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지배구조 보고서 톺아보기] 엔씨, 지배구조 준수율 ‘업계 최고’…’이사회 독립성’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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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지배구조 보고서 톺아보기] 엔씨, 지배구조 준수율 ‘업계 최고’…’이사회 독립성’은 과제

한스경제 2026-06-23 11: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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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6일 엔씨 제29기 정기주주총회에서 발표하는 박병무 공동대표./엔씨
지난 3월 26일 엔씨 제29기 정기주주총회에서 발표하는 박병무 공동대표./엔씨

| 서울=한스경제 석주원 기자 | 적자 터널을 벗어나 본격적인 실적 개선을 시작한 엔씨가 거버넌스 부문에서도 의미있는 성과를 내며 중장기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지난 1일 공시한 엔씨의 2025년 지배구조보고서에 따르면 핵심지표 15개 중 12개를 준수해 2년 연속 준수율 80%를 달성했다. 이는 게임업계에서는 최고 수준의 준수율이며 동시에 지배구조보고서 공시 의무 대상 전체 기업 중에서도 상위권에 위치한 성과다.

엔씨는 건강한 기업지배구조가 장기적인 주주가치 제고에 직결된다는 판단 아래 다각적인 거버넌스 쇄신 작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해 왔다. 박병무 공동대표 합류 이후에는 고강도 비용 효율화와 체질 개선을 본격화하는 동시에 자본시장의 요구에 부합하는 지배구조 선진화 조치를 속도감 있게 추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이러한 정량적 지표의 개선에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경영권 지배 구조상의 약점과 잠재적 리스크는 남아 있다. 창업자인 김택진 공동대표가 여전히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면서 이사회의 감시 역할을 무력화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 핵심지표 준수율 80%...이사회 전문성 긍정 평가

주요 게임사들의 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 현황을 살펴보면 엔씨와 NHN이 80.0%로 가장 높은 준수율을 기록 중이며 크래프톤(73.3%), 넷마블(60.0%), 더블유게임즈(60.0%), 시프트업(33.3%)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엔씨의 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율은 2023년 73.3%였지만 주주총회를 통해 배당 기준일을 조정하고 연 1회 이상 중장기 배당 계획을 주주들에게 통지하는 시스템을 완비하며 거버넌스를 개선했다. 이와 함께 감사위원회가 내부 감사 조직원의 임면 등 실질적인 인사 동의권을 보유하도록 사내 규정을 개정해 내부 감사 기구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

전문성 중심의 이사회 구성원 다변화 역시 긍정적이다. 서울행정법원 판사 출신이자 넷플릭스 코리아의 정책·법무 총괄을 맡고 있는 정교화 사외이사의 재선임 등을 통해 이사회의 전문성을 보강했다.

이사회 역량 현황표(BSM, Board Skills Matrix)를 적극 활용해 이사진의 역량 공백을 체계적으로 관리·공시하는 거버넌스 모델도 정착시켰다. 이러한 종합적인 노력을 바탕으로 엔씨는 한국ESG기준원(KCGS)의 ‘2025 ESG 평가’에서 국내 게임사 중 유일하게 5년 연속 종합 A등급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시장에서 고질적인 약점으로 지적했던 친족 중심의 가족 경영 프레임에서도 완전히 탈피했다. 지난 2024년 김택진 대표의 배우자인 윤송이 사장(전 최고전략책임자)과 동생 김택헌 수석부사장(전 최고퍼블리싱책임자)이 국내 경영 전면에서 물러났으며 해외 현지 법인 또한 서구권 업계 베테랑들을 수용해 전문 경영 체제로 전면 교체했다.

나아가 신설 게임 개발 스튜디오(Studio X 등) 분할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이 우려하는 자회사 중복 상장에 따른 주주 가치 희석을 방지하기 위해 신설 법인들을 전원 비상장법인으로 남겨두기로 결정하는 등 전향적인 주주 지향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23일 엔씨 판교R&D센터에서 신입 직원들과 CEO와의 대화를 진행하는 김택진 공동대표./엔씨
지난 4월 23일 엔씨 판교R&D센터에서 신입 직원들과 CEO와의 대화를 진행하는 김택진 공동대표./엔씨

▲ 김택진 대표가 장악한 이사회…독립성 강화 필요

이러한 화려한 쇄신 성과에도 불구하고 엔씨가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지배구조로 도약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는 남아 있다.

