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결제 인프라 기업으로 알려진 문페이(MoonPay)가 사업의 무게중심을 한 단계 뒤로 옮기고 있다. 돈을 주고받는 결제 구간을 넘어, 그 뒤에 이어지는 회계와 자금관리, 결산 업무까지 아우르는 쪽으로 손을 뻗었다. AI 회계 에이전트 기업 엔텐드르(Entendre) 인수는 그 방향을 분명히 보여주는 행보다.
문페이는 23일 엔텐드르 인수 사실을 공개했다. 엔텐드르는 스테이블코인 결제 기업과 핀테크 기업을 대상으로 AI 기반 회계 자동화 플랫폼을 제공해온 회사다. 문페이는 이번 인수를 통해 ‘에이전틱 파이낸스(Agentic Finance)’ 전략을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기업의 결제, 정산, 회계 처리, 자금 운영, 장부 마감 전반에 AI 에이전트를 적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거래를 단순한 기능 보강으로만 보긴 어렵다. 스테이블코인이 글로벌 송금과 정산 수단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지만, 실제 기업 현장에서는 결제 이후 업무가 더 복잡한 경우가 많다. 여러 국가와 법인, 통화,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거래가 동시에 발생하면 재무팀은 흩어진 거래 데이터를 다시 모아 분류하고, 정산 내역을 맞추고, 회계 분개와 결산 작업까지 이어가야 한다. 결제가 디지털화됐다고 해서 재무 운영까지 자동으로 매끄러워지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문페이가 엔텐드르를 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엔텐드르는 반복적인 회계 업무를 AI 에이전트 기반으로 자동화하는 플랫폼을 운영해왔다. 거래 데이터 정리부터 회계 분개, 정산, 장부 마감까지 재무팀이 반복적으로 수행하던 과정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다. 회사 측 설명에 따르면, 엔텐드르 도입 기업들은 회계 분개 업무 자동화 비율을 높이고 수작업 부담을 줄이는 한편, 마감 속도 역시 개선하고 있다.
문페이 입장에선 결제 인프라 위에 ‘운영 자동화’라는 한 층을 더 얹는 셈이다. 지금까지 문페이가 강점을 보여온 영역이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와 자금 이동이었다면, 앞으로는 거래가 끝난 뒤 기업 내부에서 이뤄지는 재무 처리까지 서비스 범위를 넓히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결제 사업자라기보다 디지털자산 시대의 기업 금융 운영 인프라 사업자로 포지셔닝을 옮기는 흐름에 가깝다.
인수 이후 엔텐드르 창업자 카림 카탑은 문페이 응용 AI 부문 부사장으로 합류한다. 엔텐드르의 플랫폼과 조직도 문페이 안으로 편입된다. 문페이는 향후 몇 분기에 걸쳐 양사 기술과 서비스를 단계적으로 통합할 계획이며, 기존 엔텐드르 고객 서비스는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국내 시장과의 연결도 함께 제시됐다. 이부건 문페이 아시아 대표는 문페이가 국내에서 ㈜핑거의 AI ERP 플랫폼 ‘파로스(PHAROS)’와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결제 인프라와 AI 기반 ERP·회계 자동화 기술을 묶어, 기업이 결제부터 자금관리, 회계처리, 결산까지 이어지는 흐름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설명이다. 해외에서 추진하는 ‘에이전틱 파이낸스’ 전략을 한국 기업용 금융 운영 환경에도 접목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업계 시선은 결국 문페이가 어디까지 사업 외연을 넓힐 수 있느냐에 쏠린다. 스테이블코인이 기업 금융의 핵심 도구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단순 결제 기능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회계, 정산, 규제 대응, 내부 통제까지 연결되지 않으면 실제 기업 재무 시스템 안으로 들어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문페이의 이번 인수는 그 공백을 메우려는 시도에 가깝다.
다만 관건은 ‘확장’보다 ‘통합’에 있다. 결제 인프라와 회계 자동화 기술을 한 서비스 흐름으로 묶어 실제 기업 재무팀의 업무 방식을 얼마나 바꿀 수 있느냐가 성패를 가를 가능성이 크다.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가 기업 운영의 표준 중 하나로 자리 잡으려면, 거래 처리 속도만이 아니라 마감과 정산, 회계 정확도까지 함께 증명해야 한다. 문페이가 엔텐드르 인수 이후 보여줄 다음 단계가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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