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북중미 월드컵이 한창인 가운데, 홍명보호에서 아직 단 1분도 그라운드를 밟지 못한 선수가 있다.
고심하는 대한민국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 홍명보 감독 / 뉴스1
정체는 바로 혼혈 태극전사 옌스 카스트로프다.
독일 분데스리가 무대에서 경쟁력을 입증했고, 월드컵 직전 평가전에서도 왼쪽 측면 옵션으로 가능성을 보였지만 정작 본선 두 경기에서는 벤치만 지켰다. 체코전과 멕시코전을 지나 조별리그 마지막 남아프리카공화국전을 앞둔 지금, 카스트로프의 ‘0분 출전’은 홍명보호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월드컵서 아직도 ‘0분 출전’…카스트로프는 왜 주목받나
카스트로프는 한국인 어머니와 독일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태극전사다. 외국 태생 혼혈 선수가 한국 남자 국가대표로 월드컵 무대에 도전하는 사례라는 점에서, 대표팀 합류 때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옌스 카스트로프가 5일(현지시간)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이 열리는 멕시코 할리스코 과달라하라에 도착, 호텔로 이동하고 있다 / 뉴스1
그는 올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26경기 3골 1도움을 기록했다. 기대 득점 3.73이라는 지표에서도 드러나듯, 단순 수비형 자원이 아니라 공격 전개와 마무리 장면에 모두 관여할 수 있는 선수다.
원래 포지션은 미드필더지만, 측면 수비와 윙백 역할까지 소화할 수 있다. 특히 왼쪽 측면에서 안쪽으로 파고들며 직접 득점을 노리는 움직임이 강점이다. 지난 3월 쾰른전에서 왼쪽 윙백으로 출전해 멀티 골을 터뜨린 장면은 그의 공격성을 보여준 대표 사례다.
하지만 월드컵 본선에서는 아직 기회가 없었다. 체코전, 멕시코전 모두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특수 포지션인 골키퍼와 부상 선수를 제외하면, 카스트로프는 홍명보호에서 가장 눈에 띄는 ‘미사용 카드’로 남아 있다.
멕시코전 왼쪽 측면 설영우, 아쉬움은 분명했다
2026 북중미 월드컵에 출전하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옌스 카스트로프가 지난 15일(현지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에 위치한 베이스캠프 훈련장 치바스 바예 베르데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 뉴스1
카스트로프의 이름이 다시 거론되는 이유는 멕시코전에서 드러난 왼쪽 측면의 아쉬움 때문이다.
홍명보 감독은 체코전에서 오른쪽에 배치했던 설영우를 멕시코전에서는 왼쪽 윙백으로 기용했다. 이강인이 전방과 측면 사이로 패스를 넣고, 설영우가 뒷공간을 파고드는 패턴을 노린 선택이었다.
그러나 결과만 놓고 보면 완성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설영우는 전반 41분 한국의 첫 슈팅을 만들어내긴 했지만, 멕시코의 오프사이드 트랩을 제대로 깨지 못했다.
이날 한국이 기록한 오프사이드 6개 중 설영우가 4개를 기록했다. 또 11차례 수비 라인 돌파를 시도해 9차례 성공했지만, 정작 측면 크로스는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침투는 있었지만, 그 다음 장면이 부족했다.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 설영우가 지난 18일(현지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조별리그 2차전 대한민국과 멕시코의 경기에서 왼발 슛이 빗나가자 아쉬워하고 있다 / 뉴스1
왼쪽 측면에서 공격의 활로를 만들겠다는 의도는 분명했지만, 결과적으로는 홍명보 감독에게 또 다른 선택지를 고민하게 만든 경기였다.
