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난민 송환 논의 위해 브뤼셀 방문…인권단체 반발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 벨기에가 아프가니스탄 난민 송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유럽연합(EU) 회의에 참석하는 탈레반 대표단에 비자를 발급했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벨기에 외무부는 탈레반 대표단 5명에게 브뤼셀 방문을 위한 비자를 발급했다고 밝혔다.
탈레반 대표단은 EU 집행위원회가 주최하는 이민·난민 관련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탈레반이 2021년 미군이 철수한 아프가니스탄을 다시 장악한 이후 EU의 공식 초청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벨기에 정부는 비자의 효력을 벨기에 영토 내로 제한했고, 체류 기간도 하루로 한정했다고 설명했다.
탈레반 대표단이 참석하는 회의의 의제는 'EU 체류자격이 없는 아프가니스탄 국적자의 귀환'인 것으로 전해졌다.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 일부 EU 회원국들은 범죄를 저지르거나 안보에 위협이 되는 아프가니스탄 국적자들에 대한 송환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현재 EU 법률상 중범죄자나 안보 위협 인물에 대한 추방은 가능하지만, 탈레반 정권과의 공식 협력 채널이 부족해 실제 송환 사례는 많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인권단체들은 탈레반과의 협의 자체가 부적절하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아프가니스탄 담당 연구원 페레슈타 아바시는 "탈레반과의 접촉은 인권 보호와 책임 규명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며 "위험한 상황으로 사람들을 돌려보내는 방안을 논의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국제앰네스티도 성명을 통해 "아프가니스탄은 어떤 경우에도 안전한 귀환지가 될 수 없다"며 탈레반과의 난민 송환 논의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탈레반이 통치하는 아프가니스탄으로 난민을 돌려보내는 것은 인권 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것이다.
또한 EU가 탈레반과 접촉한 사실 자체가 탈레반 정권의 정당성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EU를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탈레반 정권을 공식 정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탈레반에 민주적 정당성이 없을 뿐 아니라, 여성 교육을 금지하는 등 인권 침해를 자행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EU 집행위원회는 이번 회의가 아프가니스탄 국적자의 송환 및 재입국 절차를 논의하기 위한 실무 협의일 뿐 탈레반 정권을 인정하는 의미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마르쿠스 람메르트 EU 집행위 대변인은 "일부 회원국들은 중범죄를 저질렀거나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인물들의 송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집행위는 회원국들의 요구를 후속 조치하는 차원에서 회의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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