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성준의 오목렌즈] 126번째 기사입니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사람들이 ‘권선징악 복수극’의 판타지를 원하는 걸까? <범죄도시>와 <모범택시>에 이어 넷플릭스 <참교육>이 연일 화제를 몰고다니며 많은 이야깃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박성준 센터장(다소니자립생활센터)은 “사실 판타지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더 그런 거 아닌가 싶다”며 “안 되는 건데 드라마에서라도 좀 해보자. 뭐 이런 느낌인 것”이라고 말했다.
<참교육> 안에서는 어차피 결론은 정해져 있는 거니까. 이렇게 좀 무리수를 둬도 상관이 없지 않을까라는 생각들이 좀 있는 거다. 대중들이 원하는 거고 사실은 삶이 팍팍할수록 이런 것들이 더 인기가 있어질 것이다.
이번 오목렌즈 기획 대담(18일 13시)에서는 <참교육>을 둘러싼 여러 이슈들을 짚어봤다.
<참교육>에서 교권보호국을 창설한 최강석 교육부장관(이성민 배우)의 모습. <사진=넷플릭스>
일반 대중 소비층에서는 당연히 속시원함을 느끼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 친구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잔인한 학폭을 저지르는 고등학생과, 악성 민원으로 갑질을 일삼는 학부모, 촉법을 무기로 휘두르는 14세 청소년에게 자신들이 저지른 짓을 그대로 돌려받게 하는 일명 ‘참교육’을 보여주며 사건을 해결하는 방식이 비현실적이라도 카타르시스를 주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센터장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 큰 폭력을 쓰고 더 힘이 센 사람이 등장하는 것 즉 폭력적인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비판은 분명히 정확한 지적”이라며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이게 정확한 지적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인데 왜 이렇게 진지하게 보느냐고 말한다. 하지만 나 같은 사람이나 뭐 진지하게 보는 사람들도 있어야 이것의 부작용과 한계를 분명히 짚어줄 수 있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이런 비현실적인 폭력과 복잡계의 현실을 단 번에 해결하는 방법론에 익숙해지면 실제로 그런 접근을 해봐도 되지 않을까라는 위험한 상상을 하게 된다. 그래서 이런 점이 좀 위험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안민석 경기교육감 당선인은 <참교육> 정주행을 완료했다면서 실제로 드라마 속 ‘교권보호국’ 도입을 검토해보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가칭) 교육활동보호국이 필요하다. 특전사·해병대·공수대 출신 교사 20~30명을 확보해 학교가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에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 폭력은 절대 안 된다. 특전사 출신 감독관이라고 하면 그 자체에 위압감을 느낄 거다. 마동석 같이 강한 사람이 폭력을 쓰지 않고 아이들을 잘 계도한다고 하면 그건 아이들도 좋고, 학교도 좋고, 모두에게 좋은 것 아니겠느냐.
박 센터장은 이런 상황을 우려했다. 박 센터장은 “지금 드라마상으로 인기 있는 건 위험한 게 아닌데 이걸 직접적으로 교권보호국을 만들겠다라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으니까. 이게 위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참교육>의 교권보호국이 아닌 일반적인 암행어사와 같은 제도라면 몰라도 안민석 모델처럼 무소불위적 힘으로 누르는 걸 그대로 가져오는 순간 학생 인권과 교권 보호는 양립할 수 없는 것처럼 상호 대립한다는 구도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교권보호국 모델 자체에 비판적인 것이 아니라 인기에 편승해서 드라마로 국한돼야 할 <참교육> 스타일로 만드는 것에 대한 염려다. 정근식 서울교육감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강력한 교권보호국 도입에 대해) 파시즘적인 정책”이라면서 “만들 수는 있지만 드라마에서 나오는 방식으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교권 보호를 하더라도 교육적인 방식으로 해야 한다. 별도의 강력한 기구를 신설하는 외형적 접근보다는 교사와 학교의 권한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도록 기존 시스템을 내실화하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통합광주전남 교육감 선거에 출사표를 냈다가 단일화 과정에서 패배해서 본선에 나서지 못한 김용태 후보는 교육청에 교육감 직속 ‘교권 보호 전담팀’을 신설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학교 현장에서 문제가 발생해서 내부적으로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 판단되면 전담팀이 피해 교원을 즉시 보호하고 초기부터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구체적으로 ‘3단계 원스톱 대응 시스템’을 만들어 피해자와 가해자를 즉시 분리하고. 피해 교사를 보호하기 위해 학부모 악성 민원인과도 분리하는 구상을 내놨다. 나아가 조사 결과 위법 사항이 확인되면 교육청이 직접 고발하고 변호사 선임비를 지원한다. 한 마디로 △교육감 직속 교권 보호 전담팀 설치 △현장에 급파되는 교권 보호팀 운영 △법적·심리적 즉시 지원체계 구축 등으로 집약된다. 개별 학교와 교사 개인에게 문제를 떠넘길 게 아니라, <참교육>에서 그랬던 것처럼 중앙정부나 상급 교육청이 뒷배가 되는 조직이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에 대해서만 단서를 얻어 고민해볼 수 있다. 박 센터장은 “교권과 학생 인권이 함께 지켜질 수 있는 학교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대결 구도로 끌고 가려고 하지 않고 교권보호국 모델을 어떻게 실질적으로 가다듬을 수 있을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볼 순 있다”고 밝혔다.