그래서 카스트로프 카드가 더 궁금해졌다
카스트로프는 월드컵 직전 두 차례 평가전에서 왼쪽 윙백으로 실험됐다. 당시 그는 빠른 전진, 강한 압박, 탈압박, 침투 패스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무엇보다 카스트로프는 단순히 측면에 머무는 선수가 아니다. 왼쪽에서 안쪽으로 좁혀 들어오며 직접 슈팅까지 가져갈 수 있다. 상대 수비가 내려앉았을 때, 측면에서 중앙으로 균열을 만드는 역할에 적합하다.
남아공전은 바로 이 지점에서 카스트로프의 활용 가능성이 커지는 경기다. 남아공이 멕시코처럼 라인을 내리고 버티는 방식을 택한다면, 한국은 측면에서 단순 크로스만 반복해서는 답을 찾기 어렵다.
카스트로프처럼 안쪽으로 치고 들어가며 수비와 미드필더 사이 공간을 흔드는 유형이 필요할 수 있다. 현재까지 0분 출전에 그친 그가 오히려 남아공전의 승부수가 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남아공전, 32강 길목에서 필요한 건 ‘한 방’이다
한국의 조별리그 마지막 상대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이다. 이 경기는 단순한 3차전이 아니다. A조 2위로 32강 진출을 노릴 수 있는 결정적 길목이다.
남아공은 앞선 경기에서 수비 라인과 중원 사이의 공간을 여러 차례 노출했다. 측면 수비수들의 속도 대응 역시 약점으로 지적됐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옌스 카스트로프를 비롯한 선수들이 지난 19일(현지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에 위치한 베이스캠프 훈련장 치바스 바예 베르데에서 회복 훈련을 하고 있다 / 뉴스1
카스트로프가 왼쪽 측면에서 과감하게 안쪽으로 파고들고, 이강인이나 손흥민과 연계해 박스 근처에서 숫자를 늘릴 수 있다면 한국 공격은 다른 색깔을 낼 수 있다.
홍 감독은 23일 비공개 훈련을 통해 남아공전 선발 라인업을 결정할 전망이다. 카스트로프가 선발이든 교체든 월드컵 첫 출전 기회를 얻는다면, 홍명보호의 측면 전술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생길 수 있다.
변수는 있다…거친 성향과 ‘카드 잘 꺼내는’ 주심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 옌스 카스트로프가 지난 21일(현지시간) 멕시코 몬테레이의 대표팀 숙소에 도착하고 있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조별리그 3차전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경기를 앞두고 몬테레이에 입성했다 / 뉴스1
카스트로프 카드가 매력적인 만큼 리스크도 분명하다. 가장 큰 변수는 거친 플레이 성향이다.
그는 독일 무대에서 카드를 많이 받은 선수로도 알려져 있다. 2023-2024시즌 분데스리가2에서 옐로카드 12회, 경고 누적 퇴장 1회, 레드카드 퇴장 1회를 기록했다. 2024-2025시즌에도 옐로카드 11장을 받았다. 올 시즌에는 옐로카드 수는 줄었지만, 다이렉트 퇴장을 두 차례 당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카스트로프 본인은 “내 플레이 스타일이 공격적일 뿐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월드컵에서 레드카드를 받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남아공전 주심이 파쿤도 테요라는 점은 무시할 수 없다. 테요 심판은 2022 카타르 월드컵 한국-포르투갈전 주심으로 국내 팬들에게도 익숙한 인물이다. 카타르 월드컵 직전 아르헨티나 컵대회 결승에서 선수 10명에게 퇴장을 준 일로 화제가 된 바 있다.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지난 19일(현지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베이스캠프 훈련장인 사포판 치바스 바예 베르데에서 회복훈련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 뉴스1
카스트로프의 강한 압박과 적극성은 남아공전에서 무기가 될 수 있다. 동시에 카드 관리가 되지 않으면 위험 요소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홍명보 감독의 고민은 더 깊다.
월드컵 무대에서 아직 1분도 뛰지 못한 카스트로프. 남아공전은 그에게도, 홍명보호에도 중요한 분기점이다. 홍 감독이 끝내 꺼내지 않았던 이 카드를 마지막 조별리그 승부처에서 사용할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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