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경해주겠다'는 여성의 답장을 받고 자위 영상을 보낸 남성이 성폭력 혐의로 고소당했다. 남성은 동의를 주장하지만, 법조계는 해당 문구의 진정성과 전체 맥락을 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 AI 생성 이미지
카카오톡으로 "구경해 주겠다"는 여성의 답장을 받고 자신의 자위 영상을 전송한 남성이 수개월 뒤 성폭력 혐의로 고소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남성은 상대방의 명백한 동의가 있었다고 주장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해당 문구만으로 무혐의를 장담할 수 없으며 첫 경찰 조사에서 진술이 꼬이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한목소리로 경고했다. 동의의 진정성을 둘러싼 치열한 법적 다툼이 예고된다.
"구경은 해줌", 8개월 뒤 날아온 고소장
작년 4월부터 카카오톡으로 연락하며 선물을 주고받을 만큼 가까워진 남녀 사이. 수위 높은 대화가 오가던 어느 날, 남성은 "ㅆ는(사정)거 까지만 보내면 안되?"라고 물었다. 여성은 "구경은 해 줌", "얼른 집중하라고." 답했다.
남성은 이 말을 '동의'의 신호로 믿고 자신의 자위 영상을 보냈다. 그 후로도 둘의 연락은 아무 일 없다는 듯 이어졌고, 작년 12월 29일 대화는 자연스럽게 끊겼다.
그러나 평온은 오래 가지 않았다. 남성은 최근 여성으로부터 성폭력 혐의로 고소당했다는 충격적인 통보를 받았다. 그는 당시 대화방을 나가지 않았고 모든 대화 내용을 캡처해 둔 상태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동의'의 증거인가, 비꼬는 농담이었나
이번 사건의 운명을 가를 핵심 쟁점은 단연 '동의'의 존재 여부다. 성폭력처벌법 제13조(통신매체이용음란죄)는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영상을 보냈을 때 성립한다.
법원은 상대방의 명시적, 혹은 묵시적 동의나 양해가 있었다면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본다. 남성이 보관 중인 메시지는 그의 무혐의를 뒷받침할 강력한 카드다.
임승빈 변호사는 "질문자님 사안은 '구경은 해줌', '얼른 집중하라고' 같은 상대방의 명시적 답변이 있었던 점에서 동의 여부가 정면으로 다투어질 사건입니다"라고 분석했다.
영상 전송 후에도 상대방이 먼저 연락하는 등 친밀한 관계가 유지됐다는 점 역시 남성에게 유리한 정황이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안심하긴 이르다고 지적한다.
고용준 변호사는 "상대방이 "구경은 해줌'이라는 표현이 진정한 동의가 아니라 비꼼이나 마지못한 반응이었다고 주장할 가능성도 있습니다"라고 경고했다.
수사기관은 해당 문구 하나만이 아닌, 선물 교환부터 연락이 끊기기까지의 전체 대화 맥락과 영상의 수위, 고소인의 진술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첫 진술이 운명을 가른다"…변호사들 이례적 한목소리
이 사건에 대해 조언한 다수의 변호사들은 이례적일 정도로 동일한 해결책을 제시했다. 바로 '첫 경찰 조사 전 변호사 선임'이다.
김영호 변호사는 조사 전 선임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선임 없이 출석하면 불리한 진술이 고착될 수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억울함에 혼자 대응하려다 오히려 진술이 꼬여 불리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박성현 변호사 역시 "첫 피의자 신문 조사에서 대화 맥락을 법리적으로 정확히 소명하기 위해서는, 조사 출석 전 단계부터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철저히 대비하시길 적극 권장합니다"라고 권했다.
변호사들은 보관 중인 카카오톡 대화 전체를 시간 순서대로 정리해 '동의가 있었다고 믿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논리적으로 구성하고, 변호인 의견서 제출과 조사 동석을 통해 사건을 조기에 종결시키는 것이 최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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