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전역이 기록적인 폭염에 시달리면서 각국 정부가 비상 대응에 나섰다. 프랑스는 공공행사에서의 음주를 금지하는 강력한 조치를 시행했으며, 독일과 이탈리아, 스페인도 폭염 경보와 함께 각종 야외 행사를 축소하거나 취소하고 있다.
영국 BBC 등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는 21일(현지시간) 전국 96개 행정구역 가운데 35개 지역에 적색 폭염 경보를 발령할 예정이다. 대부분 지역의 낮 최고기온이 39~40도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일부 지역은 41도까지 치솟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시민 안전을 위해 선제 대응에 나섰다.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총리는 이날 파리에서 열리는 대규모 문화행사인 ‘음악 축제(Fête de la Musique)’를 포함해 폭염 경보가 발령된 35개 지역의 공공행사에서 음주를 전면 금지했다. 고온 환경에서 음주가 탈수와 건강 악화를 유발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프랑스 보건당국은 폭염 피해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프랑스 공중보건청에 따르면 지난해 폭염과 관련해 약 57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도인 2024년의 3700명보다 크게 증가한 수치다. 특히 사망자의 대부분이 75세 이상 고령층으로 나타나 폭염이 취약계층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커지고 있다.
독일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독일 기상청은 일부 지역 기온이 38도까지 오르면서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 경보를 발령했다. 당국은 고온다습한 기상 조건으로 인해 강한 뇌우와 국지성 폭우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시민들에게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이탈리아도 로마와 볼로냐를 비롯한 주요 도시의 낮 기온이 36~37도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지방정부들은 냉방시설이 갖춰진 공공시설 개방을 확대하고 노약자 보호 대책을 강화하고 있다.
스페인에서는 안전 문제를 이유로 야외 응원 행사까지 중단됐다. 스페인 축구협회는 마드리드 콜론 광장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 팬존 운영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수많은 인파가 모이는 야외 공간에서 열사병 등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이다.
폭염은 건강 문제를 넘어 경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에마뉘엘 물랭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는 생산성 저하와 전력 사용 증가 등 폭염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단기적으로 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노동 생산성과 산업 활동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유럽에서 반복되는 초고온 현상이 일시적인 기상이변이 아니라 기후변화의 영향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이에 따라 각국 정부는 폭염 대응 체계를 강화하는 한편, 에너지·보건·도시 인프라 전반에 대한 장기적인 적응 전략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럽이 또 한 번 기록적인 더위와 맞서고 있는 가운데, 폭염이 단순한 계절적 현상을 넘어 사회·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위험 요인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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