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시각) 종전 양해각서(MOU) 이행을 위한 미국과 이란의 1차 고위급 협상이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됐다. 레바논 문제 담당 기구 설립과 호르무즈 해협 통항 관련 연락선 구축이 주요 합의 내용으로 꼽힌다. 주말 이란이 레바논에서의 합의 위반을 지적하며 호르무즈 해협을 재봉쇄해 상선 통항이 즉시 대폭 감소했고 향후 언제든 이란이 다시 이를 인질 삼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이스라엘이 레바논 주둔 의지를 재확인하며 레바논 불씨도 남았다.
22일 중재국 카타르와 파키스탄은 공동성명을 통해 스위스 뷔르겐슈토크에서 전날부터 열린 미·이란 간 고위급 회담 1차 회의가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성명은 회의가 "긍정적·건설적 분위기" 속에 진행됐고 향후 실무 회담을 위함 매커니즘 구축을 포함해 "고무적 진전"이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성명에 따르면 이번 회담에서 "60일 내 최종합의에 도달하기 위한 로드맵이 합의"됐다. 미·이란은 양해각서 이행과 관련한 정치적 감독을 제공할 고위급 위원회 설치도 합의했다. 양쪽은 뷔르겐슈토크에서 이번 주 남은 기간 동안 실무 회담을 이어갈 예정이다.
성명은 이번 회담을 흔들었던 레바논 및 호르무즈 해협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가 진행됐다고 밝혔다. 성명은 미·이란과 레바논 간 양해각서에 따른 레바논에서의 군사 작전 종료 준수를 보장하기 한 "갈등 완화 기구"를 중재국과 협력해 설립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 관련해선 "상선들의 안전한 통항을 목적으로 사고와 소통 오류를 피하기 위한 당사국 간 연락선이 구축"됐다.
종전 양해각서 합의 뒤에도 벌어진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 간 교전이 최종 협상의 뇌관이 될 수 있을 거란 우려는 주말 1차 고위급 회담 상황에서 현실이 됐다. 19일 레바논 휴전 합의에도 불구하고 20일 이스라엘이 헤즈볼라 공격에 대한 대응이라며 레바논을 공격해 최소 20명이 사망했고 이란은 합의 위반을 구실로 같은 날 호르무즈 해협 재봉쇄를 선언했다.
이란의 해협 재봉쇄에 격분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1일 회담 공식 시작 전 미 폭스뉴스에 이란에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폐쇄할 경우 "나라를 갖지 못할 것"이라고 위협하자 이란 대표단이 회담 복귀를 거부했다는 이란 반관영 <ISNA> 통신 보도 등이 나와 협상이 중단 혹은 결렬될 수 있다는 위기감까지 치솟았다.
다만 22일 <로이터> 통신은 한 미국 외교관이 "이란 쪽은 자리를 뜨지 않고 밤늦도록 여기서 회담과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고 이후 중재국들이 완료 성명을 내며 가까스로 1차 회담이 마무리 됐다.
이란은 레바논 전쟁 종식에 "큰 진전"이 있었다며 협상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내놨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22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원유와 석유화학 제품 수출 제한이 해제되고 봉쇄 조치가 풀렸으며 일부 동결 자산이 해제됐고 이란을 위한 대규모 재건·개발 계획이 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이란 재봉쇄 발표 뒤 호르무즈 해협 통항 즉시 급감
회담 결렬은 피했지만 이란이 협상패로 이용하거나 혹은 최종 합의 이후라도 자의적 판단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언제든 다시 봉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이란 반관영 <파르스> 통신에 따르면 21일 군 소식통은 추가 공지가 있을 때까지 새 통항 허가가 발급되지 않을 거라고 밝혔다.
재봉쇄 효과는 즉시 나타났다. <로이터>는 해양데이터분석회사 케이플러 자료를 인용해 21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선박이 5척에 불과해 전날 26척에 비해 크게 줄었다고 보도했다. 위치추척기(트랜스폰더)를 끄고 항해한 선박은 집계에서 제외됐을 수 있다.
해양정보업체 윈드워드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21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선박이 12척으로, 전날 21척 이상이 통과한 데 비해 반토막 났다고 밝혔다. 윈드워드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현재 위치추적기를 끈 '암흑 항해', 이란 연계, 제재 대상 선박 등이 주로 항해 중으로 "정상적으로 개방됐다기보다 봉쇄 말기의 기준선과 더 유사"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호르무즈 재봉쇄 및 협상 흔들림으로 22일 유가도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국제유가 기준 브렌트유 8월 인도분 선물은 22일 장중 한때 배랄당 82.3달러까지 올랐다가 1차 회담 마무리 안도감에 다시 하락해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영국일광절약시간대(BST) 오전 9시9분 기준 전 거래일 대비 0.67달러(1.2%) 내린 배럴당 79.9달러에 거래 중이다.
<로이터>를 보면 ING 분석가들은 회 종료 전 발표한 보고서에서 "최근 상황은 보다 영구적 합의로 나아가는 게 어려울 것이며 60일 휴전 기간 동안 적대 행위가 재발할 현실적 위험이 매우 높음을 보여준다"고 내다봤다.
이스라엘이 주둔을 고집하며 레바논 전투 불씨도 여전히 살아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1일 행사 연설에서 이스라엘이 레바논에 설치한 "안보 구역"을 "필요할 때까지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란이 이스라엘의 레바논 철군이 휴전 조건이라고 명확히 한 가운데 아라그치 장관은 22일 1차 고위급 회담 마무리 뒤 레바논 갈등완화 기구가 협상의 "첫 번째 진정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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