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김영민 기자] 미국이 스위스 후속 협상 성과로 발표한 이란의 국제원자력기구(IAEA) 핵사찰 복귀 합의를 이란 정부가 정면으로 부인했다.
미국이 후속 협상 직후 이란산 원유 거래를 한시적으로 허용하며 협상 진전에 대한 상응한 조치로 설명했으나, 이란은 IAEA 협력을 기존 절차 안에서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양국의 설명이 엇갈리면서 향후 진행될 실무 협의에서도 사찰단 복귀 방식과 제재 완화의 이행 순서를 둘러싼 주도권 싸움이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란 “핵 협상 없었다”…IAEA 협력 기존 절차 한정
이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22일 국영 IRNA 통신과 인터뷰에서 이란과 IAEA의 협력은 안전조치협정상 의무, 이란 의회 법률, 최고국가안보회의 결정에 따라 이어진다고 밝혔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이란이 IAEA 사찰단 초청에 동의했다”고 밝힌 뒤 나온 반박이다.
IRNA는 협상 관계자를 인용해 “이란이 스위스에서 18시간 동안 진행된 협상에서 핵 문제를 논의하지 않았고 새로운 약속도 수락하지 않았다”면서 “핵 협상 개시는 이슬라마바드 양해각서(MOU) 13항 이행에 달렸다”고 보도했다.
이란의 주장은 핵 검증 문제를 최종 합의 카드로 유보하는 한편, 미국이 제시한 원유 수출 허가와 해외 동결자산 해제 등 경제적 조치를 우선 확보하기 위해서다. 미국의 제재 완화 조치를 합의 이행에 따른 결과로 규정해 실무 협의에서 주도권을 잃지 않겠다는 계산도 깔려있다.
◇美, 원유 거래 허가···협상 진전 부각
반면 미국 정부는 원유 거래 허가 조치를 단행하며 협상 성과를 부각하는 데 집중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밴스 부통령은 “이란이 IAEA 사찰단 입국과 호르무즈해협 개방 유지 장치 마련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동결자산 처리와 레바논 휴전 관리 문제에서도 진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협상 종료와 동시에 이란산 원유, 석유화학제품, 석유제품의 생산·판매·운송 관련 거래를 8월 21일까지 허용하는 60일 기한의 임시 일반허가를 발급했다. 허가 범위에는 금융거래, 보험, 하역, 인도 등 수출 전반에 필요한 서비스가 포함됐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조치를 발표하며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의 자유롭고 개방된 통항과 IAEA 사찰단의 신속한 입국을 약속했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원유 수출길을 제한적으로 열어주는 대가로 에너지 수송로 안전과 핵 검증 복귀라는 약속을 공개 조건으로 제시한 셈이다.
미국의 원유 거래 허가는 국제 에너지 시장의 공급 우려와 호르무즈해협 폐쇄 리스크를 완화하는 조치다. 다만 이란이 핵사찰 합의를 부인하면서 미국의 협상 성과 범위는 후속 논의에서 다시 다뤄지게 됐다.
◇사찰 접근권·제재 완화 순서, 첫 쟁점 부상
후속 협상은 스위스에 남은 양국 실무진은 조항별 이행 순서와 세부 조건을 두고 후속 조율을 이어갈 예정이다.
최대 쟁점은 이번 원유 거래 허가의 대가성 여부다. 미국은 제재 완화를 이란의 사찰단 복귀 확약에 연계된 초기 상응 조치로 판단하는 반면, 이란은 이를 양해각서(MOU) 조항에 따른 미국의 선이행 의무로 간주하고 있다.
이란 내 핵시설에 대한 IAEA 사찰단의 접근 범위와 재개 시점도 쟁점이다. IAEA는 나탄즈·포르도·이스파한 등 피폭 핵시설 접근 문제를 제기해 왔고, 이란은 피폭 시설 사찰에는 별도 프로토콜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호르무즈해협 통항 조건도 남아 있다. 미국은 자유롭고 개방된 통항을 요구한다. 이란은 항행 지원, 선박 관리, 환경 보호 등 해협 관리 문제를 별도 협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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