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반도체 호황과 증시 급등의 이면에 드리운 자산 양극화 문제를 정면으로 지적했다. 코스피 지수가 역사적 고점을 돌파하고 일부 업종에서 역대급 성과급이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청년세대 상당수는 안정적 일자리와 자산 형성 기회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판단이다.
고심하는 이재명 대통령 / 뉴스1
이 대통령은 23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 모두발언에서 “반도체 호황으로 주식시장 급성장이라는 눈부신 성과가 나왔지만, 그 이면에는 자산 양극화라는 그늘도 짙게 드리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안정적 일자리와 소득을 통해 자산을 형성할 기회 자체가 부족한 청년세대는 가장 큰 소외자들”이라며 청년 정책 전반의 속도감 있는 추진을 주문했다.
“역대급 성과급도 딴 세상 얘기”…청년 소외감 언급한 대통령
이 대통령이 이날 가장 강하게 짚은 대목은 청년세대의 상대적 박탈감이었다.
그는 “역대급 성과급, 역대급 코스피 지수도 자신에게는 딴 세상 얘기라는 청년들의 소외감을 정부가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 소외감 언급한 이재명 대통령 / 뉴스1
반도체와 증시 호황이 국가 경제의 성과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 과실이 모든 세대와 계층에 고르게 돌아가지 않는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청년 문제에 대해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왕도”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정책 전반에서 청년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청년 미래 적금에 대해서도 “청년들의 안정적 자산 형성에 도움이 되도록 정책 홍보와 관리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월 500만 원 이상 근로자 역대 최대…하지만 업종별 격차는 더 벌어졌다
코스피지수가 장중 사상 처음으로 9000을 돌파한 지난 18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시황이 나오고 있다 / 뉴스1
자산 양극화의 배경에는 업종 간 임금 격차도 자리하고 있다.
SBS 뉴스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월급 500만 원 이상 근로자는 370만 명을 넘어섰다. 전체 임금근로자의 16.5%로, 6명 중 1명꼴이다. 1년 전보다 약 30만 명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고소득 근로자는 특정 업종에 집중돼 있다. 금융·보험업은 월급 500만 원 이상 근로자 비중이 38%에 달했다. 정보통신업과 전문·과학기술 서비스업도 35%를 넘었다.
반면 숙박·음식점업은 500만 원 이상 비중이 1.4%에 그쳤다. 보건·사회복지업도 5% 수준에 머물렀다. 돌봄 수요 증가로 고용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임금 수준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구조다.
제조업 역시 월급 500만 원 이상 비중이 24%로 높았다. 특히 반도체 호황과 대기업 성과급이 본격적으로 반영될 경우 제조업 중심의 임금 상승세는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K-양극화’ 대응 주문…기회의 사다리 복원이 핵심
이 대통령의 발언은 최근 한국 경제의 양면성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뉴스1
한쪽에서는 반도체 호황, 증시 급등, 대기업 성과급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쪽에서는 청년들이 안정적 일자리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자영업자와 저임금 업종 종사자들은 생존 압박을 호소한다.
이른바 ‘K-양극화’다. 경제 지표는 좋아지고 있지만 체감 격차는 더 벌어지는 현상이다.
이 대통령은 “청년의 삶 전 영역에서 기회의 사다리를 획기적이고 실질적으로 확대하기 위한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달라”고 지시했다.
결국 핵심은 성장의 과실을 어떻게 배분하느냐다. 반도체 호황과 증시 상승이 일부 업종과 자산 보유층의 성과에 머물지 않고, 청년 일자리와 자산 형성 기회로 이어질 수 있느냐가 향후 경제 정책의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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