 상환 등을 감안하면 1년 운영에만 수천억원대 자금이 투입된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 태광 컨소시엄이 최종 제안서를 제출할 당시에도 인수자 측의 재무적 부담이 확대될 가능성은 제기됐다. 이 시기 태광 컨소시엄은 본입찰에서 케이조선 인수 가격을 5000억원 이하로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투자은행(IB) 업계 일각에서는 태광 컨소시엄이 희망하는 인수가가 5000억원 선이지만 케이조선이 선박 수주의 필수조건인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인수 후) 발생할 케이조선의 RG 발급 수요와 자산유동화(ABL) 관련 보증 부담이 예상보다 훨씬 클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실제 신주 발행을 통한 태광 컨소시엄의 추가 투자 부담은 앞서 시장에서 추산한 전체 거래액 7000억~8000억원을 훨씬 웃돌 것”이라며 “인수자가 실제로 떠안아야 할 재무적 책임은 조 단위로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케이조선 M&A는 국내 조선3사가 모두 빠진 가운데 대형 전략적 투자자(SI)의 공백이 구조적 약점으로 지목돼 왔다.
▲ 유암코, 불투명한 매각 절차 논란
매도자 입장에서는 산업 변동성이 큰 조선업 특성을 고려해 확실한 SI가 인수를 주도하길 내심 기대했다. 기존에는 자금력이 가장 탄탄한 태광산업이 단순한 출자자로만 참여하는 구조라 업황 변동에 대응할 역량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에 매도자 측에서 인수 의향자 측에 SI 위주로 거래 구조를 다시 짜오라는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도자 측의 이 같은 요청에 태광산업은 SI 주도로 거래 구조를 변경하는 안을 고민했지만 컨소시엄 내부에서 의견 조율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매도자 측에서도 현재의 태광 컨소시엄 형태로는 거래를 종결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우협대상자로 선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매도자 일각에서 보이는 불투명한 매각 절차도 논란으로 작용하고 있다. 케이조선 노동조합은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부터 매각 절차가 진행됐지만 유암코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며 매각 진행 상황 공개를 요구했다. 노조는 “노동자들의 삶이 걸린 문제를 밀실에서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업계에서는 태광 컨소시엄의 케이조선 인수 무산이 태광의 최종 철수를 의미한다고 보기는 이르다는 분석이다. 유암코·KHI의 케이조선 매각 방침에 변함이 없고 태광 역시 조선업 진출 의지가 매우 강한 만큼 재도전에 나설지 향후 추이에 관심이 쏠린다.
한편 태광산업 관계자는 인수 재도전 가능성에 대해 “아직 매도자 측에서 재매각 방침과 그에 따른 방식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인 만큼 다시 케이조선 인수에 참여한다고 말하기는 이르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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