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의결 최종 확정…"상생안, 예상 과징금 대비 3∼5배"
지난주 '최혜 대우 의혹' 상생안은 퇴짜…"피해 구제 등 고려"
(세종=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쿠팡 측이 자체브랜드(PB) 상품 공급단가 인하 혐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마련한 30억원 규모의 상생 방안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받아들여졌다.
이로써 쿠팡은 제재를 피하고, 수급업자의 상품 개발과 광고 등 관련 비용을 지원하게 된다.
공정위는 쿠팡㈜과 쿠팡의 PB상품 제조 위탁·판매사업을 승계받은 씨피엘비'의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 위반 혐의와 관련된 동의 의결안을 소회의(주심 황원철)에서 최종적으로 확정했다고 23일 밝혔다.
쿠팡 측은 2022년 10월부터 PB상품을 제조 위탁하면서 314개 수급 사업자에게 법정 사항을 기재하지 않거나 기명날인이 되지 않은 서면을 교부한 행위(서면 발급 의무 위반)로 공정위의 조사를 받고 있었다.
94개 수급사업자에게 약정에 없는 PB상품 판촉 행사를 하면서 공급단가를 인하한 혐의(부당한 하도급대금 결정)도 있었다.
◇ 수급사업자 PB상품 개발∼납품까지 10억5천만원 지원
쿠팡 측은 제재를 피하고 수급업자의 피해 구제를 위한 시정방안을 마련해 지난해 3월 공정위에 동의 의결 절차 개시를 신청했고, 공정위는 같은 해 8월 동의 의결 절차를 개시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쿠팡 측은 관계기관과 이해관계자에게 두 차례 의견 수렴을 거쳐 최종 동의의결안을 작성했다.
최종 동의의결안에는 총 30억원 규모의 수급업자 권익 증진 상생 방안이 담겼다.
쿠팡 측은 부당한 하도급대금 관련 수급업자를 대상으로 상품 개발, 생산·납품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10억5천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94개 수급사업자에게 1천만원씩 지급하고, 잔액은 서면 발급 의무 위반 관련 수급자에게 주기로 했다.
쿠팡 측의 인터넷 사이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수급사업자의 PB상품을 홍보하는 데 드는 광고비용 등도 10억원 지원할 예정이다.
아울러 쿠팡 측은 수급사업자의 PB상품이 현장 박람회에 참가하는 등 오프라인 홍보를 할 수 있도록 4억5천만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수급사업자들의 거래 내역을 기준으로 '우수 수급사업자'를 선정해 상금과 판촉 행사 명목으로 1억원도 지원한다.
수급사업자의 PB상품 개발과 관련한 컨설팅 서비스 제공, 해외시장 판로 개척 비용으로 4억원도 지원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쿠팡 측은 수급사업자와 정기 협의회를 구성해 의견 수렴, 품질 개선, 안전 확보 등 상생협력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재정적 지원과 별도로 쿠팡 측은 거래 질서 개선을 위한 시정 방안도 추진한다.
쿠팡 측은 앞으로 발주서에 기명날인이 되도록 시스템을 개선한다.
아울러 PB상품 출시 전 수급사업자와 협의해 결정한 최소 생산요청 수량, 판촉 비용 분담 비율 등을 명문화하는 상품별 부속 합의서도 체결하기로 했다.
발주요청부터 제품 생산 기간, 입고, 판매개시일까지 걸리는 기간인 '리드타임'도 상품별 부속합의서에 명시해 수급사업자가 사전에 재고를 비축해야 하는 부담을 줄이도록 할 방침이다.
◇ 지난주 '최혜 대우 요구 갑질' 600억 상생안은 기각
부당한 하도급대금 결정 행위 관련으로 동의의결이 확정된 것은 2022년 7월 하도급법에 동의의결 제도가 도입된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쿠팡의 경우 지난 18일 입점업체에 최혜 대우를 요구한 혐의를 시정하기 위해 4년간 600억원 규모의 상생 방안을 마련해 동의의결 절차 개시를 신청했다가 기각됐으나 이번엔 다른 판단을 받았다.
결과의 차이는 ▲ 거래 질서 개선과 재발 방지 ▲ 수급사업자의 피해 구제 ▲ 예상되는 제재 수준과의 균형 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쿠팡 측이 수급사업자에게 판촉 행사를 제안한 행위만으로 부당한 하도급 대금 결정으로 단정하기 어려웠던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재고 소진, 매출 증가 등을 위해 수급사업자 스스로 판촉 행사를 제안한 사례도 있고, 전체 수급사업자 504곳 가운데 단가가 인하된 수급사업자가 94개(18.6%)로, 비중이 작았다는 것이다.
반면 지난주 기각 당시 공정위는 쿠팡의 위반 행위로 영향받은 입점업체와 소비자가 다수였던 점을 내세웠다.
이번 위반 행위로 쿠팡 측의 예상 과징금은 6억∼11억 수준이지만, 쿠팡 측의 상생 방안 규모는 이보다 약 3∼5배가 큰 점도 고려됐다.
특히 부당한 하도급대금 관련으로 수급사업자의 단가가 인하된 금액은 7억원가량이지만, 쿠팡 측이 이들에게 지원하는 금액은 10억5천만원으로 이를 상회한다는 점도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반면 지난주에는 쿠팡이 입점업체 최혜 대우 요구 혐의로만 250억∼420억원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의의결 절차를 신청하지 않은 끼워팔기 혐의까지 포함하면 최대 과징금이 2천억대에 이른다.
공정위 관계자는 "한국공정거래조정원과 함께 쿠팡 측이 이번 동의의결을 성실하게 이행하는지 분기별로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porqu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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