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연택 기자
유럽연합(EU)이 중국산 타이어에 대한 반덤핑 관세 최종 확정을 돌연 연기하면서 국내 타이어 업계가 긴장 속에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당초 이달 중 결론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던 관세율 확정이 다음 달로 미뤄지면서 기업들의 생산·물류 전략에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중국산 승용차 및 경트럭용 타이어에 대한 반덤핑 관세 최종 결정 시점을 기존 18일에서 7월7일로 연기했다. 구체적인 연기 사유는 공개하지 않았다.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국내 타이어 3사 역시 영향권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 EU는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를 겨냥해 반덤핑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중국 현지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을 유럽으로 수출하는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 넥센타이어도 동일한 규제 적용 대상이다.
앞서 EU 집행위는 예비 판정에서 한국타이어에 3.4%, 금호타이어와 넥센타이어에는 각각 약 29.9% 관세율을 제시했다. 최종 판정 과정에서 일부 조정 가능성이 남아 있지만 관세율 격차가 상당한 만큼 업체별 영향도는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특히 금호타이어와 넥센타이어는 상대적으로 높은 관세율이 유지될 경우 중국 생산기지의 유럽 수출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타이어는 조사 과정에서 의무답변자로 참여하며 상대적으로 낮은 관세율을 적용받아 부담을 덜었다는 평가다.
다만 업계에서는 관세율 자체보다 결정 지연에 따른 불확실성을 더 우려하는 분위기다. 통상 타이어 업체는 수개월 단위로 생산과 선적 계획을 수립하는데, 최종 관세율이 확정되지 않으면 가격 정책과 물량 배분 전략을 세우기 어렵다.
이에 국내 업체들은 중국 중심 생산 체제에서 벗어나 유럽 현지 생산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헝가리 공장을 중심으로 유럽 현지 생산 비중을 꾸준히 확대하며 중국 생산 의존도를 낮춰왔다. 유럽 수요의 상당 부분을 현지에서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한 만큼 관세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금호타이어는 중국 생산 물량 일부를 베트남과 국내 공장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동시에 2027년 가동을 목표로 전남 함평 신공장을 추진하고 있으며, 2028년 완공 예정인 폴란드 공장을 활용해 유럽 현지 물량을 대응할 계획이다.
넥센타이어 역시 선제 대응에 나섰다. 중국 공장에서 유럽으로 수출하는 물량을 기존 연간 약 300만개 수준에서 60만개 안팎으로 줄이고, 체코 공장과 국내 생산 물량으로 대체한다는 방침이다.
업계는 이번 사안을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되면서 생산 거점을 다변화하고 현지 생산을 확대하는 전략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는 얘기다.
타이어 업계 관계자는 "최종 관세율이 확정돼야 정확한 영향을 판단할 수 있다"면서도 "업계는 이미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유럽 현지 생산 능력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대응 전략을 마련해 왔다"고 말했다.
업계의 관심은 이제 다음 달 7일로 향하고 있다. 최종 관세율이 어느 수준에서 결정되느냐에 따라 국내 업체들의 유럽 사업 전략과 생산 거점 재편 속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Copyright ⓒ 뉴스웨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