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백연식 기자] 케이블TV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의 핵심 수익 기반인 방송수신료 매출이 2030년에는 2024년 대비 최대 2200억원 이상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가입자 기반 약화, 홈쇼핑 송출수수료 감소, 콘텐츠 사용료 부담 증가가 동시에 나타나는 상황에서 현 구조가 유지되면 SO 경영 악화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2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방송미디어 구조변화에 따른 유료방송 정책 재정립 방안 마련’ 세미나에서 이종관 법무법인(유) 세종 수석전문위원은 ‘케이블TV SO 경영진단 및 제도개선 필요성’ 발제를 통해 SO 경영환경과 시장 전망, 제도개선 과제를 제시했다.
이 수석전문위원은 SO 경영환경을 구조·경쟁·수익·비용·정책 측면에서 진단했다. 구조적 측면에서는 방송상품 결합상품 비중이 2023년 83.3%에 달하면서, 결합상품 구성이 쉽지 않은 SO가 가입자를 유지·확대하는 데 한계를 겪고 있다고 봤다. 수익적 측면에서는 홈쇼핑 송출수수료 매출 감소가 주요 위험요인으로 제시됐다. 2024년 SO의 홈쇼핑 송출수수료 매출은 7,079억 원으로 전년 대비 3.3% 감소했으며, 이는 가입자 감소율 2.3%보다 높은 수준이다.
비용적 측면에서는 콘텐츠 사용료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지적됐다. 프로그램 사용료는 2011년 2300억원에서 2024년 3475억원으로 51.1%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방송수신료 매출은 1조 2025억원에서 5719억원으로 52.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콘텐츠 사용료는 콘텐츠의 가치와 해당 콘텐츠가 유료방송 플랫폼의 가치 증가에 기여한 정도를 반영해 산정돼야 하지만, 국내 유료방송시장에서는 이러한 기준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책적 측면에서는 SO 활성화 및 지원정책이 논의되고 있음에도 구체적인 실행계획이나 법령 개정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수석전문위원은 정부조직 개편에 따른 논의 지체, 케이블TV에 대한 정책 주목도 약화, 입법부와 정부의 정책 우선순위 등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시장 전망도 밝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석전문위원은 SO의 본질적 수익 기반인 방송수신료 매출을 ARPU와 가입자 수 전망을 토대로 추정한 결과, 2030년까지 감소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분석에 따르면 방송수신료 매출 기준 ARPU는 2024년 3883원에서 2030년 부정적 전망 기준 2555원까지 연평균 6.4%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가입자 수 역시 2024년 1227만 단자에서 2030년 부정적 전망 기준 1137만 단자 수준으로 연평균 1.5%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따라서 방송수신료 매출은 2024년 5719억원에서 2030년 긍정적 전망 기준 4240억원, 부정적 전망 기준 3485억원까지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 구조가 유지될 경우 2030년에는 2024년 대비 방송수신료 재원이 1400여억원에서 최대 2200여억원(연평균 7.8%) 감소해 SO 경영상황이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 수석전문위원은 SO의 매출 감소와 비용 부담 증가 가능성을 고려할 때 별도의 지원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단기적으로는 지역채널 운영 관련 제작비 지원, 지역채널에 대한 정부·지자체 광고 집행, 방송법상 중소 SO 지원 근거의 실질적 집행 등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또한 콘텐츠 대가 산정 방식 개선과 방송통신발전기금 징수율 조정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콘텐츠 대가는 SO 매출과 연동하거나 일정 비율을 상한으로 설정하는 방식 등을 검토할 수 있으며, 객관적 평가 기준 마련과 합리적 대가 산정, 사업자 간 분쟁 조정 기능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약관규제, 요금 및 채널운용 규제를 완화해 상품 경쟁력을 높이고, 재허가제도와 부관, 역무 통합 및 네트워크·전송 관련 규제 등 기존 규제체계를 시장 환경 변화에 맞게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발제를 맡은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소장은 ‘방송미디어 구조변화에 따른 케이블TV 역할 재정립을 위한 정책과제’를 통해 “정부는 인수·합병(M&A) 등 구조 개편 국면에서 SO의 정체성을 재정립할 기회를 여러 차례 가졌으나 실기(失機)했고, 그 결과 SO의 위상은 더욱 불분명해졌다”라고 말했다.
이어 “SO의 모호한 정체성 등 매체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대응이 이뤄지지 못한 상황에서 사업자가 재원 구조상의 어려움으로 이탈하게 되면 정부의 역할론이 대두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유료방송은 신규 상품 출시 하나에도 실질적인 승인을 받아야 하는 경로의존적 규제 행정에 시달리고 있으며, 소수의 주요 채널과 경쟁력 없는 다수의 채널을 의무적으로 제공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전했다.
정책과제로는 먼저 규제혁신을 통한 유료방송 자율성 확대가 제시됐다. 단기적으로 SO를 규제혁신 시범사업자로 지정해 편성·요금·상품 구성의 자율성을 넓히고, 중기적으로는 의무편성 채널 규제를 단계적으로 축소해 사업자의 채널 운영 자율성을 보장하는 방안이 제안됐다. 장기적으로는 의무편성 채널 규제를 폐지하고, 유료방송 요금제도를 자기완결적 신고제로 개편해 상품 출시와 요금 결정의 자율성을 확대해야 한다고 봤다.
두 번째로는 지역방송 관련 특별법 제·개정 등을 통해 SO의 지역성 구현에 대한 실효적 지원 기반을 구축하고, 공적 역할을 수행하는 사업자에 대한 방송통신발전기금 감면 및 공제 혜택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아울러 재무적으로 취약한 사업자에 대해서는 기금 산정 모수를 매출액 중심에서 이익 중심으로 개선해 부담 능력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세 번째로는 가입자 감소와 수익성 악화 등으로 사업 지속이 어려운 SO에 대해 출구전략 마련과 관리형 퇴출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특히 정부의 사전 준비 없이 특정 SO가 시장에서 이탈할 경우 후속 피해와 책임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 만큼, 서비스 연속성 보장, 이용자 보호, 지역성 구현, 방송 생태계 보호를 포함한 종합적인 대응체계를 사전에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는 유료방송 플랫폼별 특성과 역할을 고려한 정책체계 구축과 중·장기 발전전략 수립 필요성이 제시됐다. 통합미디어법 등 법제 개편 과정에서 유료방송이 직면한 구조적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종합적인 정책 로드맵을 마련하고, ‘케이블산업 활성화 연구반’을 조속히 구성해 SO의 경쟁력 강화와 사업모델 전환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정부의 5극·3특 정책과 지방소멸 대응 정책 등과 연계해 지역미디어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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