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가 마무리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충북 충주시장 선거는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 불과 124표 차로 승부가 갈린 선거 결과를 두고 재검표가 결정되면서, 이미 봉인된 투표용지 10만여 장이 다시 검표대 위에 오르게 됐다. 당선인이 확정된 이후 선거 결과를 다시 확인하는 절차가 진행되는 만큼 지역 정가의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충북도선거관리위원회는 최근 충주시장 선거에서 낙선한 더불어민주당 맹정섭 전 후보가 제기한 선거 소청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다음 달 15일 한국교통대학교 충주캠퍼스 체육관에서 충주시장 선거 재검표가 실시될 예정이다.
이번 재검표의 핵심은 선거 결과를 다시 뒤집기 위한 정치적 공방이 아니라 실제 개표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는지를 확인하는 데 있다. 재검표가 진행되면 선거 당시 사용된 투표용지 전량이 다시 확인 대상이 된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반발해 시민들이 시위를 하고 있는 9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 설치된 개표소 앞에 한 반려견이 재선거 문구가 적힌 태극기를 두르고 있다. 2026.6.9/뉴스1
선관위는 재검표 당일 체육관을 통제한 뒤 보관 중인 투표함과 투표용지를 개봉해 집계를 진행할 계획이다. 대상은 충주시장 선거에 사용된 투표용지 10만8077장이다. 개표 당시 활용됐던 심사계수기와 함께 수개표 방식도 병행해 최종 결과를 다시 확인한다.
재검표에는 상당한 비용도 투입된다. 선관위는 이번 재검표 비용이 약 4700만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관련 비용은 소청을 제기한 맹 전 후보 측이 부담하게 된다.
이번 선거는 전국 지방선거 가운데서도 손꼽히는 초접전 승부였다. 최종 개표 결과 국민의힘 이동석 후보는 5만2962표를 얻어 50.0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반면 민주당 맹정섭 후보는 5만2838표를 얻어 49.94%를 기록했다. 두 후보의 표 차이는 단 124표였다.
비율로 환산하면 불과 0.11%포인트 차이다. 유권자 1000명 중 1명도 되지 않는 표심 차이로 승부가 갈린 셈이다.
특히 개표 과정도 극적인 흐름을 보였다. 개표 초반에는 맹 후보가 20%포인트 이상 앞서며 우세를 보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격차가 줄어들었다. 결국 새벽 4시 무렵 이동석 후보가 역전에 성공했고 이후 리드를 유지하며 최종 당선이 확정됐다.
맹 후보 측이 재검표를 요구한 배경에는 무효표 규모도 있다. 충주시장 선거 무효표는 총 2277표로 집계됐다. 이는 두 후보 간 격차인 124표의 약 18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맹 후보 측은 "개표 작업이 새벽까지 이어지면서 개표원들의 피로가 누적됐을 수 있다"며 "실제 입력 과정이나 분류 과정에서 실수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해왔다. 또한 개표 과정에서 일부 입력 오류가 있었을 수 있다는 제보도 접수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맹 후보 측은 선거 결과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검표 과정에서 오류가 없었는지 객관적으로 확인하자는 취지라는 것이다.
선거가 끝난 뒤 재검표가 이뤄지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지만 법적으로 보장된 절차다. 공직선거법은 선거 결과에 이의가 있는 경우 선거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선거 소청을 제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선관위는 접수된 소청에 대해 60일 이내에 심사해 인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3일 오후 경북 포항시 남구 만인당에 마련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개표소에서 투표종사원들이 투표지를 분류하고 있다. 2026.6.3/뉴스1
실제로 국내에서는 박빙 승부가 나온 선거에서 재검표가 진행된 사례가 적지 않다. 다만 대부분의 경우 재검표 이후에도 최종 결과는 유지됐다. 과거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도 수십 표에서 수백 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된 뒤 재검표가 실시된 적이 있지만 결과가 뒤집히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검표 제도가 존재하는 이유는 선거 결과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민주주의에서 선거는 결과만큼이나 과정에 대한 신뢰가 중요하다. 당선인과 낙선인 모두가 결과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개표 과정이 투명하게 검증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번 충주시장 선거 재검표 역시 같은 맥락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미 당선증이 교부되고 당선인이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선거 과정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만큼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다시 한 번 확인 작업이 이뤄지는 것이다.
다음 달 15일 진행될 재검표에서는 봉인된 투표함이 개봉되고, 10만8077장의 투표용지가 다시 집계된다. 최종 결과가 처음과 동일하게 나올지, 아니면 일부 수치가 수정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만 현재까지 공개된 득표 차이와 과거 사례들을 고려하면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그럼에도 이번 재검표는 이미 끝난 줄 알았던 지방선거가 다시 한 번 법적 검증 절차를 밟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선거의 승패를 넘어 개표 과정의 정확성과 선거 신뢰도를 다시 확인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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