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에서 필자는 일본 나오시마의 사례를 언급한 바 있다. 인구 감소와 산업 쇠퇴의 위기를 겪던 일본의 작은 섬이 문화와 관광을 통해 새로운 활력을 만들어낸 과정은 지역의 미래를 생각하는 데 적지 않은 시사점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단순한 지역의 관광 성공담이 아니다. 지역이 지닌 고유한 자원과 정체성을 새롭게 해석하고 그것을 유기적으로 연결할 때 쇠퇴의 공간으로 여겨지던 곳도 다시 가능성의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지역소멸의 시대에 지역의 가능성과 지역혁신을 다시 물어야 한다.
이제 지역소멸이라는 말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인구 감소, 청년 유출, 고령화, 폐교, 빈 점포의 증가는 일부 지역 농어촌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소도시 역시 예외가 아니다. 수도권 집중이 심화될수록 지역은 점점 더 남겨진 공간처럼 인식된다. 그러나 지역소멸을 단지 인구의 많고 적음으로만 설명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숫자의 감소가 아니라 삶의 기반이 약해지는 데 있다. 일자리는 줄고, 교육과 의료 접근성은 낮아지며, 돌봄과 교통 여건은 악화된다. 그러면 사람들은 지역에서 자신의 미래를 상상하기 어려워진다. 결국 소멸은 단순한 인구통계 현상이 아니라 생활의 지속 가능성이 흔들리는 구조적 위기가 된다.
그렇다고 지역을 위기의 언어로만 규정할 수는 없다. 지역은 부족한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가능성이 축적된 공간이기 때문이다. 각 지역에는 오랜 시간 형성된 산업 기반이 있고 자연과 문화, 생활양식, 공동체적 관계, 그리고 도시에서는 쉽게 대체할 수 없는 고유한 정체성이 있다. 문제는 자원이 없다는 데 있지 않다. 그 자원이 미래 자산과 콘텐츠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지역의 가능성은 막연한 희망이 아니다. 이미 존재하는 삶의 자원과 관계를 새롭게 읽어내고 다시 엮어내는 능력에서 출발한다. 지역의 역사와 산업, 청년의 창의성, 주민의 생활 경험, 지역대학과 행정의 역량이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될 때 그 가능성은 비로소 현실이 된다.
이 지점에서 필요한 것이 지역혁신이다. 지역혁신은 단순히 첨단기술을 도입하거나 외부 자본을 유치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물론 디지털 전환과 스마트 인프라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지역 안의 사람과 자원, 제도를 새롭게 연결하는 방식의 혁신이다. 예산 중심의 단발성 사업이 아니라 정주 여건을 개선하는 장기적 설계가 필요하다. 보여주기식 개발이 아니라 실제 삶을 지탱하는 일자리, 주거, 교육, 돌봄의 통합 전략이 필요하다. 청년을 지역으로 오게 하는 홍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역에 머물 이유를 만드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의 지역혁신은 유입 경쟁이 아니라 정주 가능성의 경쟁이 돼야 한다.
앞으로의 지역정책도 방향을 바꿔야 한다. 지역을 수도권의 축소판으로 만들려는 접근은 분명한 한계를 지닐 것이다. 모든 지역이 대도시처럼 될 수는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중요한 것은 지역이 자기다움을 잃지 않으면서도 지속가능한 삶의 구조를 갖춰 가는 일이다. 지역의 미래는 얼마나 많은 시설을 짓느냐가 아니라 그 공간에서 사람들이 얼마나 오래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지역소멸의 시대에 필요한 것은 비관도 낙관도 아니다. 지역 안에 이미 존재하는 자산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그것을 실질적 변화로 전환하는 혁신역량이다. 지역은 사라지는 곳이 아니다. 다시 설계돼야 할 삶의 터전인 것이다. 이제 우리는 소멸의 징후만 바라보는 데서 멈추지 말고 가능성을 조직하고 혁신을 실행하는 쪽으로 시선을 정확히 바라보고 옮겨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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