왜 그걸 꼭 그런 식으로 폭력적으로 힘으로 누르는 방식으로 알려줘야 하는가? 그러니까 어차피 비행을 저지르는 애들이 반성할 리가 없고 피해자의 고통을 알 리가 없다고 한다면 그런 폭력적인 방법도 일회성인 방법일 수밖에 없을텐데. 사실은 <참교육>에서의 방식이 실현 불가능하기 때문에 더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걸 수 있는데 과거에 삼청교육대나 학교에 있는 교련국 노태우 정부의 ‘범죄와의 전쟁’처럼 해서 국가 권력의 힘으로 나쁜 놈들을 다 소탕하고 때려잡는 이런 것에 대한 어떤 약간의 향수 같은 게 작용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마냥 꼰대처럼 일반 대중 소비층이 열광하는 컨텐츠에 고춧가루를 뿌리려는 게 아니다. 답답한 현실을 차용하되 권선징악의 사이다스러운 카타르시스로 결론을 맺는 이런 응징물들이 제도 변화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있다. 영화 유튜버 라이너는 <매불쇼>에 출연해서 <참교육>에 비판적인 이유를 아래와 같이 풀어냈다.
약간 이 작품은 명찰이 있어. 나 악당이야. 나쁜놈이야. 이렇게 돼 있고. 나화진의 주먹은 딱 걔네들 면상에만 꽂힌다. 다른 데로 가지 않는다. 그러니까 당연히 사이다가 있다. 최근에 나왔던 여러 작품들도 이런 구조를 갖고 있다. 예를 들어서 얼마 전에 넷플릭스에 <약한 영웅>도 일진 미화물 좀 그런 거에 가까웠고. 그 다음에 뭐 <용감한 시민> 같은 영화도 학교 선생님이 가면 쓰고 애들 패러 다니는 이야기다. 그럼 왜 이런 게 많을까? <참교육>에 비판적인 입장인데 그 이유는 뭐냐 하면 난 사이다를 싫어한다. 그러니까 사이다가 그렇게 좋은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난 영화는 사이다보다는 고구마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왜냐하면 이게 옛날에는 카타르시스에 대해, 아리스토텔레스가 그랬는데 감정이 정화되는 거다. 브레이트(독일의 극작가)라는 사람도 21세기에 그런 감정의 소모는 우리가 현실에 뿜어야 될 에너지를 없애거나 생각하지 못하게 만든다고 주장을 했다.
오히려 라이너는 “(사이다는) 그게 현실로 이어지는 힘으로는 없다”면서 “고구마가 낫다는 거지. 그러니까 우리가 <도가니> 같은 거 생각해보면 고구마야. 처음부터 끝까지 고구마야. 마지막까지 고구마야. 마지막에 물대포 맞는 걸로 끝난다”고 설파했다.
