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문영서 기자】 글로벌 디지털자산 제도화 움직임이 구체적인 법제화 단계로 진입한 가운데 대한민국도 투자자 보호와 시장 신뢰 구축을 위한 한국형 입법 모델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실에서 더불어민주당 안도걸 의원과 이강일 의원 주최, 한국핀테크산업협회와 타이거리서치 주관으로 ‘글로벌 디지털자산 제도화 동향과 대한민국의 입법 방향’ 국회 세미나가 열렸다.
이날 세미나를 공동 주최한 안도걸 의원은 개회사에서 디지털자산이 단순한 투자를 넘어 차세대 금융 인프라로 진화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특히 국채, 머니마켓펀드(MMF), 예금 등을 디지털 토큰화하는 실물자산토큰(RWA) 시장이 1년 만에 5배 이상 성장한 점을 언급하며 블랙록이나 JP모건 같은 글로벌 금융기관의 발 빠른 대응을 조명하기도 했다.
안 의원은 “우리나라가 이러한 흐름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제도적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투자자 보호와 시장 신뢰 확보를 바탕으로 성장 기회를 선점할 수 있도록 국회에서 명확한 규율을 정립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첫 번째로 발제를 맡은 솔라나 정책연구소 밀러 화이트하우스-레바인 CEO는 미국의 디지털자산 규제 체계를 상세히 소개했다. 그는 미국 규제의 두 축으로 입법 절차가 진행 중인 시장구조법 ‘클래리티(CLARITY) 법안’과 이미 제정돼 시행 단계에 들어간 스테이블코인법 ‘지니어스(GENIUS) 법’을 꼽았다.
밀러 CEO는 “미국은 디지털 자산을 오랫동안 소송이나 집행 조치로 규제해 와 기업들의 불확실성이 컸고 소비자 보호도 미흡했다”며 “클래리티 법안은 이를 명확한 성문 규정으로 대체하려는 목적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규제의 핵심 쟁점으로 증권과 상품의 명확한 구분을 강조하며, 특정 주체가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실질적으로 통제하는지 여부를 따지는 ‘통제권 기준’을 적용해 탈중앙화 수준에 따라 규제 의무를 완화하거나 현실적인 중간 지대를 설계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클래리티 법안은 그동안 연방 규제 기관이 없었던 디지털 자산 현물 시장의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감독 권한을 부여하고 거래소 등록과 고객 자산 분리 보관 등의 보호 규정을 도입했다. 아울러 전통 금융기관이 법적 확실성을 갖고 퍼블릭 블록체인을 활용해 수탁이나 자산 토큰화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디파이(DeFi)의 경우 소프트웨어가 자동으로 작동하고 통제 주체가 없다면 개발자를 규제 대상 중개인으로 간주하지 않는 방향을 담았다.
밀러 CEO는 “클래리티 법안은 하원을 통과해 상원 검토를 앞두고 있으며, 이미 지난해 7월 제정된 지니어스 법은 1대1 완전 담보 의무화와 알고리즘 기반 발행 금지 등 엄격한 기준 하에 세부 시행 규정을 마련 중으로 늦어도 내년 1월 전면 시행된다”며 “미국 규제는 사후 집행 중심에서 명확한 성문 규정 체계로 이동하고 있다”고 평했다.
마지막 발제자로 나선 오르카(Orca)의 크리스토퍼 몬타가노 최고법률책임자(CLO)는 규제 당국과의 협력 경험과 퍼블릭 블록체인 기반의 자산 토큰화 실무 사례를 공유했다. 몬타가노 CLO는 오르카가 주도한 상장 주식 온체인 거래 프레임워크인 ‘프로젝트 오픈’을 소개하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의 건설적인 소통을 통해 최근 인터페이스의 상장 주식 거래 지원을 위한 초기 실무 지침과 규제 완화 성과를 이끌어냈다고 밝혔다. 그는 “기술 개발자가 규제를 회피하지 않고 컴플라이언스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설계한다면 규제 당국과 얼마든지 생산적인 협력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몬타가노 CLO는 오르카 인프라에서 실제 운용 중인 세 가지 토큰화 사례를 제시했다. 소파이 창업자가 설립한 피겨 테크놀로지의 기관급 사모대출 수익 토큰 ‘프라임(PRIME)’, 백팩이 발행한 스페이스X 주식 추종 토큰 ‘SPCX’, 스트리넥스의 금 담보증권 토큰 ‘GLDY’를 언급하며 퍼블릭 블록체인을 통한 24시간 글로벌 유통의 이점을 설명했다.
특히 제한 증권인 GLDY의 거래 구조를 통해 “투자자 자격 요건 검증은 발행사가 관리하고 집행은 토큰 자체 수준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플랫폼이 개인정보를 수집하거나 자산을 수탁하지 않고도 안전하게 규제를 준수할 수 있다”며 개방형 인프라와 규제 혁신의 조화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날 토론은 한국외대 안수현 교수가 좌장을 맡았으며 법무법인 태평양 김효봉 변호사, 인천대 동북아국제통상물류학부 김윤경 교수, 미래에셋증권 이용재 디지털자산산업본부장, 웨이브릿지 오종욱 대표, 바이셀스탠다드 한상형 법무실장 등 학계와 업계 전문가들이 참여해 대한민국 디지털자산 입법을 두고 심도 있는 대화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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