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환 홈플러스 물품구매전단채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이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정문 앞에서 열린 김병주 MBK 회장-김광일 홈플러스 공동 대표 겸 MBK 부회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홈플러스 기업회생 사태를 둘러싸고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와 김병주 MBK 회장을 향한 책임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홈플러스 물품구매전자단기사채(전단채) 피해자들은 김병주 회장의 실질적인 사재 출연과 피해자 보호 재원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고,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 역시 1000억원 규모 긴급운영자금(DIP) 지원을 전제로 MBK와 김 회장의 보증 등 보다 책임 있는 조치를 재차 요구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 전단채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는 전날 김 회장을 향한 공개서한을 발표하고 실질적인 자본 투입과 후순위 채권자 보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의환 전단채 피해자 비대위 집행위원장은 공개서한에서 "자산가 순위에 오를 때는 부가 실재하지만, 책임을 요구받을 때는 그 부가 비현금성이라 사용할 수 없다는 김 회장의 논리를 국민이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어 "MBK는 홈플러스를 인수해 지배했고, 이를 통해 수익과 평판, 금융적 성과를 누렸다"며 "기업이 위기에 빠진 지금 먼저 손실을 부담하고 책임 있는 자구책을 내놓는 것은 대주주로서 최소한의 책무"라고 지적했다.
비대위는 특히 MBK 측이 밝힌 약 5000억원 규모 지원 계획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김 회장이 직접 출연하겠다고 밝힌 400억원을 제외한 대부분이 보증이나 담보 제공, 기존 대출 이자 부담 등으로 구성돼 있어 이를 순수한 자본 투입으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이 집행위원장은 "보증과 대출은 책임 있는 자본 출연과는 성격이 다르다"며 "실질적인 현금 투입과 자본 확충 계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메리츠가 지원하기로 한 DIP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DIP는 회생절차상 기존 채권보다 우선 변제되는 구조인 만큼, 결과적으로 전단채 피해자들의 변제 재원을 줄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비대위는 MBK와 김 회장에게 ▲지원 내역의 세부 공개 ▲실질적인 현금 출연 계획 제시 ▲전단채 피해자 보호를 위한 별도 재원 마련 ▲노동자·협력업체·입점업체가 참여하는 회생 방안 검토 등을 요구했다.
비대위는 김 회장이 최근 포브스가 선정한 대한민국 자산가 순위 2위에 오른 점도 언급했다.
이 집행위원장은 "자산가 순위는 명예가 될 수 있지만 그 명예는 위기 앞에서 책임을 동반할 때만 존중받을 수 있다"며 "보증이라는 포장지가 아니라 책임의 실체를 보여달라. 무엇을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공개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판은 김 회장의 개인적 책임 문제로까지 확대됐다. 그는 "홈플러스가 무너지면 김 회장 역시 무사히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며 "책임은 법원의 회생절차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장인인 고(故) 박태준 전 포스코 회장은 산업을 일으킨 인물로 평가받는데, 그의 사위인 김병주 회장은 무엇을 남겼는지 역사가 묻게 될 것"이라며 "김 회장이 부끄럽지 않은 선택을 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도 MBK를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일부 매체 보도에 따르면 메리츠는 최근 입장문을 통해 "MBK는 막대한 자산을 운용하며 투자 수익을 거두고 있음에도 홈플러스에 대한 최소한의 보증조차 거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현재 홈플러스 위기는 지난 10년간 MBK가 투자금 회수에 치중한 경영의 결과"라며 "최대주주이자 경영 책임자로서 회생 과정에서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메리츠는 홈플러스 정상화를 위해 1000억원 규모 DIP 지원을 결정하고 이미 에스크로 계좌에 자금을 예치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회생절차 개시 이후 담보권 행사 유예와 상거래채권 조기 변제 협조 등 채권자로서 가능한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메리츠 측은 "이처럼 중대한 결단을 내린 상황에서 MBK와 김 회장에게 요구하는 보증은 최대주주라면 반드시 수용해야 할 합리적이고도 최소한의 요구"라며 "회생 성공을 확신한다면 보증을 회피할 이유도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기업 회생은 특정 채권자의 희생만으로 이뤄질 수 없다"며 "약 50조원 규모 자산을 운용하는 MBK가 그에 걸맞은 책임과 희생을 보여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업계에서는 홈플러스 회생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갈등이 점차 회생 방안을 넘어 MBK와 김병주 회장의 책임 범위를 둘러싼 문제로 확산되는 양상이라고 보고 있다. 전단채 피해자와 채권단이 동시에 최대주주를 향해 실질적인 자본 투입과 보증을 요구하면서 향후 MBK의 대응이 회생 절차의 주요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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