그런 고구마인데 그게 결국은 그 힘을 갖고 관객들이 영화관에서 나올 때 분노를 가지고 나오기 때문에 그게 도가니법의 개정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DP>도 고구마였다. 시원한 걸 주지 않았다. 질문을 던지면서 끝난다. 그 질문을 갖고서 우리 예비역들이 그래 나도 당했던 일이야라고 하면서 이게 결국은 국방부가 얘기를 하게끔 만들었다. 그런 국방부를 끌고 나올 수 있는 힘은 고구마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가 사이다를 너무 좋아해서는 안 된다. 지금 교사들이 갖고 있는 이런 교권 추락의 문제가 너무 너무 심각해서 나도 찾아봤는데 2023년에 교권 추락 관련 사건이 550건 있었다. 교단에서 선생님이 무너져 내렸다는 거다. 학교 폭력은 더 심각하다. 연 1만 건이 넘는데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학교 가기 싫어서 이불 속에서 울었겠는가. 그런 걸 생각해보면 이 교육 문제는 진짜 심각해서 이런 사이다로만 끝낼 문제가 아니다.
함께 출연해서 라이너의 비평을 듣고 있던 또 다른 영화 유튜버 거의없다도 “검은색 옷 입고 나화진이 나타나가지고 다 때려잡아서 이걸 해소시켜 버리는데 라이너가 말한대로 그 감정의 찌꺼기가 다 풀려버린다”면서도 아래와 같이 덧붙였다.
그러니까 더 이상 이 문제에 이제 관심이 없어지는 거야. 안심해버린다는 거다. 근데 또 이제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는 게 과연 이 드라마가 없었다면 관심이나 생겼을까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 양면을 다 생각을 해봐야 된다.
중요한 것은 제도 변화다. 학폭이 난무하고, 악성 민원에 올인하는 학부모가 활개치고, 비리 교사가 나쁜 짓을 하도록 한국 교육의 시스템이 방치하고 있다면 <참교육>을 보고 빡치는 마음을 시스템을 뜯어고칠 수 있는 변혁의 에너지로 전환시켜야 한다. 박 센터장은 “이런 류의 복수극들이 굉장히 많았는데 <더 글로리>나 <소년심판> 등등 그런 응징극들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때만 아주 반짝이고 본질적인 제도 변화로는 전혀 이어지지 못했다”며 “개인의 복수로만 끝나지 않고 지속적으로 얘기가 되고 제도가 제대로 바뀔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박 센터장이 <참교육> 열풍 현상을 달갑지 않게 받아들이는 맥락은 아래와 같다.
다만 내가 걱정하는 건 이번에 당선된 교육감들이 섣불리 교권보호국을 현실화하겠다는 얘기를 너무 많이 하고 있다. 그래서 걱정스럽다. 드라마 제목으로 나왔던 참교육이라는 그 단어 자체도 잘못한 사람을 혼내준다는 뜻이 아닌데 그렇게 오염된 것도 우려스럽다. 분명히 구조적인 문제가 곪아 있고 이것이 현실적인 온갖 문제들을 유발하는데 <참교육>과 같은 영상물이 접근성도 좋고 굉장히 이슈화가 될만한 폭발력이 있다. 그렇지만 그 안에서 해결하는 방식이 너무 만화적인 모습을 띄고 있고 원작 자체가 웹툰이라는 점, 이것이 가상세계이자 비현실적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논의를 시작해야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참교육>을 보면 한국 교육판에서 벌어질 수 있는 대표적인 문제점들이 에피소드별로 잘 배분이 돼 있다. 에피소드 하나 하나가 굉장히 흥미롭고 흔히 얘기하는 도파민이 터지고 빨려 들어가는데 그 뒷맛이 굉장히 씁쓸하다. 항상 말씀드리는 게 뭐냐 하면 이런 복수 드라마 같은 경우는 드라마의 한계성이라는 게 뚜렷하다. 드라마는 처음부터 작가가 결말을 정해놓고 진행하는 서사 구조를 갖고 있다. 근데 현실 사회에서는 결말이 정해져 있지 않다. 하지만 그런 판타지가 현실로 순환할 수 없고 우리가 원하는 형태의 방식으로 결론이 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분명 박 센터장도 “드라마로서는 굉장히 재밌고 거기서 화끈함을 느끼는 사람들의 마음도 알고 있다”고 인정했다.
이게 실제적으로 우리 삶을 좀 변화시킬 수 있었으면 좋겠고 다들 바랄텐데 단순히 교권보호국을 도입하자! 이럴 게 아니라 비평가들의 반론도 청취해보고, 중고등학생들이 말하는 현장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현직 교사들의 리뷰 등등이 균형적으로 모일 수 있는 담론의 장이 열렸으면 좋겠다. 이 드라마가 그런 장을 열어줄 수 있는 굉장히 큰 울림을 주고 있는 건 사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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