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청소년들 '혐오 현수막'에 상처받을까 걱정돼…지지 어른 보여주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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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청소년들 '혐오 현수막'에 상처받을까 걱정돼…지지 어른 보여주고파"

프레시안 2026-06-23 07:52:0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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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10여 명이 커다란 피켓을 들고 서울 마포구 망원동 일대의 학교, 시장, 지하철역을 돌아다녔다. 피켓에는 "청소년 성소수자는 어디에나 있다", "성소수자 퀴어 우리가 여기 있다" 등 성소수자 청소년들을 응원하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이들은 특히 조전혁 당시 서울시교육감 후보의 현수막 앞에서 집중적으로 피켓을 들어 올렸다. 현수막에는 "퀴어 동성애 교육 추방"이라는 글씨가 큼지막하게 쓰여 있었고, 시민들은 이 문구를 '혐오 선동 현수막'이라고 규탄했다.

지난달 28일 피켓 시위를 벌인 이들은 한국여성민우회 활동가와 성소수자 청소년에 연대하는 시민들이다. 신혜정 한국여성민우회 활동가는 <프레시안>에 "교육감 후보라는 사람이 이런 현수막을 내걸었다는 게, 또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이걸 볼 수 있는데 아무런 제재 없이 걸려 있다는게 너무 문제라고 생각해 액션을 진행하게 됐다"고 취지를 밝혔다.

피켓 시위에 참여한 시민 가운데 성소수자도 있었다. 수도권 거주자 트랜스젠더 여성 동우(23) 씨는 "나 자신이 현수막이 조장하는 혐오의 대상인 퀴어 당사자이기 때문에 참여했다"며 "누군가는 이 현수막을 발언의 자유라 하겠지만 자유가 다른 사람의 존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 교육감 후보로 나온 사람이라면 자신의 주장으로 누군가 심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걸 고려하는 건 기본"이라고 꼬집었다.

조 전 후보의 현수막에 맞선 건 이들만이 아니다. 서로의 존재를 배우는 책모임 '우리사이'는 서울 곳곳에 설치된 현수막 아래에 "퀴어는 학교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다. 교육에 필요한 것은 차별과 혐오의 추방"이라는 현수막을 설치했다.

우리사이는 "(조 전 후보의) 현수막을 보고 상처받고 힘들었을 퀴어 시민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생각했다"며 "혐오에 맞서 비판의 목소리를 담은 현수막을 동네에 게시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성소수자인권단체연합 무지개행동과 청소년성소수자지원센터 띵동은 성소수자 혐오선동 현수막 민원 운동을 벌였다. 단체들은 "행정안전부의 옥외광고물법 금지광고물 적용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성소수자 비하 등 편견·차별을 조장하는 단어나 문구를 사용하는 현수막을 신고할 경우 계고 없이 제거할 수 있다"며 조 전 후보의 현수막을 '불법현수막'으로 규정했다.

▲지난달 28일 한국여성민우회 활동가들과 성소수자 연대 시민들이 서울 마포구 망원동 일대에서 피켓 시위를 벌였다.ⓒ한국여성민우회

피켓 시위와 맞불 현수막, 민원 운동에도 조 전 후보의 현수막은 유세 기간 내내 서울 곳곳에 걸려 있었다. 그는 도리어 "동성애 교육 다음은 퀴어축제 체험학습입니까" 등의 문구를 추가로 내걸며 성소수자를 선거 운동에 활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민원 운동을 벌인 단체들의 설명이 거짓일까?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옥외광고물법 제5조 제2항에 따른 금지광고물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여성차별, 남성경멸, 성소수자 비하 등 편견・차별을 조장하는 표현'을 금지광고물로 규정했다. 이에 더해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은 지난달 20일 "선거관리위원회는 혐오표현 발생 시 즉각적인 시정조치를 하는 등 책무를 다해야 한다"는 성명을 냈다.

정부 가이드라인과 인권위원장 성명에도 현수막에 제재가 가해지지 않은 핵심 이유가 뭘까. 박한희 무지개행동 공동대표는 지난 15일 '선거 선전물을 통한 정치인의 혐오 표현 대응 긴급 간담회'에서 "민원에 대한 지자체의 답변은 '선거 현수막은 공직선거법에 따라 설치할 수 있고 그 내용이 후보자 비방, 허위사실 유포 등 동법 다른 규정에 위배되지 않는 이상 별도로 제한이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또한 중앙선관위는 혐오 현수막 규제와 관련한 언론 질문에 "공직선거법상 비방이나 허위사실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선관위가 위법 여부를 판단하거나 별도 입장을 낼 사안은 아니다", "혐오인지 아닌지는 현행 선거법이 규율하는 영역이 아니다" 등의 입장을 냈다. 지자체는 선관위에 책임을 떠넘기고, 선관위는 공직선거법을 협소하게 해석하면서 혐오 문제를 방관한 셈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러한 혐오 방관을 막기 위해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푸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변호사는 "현행 법체계는 선거 선전물의 혐오 표현을 규율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전혀 없는 것이 아니"라면서도 "누구도 조치를 취하지 않는 규제의 공백이 발생하고 있으며, 그 사이에서 혐오 표현은 선거운동이라는 명목으로 거리에 그대로 남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선거운동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돼야 하지만, 특정 집단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혐오와 차별을 선동하는 표현까지 규제 없이 보호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직선거법 △옥외광고물법 △지방교육자치법 △교육환경보호법 등 혐오 현수막을 규제할 수 있는 관련법 개정을 다방면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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