우선적으로 개선이 필요한 지표는 사외이사의 이사회 의장 선임이다. 엔씨의 이사회 의장은 창립 이래 줄곧 창업주인 김택진 공동대표가 겸임하고 있다. 신속한 의사결정과 전문 경영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경영 집행부를 감시·감독해야 할 이사회의 수장과 경영 수뇌부가 동일하다는 점은 이사회의 독립성을 제한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최고경영자의 돌발 변수에 대비할 수 있는 명문화된 승계 정책도 규정화돼 있지 않아 창업주 개인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리스크를 확대하고 있다. 소액주주의 이사 선임 의결권을 제한하는 ‘집중투표제 배제’ 정관은 상법 개정에 따라 정관이 삭제됐으며 올해 9월부터 이사 선임 시 적용될 예정이다.

이 외에도 실적 부진 상태에서 경영진은 여전히 많은 보상을 가져가는 구조도 주주들이 지적하는 문제점 중 하나다. 엔씨는 2024년 영업손실 1092억원을 기록하며 비상경영 단계에 돌입했지만 2025년 김택진 공동대표에게 53억원, 박병무 공동대표에게는 20억원의 고액 보수를 지급하며 논란을 자초했다.

급격한 인력 구조조정 및 사업 분할 과정에서 유발된 내부 진통도 단기 리스크 요인이다. 엔씨는 2025년 한국ESG기준원(KCGS) 세부 평가에서 사회(S) 영역의 등급이 하락했는데 이는 대대적인 체질 개선 이면에 감춰진 내부 구성원과의 갈등과 조직적 불안정이 비재무적 리스크로 인정됐음을 뜻한다.

▲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과제

엔씨가 지배구조 리스크를 완전히 씻어내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위상을 확고히 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정량적 규격 맞추기를 넘어 실질적인 지배구조 혁신에 나서야 한다.

전문가들은 가장 우선해야 할 과제로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의 단계적 분리를 꼽는다. 이사회의 감시 본연의 기능을 살리기 위해 정관을 개정하고 사외이사 중에서 의장을 선임하는 사외이사 의장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게 자본시장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글로벌 리더들과 피지컬 인공지능(AI) 등 차세대 기술 혁신을 논의하는 김택진 창업자의 전문성과 리더십은 이사회 의장직이 아니더라도 공동대표직을 통해서도 충분히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 의장직을 사외의 법률·거버넌스 전문가에게 승계한다면 더욱 투명한 지배구조를 바탕으로 기업가치 제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기대할 수 있다.

이 외에도 보유 잔여 자사주 9.99%에 대한 소각 로드맵 수립이 선행돼야 한다. 현재 묶여 있는 자사주 215만여주는 개정 상법에 따라 일정 기간 내에 전량 소각하거나 활용 방안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 지난 4월 엔씨는 자기주식 약 8만주를 임직원 보상으로 활용하겠다고 공시했지만 여전히 200만주 이상의 자기주식에 대한 소각 계획은 밝히지 않고 있다.

자사주 소각은 발행주식 총수를 줄여 주당순이익(EPS)과 순자산가치를 올리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100만원을 호가했던 엔씨 주가는 현재 20만원대 중반에서 거래되고 있는데 주주들은 자기주식 소각을 통한 주가 부양 효과를 요구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엔씨의 지배구조를 포함한 전반적인 ESG 관리 역량은 글로벌 리더 수준에 도달해 리스크 노출도가 매우 낮다”면서도 “공동 대표 체제를 도입해 게임 개발과 경영 효율화로 역할을 분리한 것처럼 이사회 역시 경영과 분리해 독립적인 감시 기능과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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