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의 평균 수명은 대체로 15~20년으로 인간에 비해 현저히 짧다. 따라서 반려인은 언젠가 반려동물과의 사별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동물장례식장을 통한 화장, 메모리얼 스톤 제작 등 반려동물 사후 장례문화가 빠르게 전문화·제도화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별 이후 반려인이 겪는 심리적 고통, 이른바 ‘펫로스 증후군(Pet Loss Syndrome)’을 체계적으로 치유하고 지원할 수 있는 심리·상담 인프라는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필자의 지인은 지난해 15년간 가족처럼 함께 지낸 반려견을 떠나보낸 뒤 심각한 펫로스 증후군을 겪고 있다. 지금도 매일 밤 눈물을 흘릴 만큼 슬픔이 깊고 일상 속에서 반려견의 흔적을 마주하거나 비슷한 외형의 강아지를 보기만 해도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다. 더욱 큰 문제는 이러한 슬픔을 주변에 쉽게 드러내지 못한다는 점이다. ‘동물 한 마리가 죽은 것에 지나치게 슬퍼한다’는 시선과 비난을 우려해 감정을 억누르다 보니 지인은 현재 우울감과 불면증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2025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사별 경험 반려가구의 54.7%가 펫로스를 경험했다. 이들 가운데 83.2%는 심각한 상실감이나 우울감을 느꼈으며 특히 20, 30대 젊은층과 1인 가구에서 그 충격이 더 크게 나타났다. 2023년 대한의학회지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반려동물과 사별한 사람의 55%가 정상적인 애도 반응의 범위를 넘어 중증도 이상의 심리적 부적응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배우자 및 부모 등 핵심 가족을 잃었을 때와 비슷한 수준의 충격이다.
전문가들은 펫로스가 일반적인 사별보다 위험할 수 있는 결정적 요인으로 ‘사회적 고립’을 지적한다. 반려동물과의 이별로 인한 슬픔을 억누르다 보면 우울감이 내면화돼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나 극단적인 선택 충동 같은 심각한 정신건강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뒤 찾아오는 상실감과 우울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애도의 과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가족과 지인의 따뜻한 공감과 위로는 물론이고 전문 상담과 지역사회 차원의 심리 지원 체계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 이제는 이별 이후 남겨진 반려인의 마음을 돌보는 사회적 인프라 역시 본격적으로 논의돼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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