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으로 향하기 전, 외국인 관광객들이 서울역 대형마트에서 마지막으로 집어 드는 식품이 달라졌다. 한때 캐리어 한쪽을 채우던 과자, 젤리, 아몬드 대신 올해는 미역국 라면과 김부각, 한국식 양념을 입힌 짭짤한 스낵이 빠르게 팔리고 있다.
나눠 먹기 좋은 간식을 사던 쇼핑 방식에서 벗어나, 집에서도 한국에서 먹었던 맛을 다시 즐기려는 수요가 커진 셈이다. 공항철도와 가까워 출국 전 쇼핑 코스로 꼽히는 대형마트 판매 기록을 통해 외국인 관광객들이 올해 가장 많이 고른 먹거리를 살펴본다.
매운맛 넘은 담백함, '미역국 라면'의 돌풍
올해 외국인 관광객 장바구니에서 가장 돋보이는 상품은 단연 미역국 라면이다. 대형마트 서울역점 집계에 따르면 이 제품은 올해 1월 외국인 판매량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봄철 내내 최상위권을 유지했다. 과거에는 자극적인 매운맛 라면이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매운 음식을 잘 먹지 못하는 이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담백한 국물로 소비 범위가 넓어졌다.
미역국은 한국 드라마에서 기념일에 먹는 단골 음식으로 자주 등장해 해외 소비자들의 문화적 호기심을 자극해 왔다. 여기에 바다 해조류를 영양가가 높고 열량이 낮은 식품으로 인식하는 서구권의 웰빙 선호 추세가 맞물렸다. 조개류를 우려낸 시원한 국물 맛과 한국 고유의 정서가 합쳐져 외국인들의 손길을 사로잡은 셈이다.
개별 포장에 한국적 포장재, 부동의 1위 오리온 '비쵸비'
새로운 가공식품의 약진 속에서도 상위권을 굳건히 지키는 과자도 있다. 초콜릿을 비스킷으로 감싼 오리온의 '비쵸비'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월간 판매량 1위 자리를 거의 놓치지 않았다. 주변 사람들에게 한 개씩 낱개로 나누어 주기 편한 개별 포장 방식이 외국인들에게 큰 점수를 얻었다.
포장 겉면에 '대한민국'이라는 문구와 전통 그림을 디자인해 한국 여행 기념품이라는 인상을 명확히 준 점도 성공 요인이다. 상자 크기가 완만해 여행용 가방에 차곡차곡 쌓아 넣기 좋고, 깨질 염려가 적어 출국을 앞둔 관광객들이 가장 먼저 집어 드는 필수 품목으로 꼽힌다.
'김부각'과 '청양마요 스낵', 한국식 소스의 부상
단맛 위주의 디저트류가 차지했던 자리는 김과 전통 소스 맛을 살린 스낵들이 채우고 있다. 찹쌀을 발라 튀겨낸 김부각은 한국 고유의 바삭한 식감을 전하면서도 휴대와 보관이 쉬워 지인 선물용 수요를 흡수하는 중이다. 바삭한 해조류 스낵이라는 점에서 외국인들에게 거부감이 없다.
마늘과 청양고추, 마요네즈를 조합한 갈릭청양마요맛 스낵이나 참기름김맛 감자 스낵의 약진도 눈여겨볼 만하다. 한국 고깃집이나 주점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소스 문화를 과자에 접목한 상품들이다. 한국 여행 중 음식점에서 직접 맛보았던 짭짤하고 매콤한 소스의 기억을 과자를 통해 집으로 가져가려는 이들이 선택하고 있다.
공항 가기 전 '서울역 대형마트'가 필수 코스 된 배경
외국인들의 장바구니 품목 변화를 가장 빠르게 읽을 수 있는 곳은 바로 서울역에 위치한 대형마트다. 이곳은 KTX와 공항철도가 교차하는 교통 중심지에 위치해 명동이나 남대문 등 서울 중심가를 구경한 외국인들이 공항으로 가기 직전 들르는 마지막 관문이다.
면세점보다 가격 부담이 적고 라면, 김, 과자류를 한곳에서 대량으로 묶음 구매할 수 있어 외국인들 사이에서 쇼핑 명소로 입소문이 났다. 유통가에서는 이 매장의 판매 순위를 해외 시장에서의 흥행 가능성을 가늠하는 잣대로 삼는다. 이에 따라 식품 제조사들도 영어나 중국어 등 외국어 안내 문구를 늘리고 외국인 맞춤형 묶음 상품을 늘리는 추세다.
Copyright ⓒ 위키푸디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