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북중미 월드컵 32강 토너먼트 진출의 운명이 걸린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조별리그 최종전을 앞두고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핵심 수비수 이한범(24·미트윌란)이 강력한 필승 의지를 피력했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이한범이 22일(현지시간) 멕시코 누에보 레온주 몬테레이 에스타디오 우니베르시타리오에서 훈련에 앞서 열린 인터뷰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뉴스1
이한범은 23일(한국시간) 멕시코 몬테레이의 에스타디오 우니베르시타리오에서 진행된 대표팀 훈련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조별리그 최종전에 임하는 각오와 수비 라인의 준비 상황을 전했다.
체코와의 1차전과 멕시코와의 2차전을 거치며 대표팀의 후방 강도가 한층 단단해졌다고 평가한 이한범은 “강팀들을 상대하면서 우리 수비가 확실히 짜임새를 갖추고 견고해졌다는 것을 몸소 느꼈다"며 “오는 25일 열리는 남아프리카공화국전에서도 이전 경기들처럼 집중력을 유지하고 똑같이 대응한다면 상대의 공세를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현재 한국 축구계에서 유럽 무대를 누비는 중앙 수비수는 드문 자원이다. 이한범은 2023년 8월 덴마크 명문 미트윌란에 입단한 이후 3년간 거칠고 피지컬 중심적인 덴마크 축구에 성공적으로 적응했다. 유럽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이번 월드컵 무대에서도 빼어난 수비 리딩과 대인 마크 능력을 자랑하며 대표팀의 후방을 든든히 지키고 있다.
특히 소속팀에서 익숙해진 스리백 체제의 스토퍼 역할을 맡아 상대의 쟁쟁한 공격수들을 꽁꽁 묶어냈다. 지난 19일에 치러진 멕시코전이 대표적이다. 당시 멕시코의 경계 대상 1순위로 꼽혔던 최전방 공격수 훌리안 키뇨네스를 완벽하게 봉쇄하며 실점을 최소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당시 경기에 대해 이한범은 “특별히 키뇨네스라는 특정 선수를 지나치게 의식하지는 않으려 했다”면서도 “경기 전부터 (김)민재 형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수비 위치에 대해 의논하면서 유기적으로 막아내려고 노력했다. 어느 정도 운도 따랐던 것 같다”고 겸손하게 돌아봤다. 이어 다음 상대인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대해 “선수들의 발이 빠르고 개인 기량이 뛰어난 팀이다. 철저하게 수비적으로 잘 준비해서 경기장에 나선다면 멕시코전처럼 똑같이 잘 막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이한범이 남아프리카공화국전을 앞두고 가장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은 다름 아닌 ‘수비진 간의 소통’이다. 직전 멕시코전에서 한국은 골키퍼 김승규(도쿄)가 공중볼을 처리하기 위해 나오는 과정에서 수비수 이기혁(강원)과 동선이 겹치며 충돌했고 이 실책이 결국 결승골 실점으로 이어지며 0-1로 석패했다.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 이한범이 지난 18일(현지시간) 멕시코 할리스코주 사포판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조별리그 2차전 대한민국과 멕시코의 경기에서 훌리안 키뇨네스와 볼다툼을 하고 있다. 이날 경기는 대한민국이 멕시코를 상대로 0-1로 패했다. / 뉴스1
이한범은 “당시 경기 이후 (김)승규 형과 (이)기혁이 형이 그 장면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봤다”라며 “사실 두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 경기장 위에 있는 모든 선수가 그런 위험한 장면이 나오지 않도록 주변에서 도와줬어야 했다. 승규 형이 전진해 나왔을 때 내가 골대 안쪽으로 빠르게 커버하러 들어갔었는데 조금 더 집중해서 철저히 대비했다면 실점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이번 남아공전에서는 절대 그런 소통 부재나 겹치는 모습이 나오지 않도록 철저하게 준비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한 “(조)현우 형에게서 당시 경험담을 들었고 현재 내 소속팀(미트윌란)에 있는 아프리카 국적 선수들에게도 조언을 구했다”라며 “그들의 말에 따르면 남아공은 롱볼 위주의 전형적인 아프리카 축구를 구사하는 다른 팀들과 달리 후방에서부터 패스를 통해 경기를 풀어가는 ‘빌드업 위주의 축구’를 펼친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개인 능력이 출중하고 침투 속도가 빠른 만큼, 수비 조직력을 더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 특히 상대가 패스로 썰어 들어올 때 우리의 뒷공간을 철저히 준비하고 조심한다면 충분히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한범은 수비에서의 임무 완수를 넘어 세트피스 상황 등을 통해 직접 상대의 골문까지 겨냥하겠다는 적극적인 각오도 드러냈다. 지난 멕시코전 당시 0-1로 뒤진 경기 종료 직전 이한범은 코너킥 찬스에서 과감하게 공격에 가담해 헤더슛을 시도했으나 공이 골문 밖으로 벗어나며 아쉬움을 삼킨 바 있다. 이번 경기에서는 아쉬움을 털어내고 소속팀 미트윌란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춘 공격수 조규성과 함께 대표팀의 고공 축구를 제대로 선보이겠다는 계산이다.
그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선수들의 평균 신장이 178㎝로 비교적 작은 편이라고 들었다”면서 “제공권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만큼 (조)규성 형과 이번 월드컵 경기에서 함께 뛰게 된다면 어떻게 고공 플레이를 펼치고 낙하지점을 포착할지에 대해 이미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경기장에서 같이 호흡을 맞춘다면 분명 좋은 시너지가 날 것 같다”라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한국은 이번 최종전에서 무승부만 기록해도 승점 1점을 추가해 조 2위로 안전하게 32강 토너먼트에 진출할 수 있는 유리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한범을 비롯한 대표팀 선수들의 시선은 무승부가 아닌 오직 ‘승점 3점’에 가 있다.
이한범은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우리 선수들 마음속에는 비겨서 올라가겠다는 안일한 생각은 단 1%도 없다. 무조건 이긴다는 생각뿐이다. 팬들께서 선수단이 절대 안일하게 경기를 준비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꼭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남아공전을 무조건 이겨서 조 1위든 더 높은 위치든 당당하게 올라가 경기 침체 등으로 지친 국민들께 큰 행복을 안겨드리는 것이 우리의 최종 목표다. 이번 최종전에서는 반드시 결과와 경기 내용 모두 잡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전했다.
한편 한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조별리그 최종전은 오는 25일 오전 10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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