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자산 ‘70% 한도’ 무용론 대두…연금개미들은 이미 최대 94%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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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자산 ‘70% 한도’ 무용론 대두…연금개미들은 이미 최대 94% 선택

이데일리 2026-06-22 19:00:4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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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고용노동부가 퇴직연금의 위험자산 투자한도 규제 완화를 검토하는 배경에는 가입자들의 투자 행태 변화가 자리한다. 최근 주가 상승으로 위험자산 투자 비중이 70% 한도를 초과하는 사례가 늘고 있고 투자자들은 주식형 상품 비중을 높이기 위해 채권혼합형 상장지수펀드(ETF) 등으로 우회 전략을 펴는 상황이다. 현행 규제가 시장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당국이 전향적인 입장 변화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DB에서 DC로, 원리금보장형에서 실적배당형으로

22일 노동부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전년 대비 16.1% 늘어난 501조4000억원으로 사상 처음 50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퇴직연금 전체 수익률은 6.47%로 제도 도입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내 증시 활황과 가입자들의 적극적인 운용에 따른 결과다.

퇴직연금의 중심축도 회사가 운용하는 확정급여형(DB)에서 가입자가 직접 굴리는 확정기여형(DC) 및 개인형퇴직연금(IRP)으로 옮겨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DC형(28.2%)과 IRP(26.1%) 합산 비중은 54.3%로 DB형(45.7%)을 앞질렀다. 퇴직연금 운용 주체가 기업에서 개인으로 이동하고 있는 만큼 가입자의 투자 선택권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운용 방법별로는 실적 배당형이 23조3000억원으로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의 24.6%를 차지했다. 실적 배당형은 펀드나 회사채 등 원금을 보호받지 못하지만 기대 수익률이 높은 종목에 투자하는 형태다. 여전히 대다수 적립금(378조1000억원)이 예금과 보험, 국채 등에 투자하는 원리금 보장형에 쏠려 있지만 그 비중은 2023년 87.2%에서 지난해 75.4%로 점차 낮아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퇴직연금 위험자산 투자한도를 현행 70%에서 100%로 확대하면 실적 배당형 상품 비중이 늘어나고 수익률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실적 배당형 수익률은 2024년 9.96%에서 지난해 16.8%로 상승했다. 반면 원리금 보장형으로 운용된 퇴직연금의 경우 지난해 수익률이 3.09%로 전년(3.67%)보다 하락했다.

◇위험자산 한도 우회로 찾는데…규제 실효성 낮아

이미 가입자들은 70% 한도를 넘어 위험자산 투자를 늘리기 위해 채권혼합형 ETF와 타깃데이트펀드(TDF) 등 우회로를 찾고 있다. 주식과 채권을 절반씩 담은 채권혼합형 ETF는 안전자산으로 간주돼 연금 계좌에서도 100% 편입 가능하다. 가입자가 위험자산 투자 한도인 70%를 주식형 ETF로 채우고 나머지 30%를 채권혼합형 ETF로 담으면 전체 주식 투자 비중을 최대 85%까지 높일 수 있다.

연금 계좌 내 투자 수요가 늘면서 주식·채권 혼합형 ETF 순자산총액은 2023년 말 8000억원 수준에서 현재 20조8000억원 수준으로 급증했다. 퇴직연금 계좌를 통한 ETF 투자액도 증가세다. 지난해 말 48조7000억원으로 3년 연속 매년 100%대 증가율을 보였다.

TDF도 마찬가지다. TDF는 투자자의 은퇴 시점을 고려해 생애주기별로 자산을 배분하는 펀드다. 은퇴 시점에 맞춰 위험자산 비중을 줄이는 등 조건만 충족하면 ‘적격 TDF’로 인정돼 퇴직연금 계좌에서 100% 투자할 수 있다. 계좌 내 70%를 주식형 상품으로 채우고 나머지를 주식 비중이 80%인 TDF로 채우면 전체 위험 자산 비중이 94%까지 높아진다.

투자자들이 규제를 우회하고 있는 만큼 현행 위험자산 투자한도가 사실상 실효성을 잃었다는 지적이다. 위험자산의 규모를 줄이는 방식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투자 위험을 관리하려면 특성이 다른 위험자산을 여러 개 섞어 위험이 분산되도록 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는 제언이다. 실제 연금 선진국 가운데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을 구분하는 곳은 없다.

민주영 신영증권 연금사업부 상무는 “위험자산에 70% 이상 투자하고자 하는 가입자 수요가 많고 이미 우회 투자도 널리 공유되는 상황”이라며 “관련 규제를 없애 편법 없이 투자하고 수익률을 제고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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