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2주년 기획] 날 선 규제 일변도…부동산 시장은 ‘각자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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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2주년 기획] 날 선 규제 일변도…부동산 시장은 ‘각자도생’

직썰 2026-06-23 06: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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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미나이·임나래]
[제미나이·임나래]

[직썰 / 임나래 기자] ‘망국적 부동산 공화국 탈출’을 내건 정부가 대출과 세금, 토지 규제를 총동원하며 집값 잡기에 나서고 있지만 부동산 시장은 더 이상 하나의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고 있다. 규제의 강도는 갈수록 세지고 있지만 시장의 반응은 지역별로 엇갈리며 과거와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서울 강남과 경기 남부 반도체 벨트에서는 신고가 행진이 이어지는 반면 지방은 미분양과 수요 부진 속에 침체가 깊어지고 있다. 전세난과 공급 부족, 산업 지형 변화까지 맞물리면서 하반기 부동산 시장은 ‘규제의 시대’를 넘어 ‘각자도생의 시대’로 재편되고 있다.

◇규제 칼날 세운 정부…대출·토허·세금 전방위 압박

정부는 다시 부동산 시장을 향해 규제의 칼을 빼 들었다. 지난해 6·27 대출 규제로 금융권 돈줄을 조인 데 이어 서울 강남3구와 용산구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고, 지난 5월 10일부터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도 되살렸다. 집값을 자극하는 유동성을 대출과 세금으로 동시에 압박하는 방식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발언은 이러한 정책 기조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김 실장은 지난 20일 “세금 내고도 남는 장사라는 확신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글을 올리며 부동산 세제 조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규제의 범위도 넓어져 자금 조달부터 보유·양도 단계까지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다. 매수 문턱과, 보유 비용을 높이며, 되팔 때의 기대 수익까지 낮춘다. 정부의 “부동산을 더 이상 손쉬운 자산 증식 수단으로 두지 않겠다”는 정책 신호가 뚜렷해진 셈이다.

◇매수 눌렀더니 전세가 뛰었다…수도권 규제의 역설

강한 규제 메시지는 단기적으로 효과를 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에 따르면 올해 2월 넷째 주 강남3구와 용산구 집값은 약 2년 만에 하락 전환했다. 

그러나 시장은 곧 다른 곳에서 균열을 드러냈다. 매매시장을 겨냥한 규제의 파장은 전월세 시장으로 번졌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이후 매물은 오히려 잠겼고,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 감소와 정비사업 지연, 비아파트 공급 위축까지 겹쳐 전세 시장은 빠르게 말라갔다.

가격은 빈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한국부동산원의 '5월 전국 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서울 주택종합 전세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91% 올랐다. 월간 기준 약 12년 만의 최대 상승폭이다. 

전세가 뛰자 월세도 뒤따랐다. 부동산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4월 수도권 아파트 월세가격지수는 101.48로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투기를 억제하기 위해 가한 다주택자 압박이 결국 세입자 부담으로 되돌아왔다.

◇코스피 9000·반도체 호황…경기남부 신고가의 새 연료

최근 부동산 시장의 새로운 변수는 ‘반도체 호황’과 ‘증시 강세’다. 인공지능(AI) 산업 성장으로 반도체 수요가 커지면서 기업 실적 개선 기대가 높아졌고, 임직원 성과급과 투자 수익이 부동산 시장의 새로운 유동성이 됐다.

가장 먼저 감지된 곳은 경기 남부 반도체 벨트다. 반도체 산업단지를 따라 출퇴근 셔틀버스가 다니는 지역을 뜻하는 이른바 ‘셔세권’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주거 선택의 기준이 역세권을 넘어 일자리 접근성으로 확장돼 용인과 수원 등에서는 신고가 거래가 이어졌다.

동탄의 상승세는 그중에서도 두드러진다. 비규제지역에 서울 접근성까지 갖춘 데다, 일부 반도체 벨트 지역이 이미 고점을 형성하면서 매수세가 동탄으로 옮겨붙었다. 다만 이는 과거의 단순한 풍선효과와 다르다. 산업 성장, 양질의 일자리, 실거주 수요가 맞물린 수요기 때문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동탄은 투자 수요보다 실거주 목적의 수요가 중심인 지역인 만큼 규제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어서 가격 상승 압력이 지속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수도권은 과열, 지방은 침체…선명해진 ‘각자도생’

수도권이 과열되는 사이 지방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긴 터널을 지나고 있다. 미분양과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누적되는 가운데 인구 감소와 수요 부진이 이어지며 회복 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수도권은 정비사업만해도 조단위로, 리스크가 있어도 상쇄할 수 있지만 지방은 그만큼의 수익성이 따라오지 않는데 사고라도 나버리면 손해가 크다”며 “미분양 우려도 있기 떄문에 보수적으로 검토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반기에는 규제지역 추가 지정과 보유세·양도세 조정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그러나 문제는 규제의 강도가 아닌 ‘시장의 분화’다. 수도권 핵심지와 반도체 벨트, 지방 침체 지역이 서로 다른 궤도로 움직이는 상황에서 일률적인 규제만으로는 시장 전체를 통제할 수 없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반도체 호황의 직접적인 수혜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임직원, 반도체 관련 주식 투자자 등 일부에 국한된다”며 “반면 일반 국민들은 물가 상승과 주거비 부담으로 체감 경기가 더 어려워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식시장이 본격적인 조정 국면에 들어설 경우 전월세난에 밀린 실수요자들이 다시 매매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며 "단순히 세 부담을 높이는 방식만으로는 주택시장 불안을 해소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수도권 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지방 이전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와 지방 대학 투자를 늘리는 등 지역 경쟁력 강화에 재원을 투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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