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인의 축제인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이하 북중미 월드컵)'의 열기가 고조되면서 대회 주최인 국제축구연맹(FIFA)에 대한 관심도 점차 커지고 있다. 특히 'FIFA'의 대·소사를 결정하는 주요 인물들의 이력과 인적 네트워크 등에 유독 많은 시선이 쏠리고 있다. 월드컵이 지닌 엄청난 경제적 파급 효과 덕분이다. 사상 최대 규모로 열린 북중미 월드컵의 경우 경제적 파급 효과만 409억달러, 한화로 약 63조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삼성전자 영업이익(57조원)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트럼프도 '내 친구' 인정한 FIFA 회장…부회장은 바레인 왕실 가문 2인자
FIFA는 전 세계의 축구 국가대표 경기 및 월드컵, 대륙별 축구 대회 등을 주관하는 스포츠 단체다. 1904년 설립됐으며 1930년 제1회 우루과이 월드컵 개최를 계기로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1회 월드컵 개최 이후 가입국이 크게 늘면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버금가는 스포츠 단체로 거듭났다. 이후 축구의 인기가 높아지고 부가가치 창출 효과도 커지면서 FIFA는 물론 소속 임원들의 위상 역시 눈에 띄게 상승했다. FIFA 회장은 전 세계 어디서든 국가원수급 인사로 분류돼 1급 무장 경호원과 방탄 차량, 최고급 호텔 숙박 등 초호화 의전과 예우를 받는다. 한국에서는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FIFA 부회장직을 맡은 바 있다.
FIFA 이사회는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전략·예산·대회 운영·규정 개정안 등을 결정한다. FIFA 이사회는 회장 1명, 부회장 8명, 위원 27명 등 총 36명으로 구성된다. 현재 한국인은 없다. 이사회 다음으로 중요한 의사결정기구는 사무국이다. 이사회 전체가 매번 긴급 안건을 처리할 수 없기 때문에 소수 인원으로 구성된 상설 의사결정 기구를 둔 것이다. 사무국은 총 7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 중에는 이사회에도 동시에 속해 있는 인물도 존재한다. 사실상 FIFA의 실세로 분류되는 인물들이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은 FIFA의 수장인 잔니 인판티노 회장이다. 인판티노 회장은 세계 축구계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인물로 1970년 스위스 브리그에서 태어났다. 그는 이탈리아계 이민자 가정 출신으로 스위스와 이탈리아 국적을 보유하고 있다. 얼마 전 배우자의 출신 국가인 레바논 국적도 취득했다. 스위스 프리부르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한 인판티노 회장은 축구선수 출신이 아닌 법률 전문가이자 행정가로 경력을 쌓았다. 2000년 유럽축구연맹(UEFA)에 입사 후 법무 및 클럽 라이선싱 부서를 총괄했다. 이후 2007년 UEFA 부사무총장, 2009년 사무총장 등 초고속 승진했다. UEFA 사무총장 시절에는 유럽축구선수권대회를 16개국 체제에서 24개국 체제로 확대하는 작업을 주도했다.
인판티노 회장이 세계 무대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2015년 FIFA 부패 스캔들 직후다. 과거 FIFA 고위 임원들은 월드컵 개최지 선정과 마케팅·중계권 계약 과정에서 수년간 거액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미국과 스위스 수사당국의 대대적인 수사를 받았다. 사건 이후 조제프 블라트 FIFA 회장이 퇴진하고 UEFA 회장이던 미셸 플라티니 마저 자격정지 처분을 받으면서 자연스레 인판티노 회장의 존재감이 커졌다. 인판티노 회장은 투명성 강화와 FIFA 개혁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워 FIFA 회장에 출마했고 2016년 FIFA 총회에서 제9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인판티노 회장 취임 이후 FIFA의 재정 규모는 눈에 띄게 확대됐다. FIFA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2019~2022년 FIFA 총수입은 75억6800만달러로 직전 사이클(2015~2018년·64억2100만달러) 대비 18% 증가했다. 현재 FIFA는 월드컵 참가국 확대와 클럽 월드컵 개편 등을 바탕으로 2023~2026년 수입 목표를 110억달러로 설정한 상태다. 이번 2026 북중미 월드컵부터 참가국 수를 기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늘리는 개편도 그가 직접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판티노 회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도 나름의 인연을 맺고 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했으며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위치한 트럼프 대통령의 자택 마러라고에도 여러 차례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지난해 10월 이집트에서 열린 가자지구 평화 정상회의에 동행하기도 했으며 같은 해 뉴욕 FIFA 사무소를 개설식에도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안판티노 회장은 얼마 전 가자지구 휴전 중재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아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나의 친구(my friend)" "훌륭한 사람(great person)" 등이라 표현하며 인판티노 회장을 치켜세웠다.
다만 최근 들어 안판티노 회장에 대한 부정적 평가도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2016년 취임 당시에는 FIFA 부패 스캔들 이후 개혁을 이끌 적임자로 평가받았지만 재임 기간이 길어지면서 권한 집중과 정치 지도자들과의 지나친 밀착 행보 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월드컵 참가국 확대와 클럽 월드컵 개편 등 공격적인 사업 확장 전략을 두고 스포츠 단체 본연의 목적에서 벗어난 과도한 상술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FIFA의 2인자는 살만 빈 이브라힘 알 칼리 수석 부회장이다. 바레인 국적의 알 칼리 부회장은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장도 겸임하고 있다. 1965년 바레인에서 태어난 알 칼리 부회장은 바레인을 통치하는 알 칼리파 왕가의 일원이다. 그는 1990년대부터 바레인 축구협회(BFA)에서 활동하기 시작해 부회장을 거쳐 2002년 바레인축구협회 회장에 올랐다. 이후 바레인 축구의 국제 경쟁력 강화와 유소년 육성 정책을 추진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2013년 AFC 회장 선거에서 당선되면서 국제적 유명인사로 발돋움했다. 이후 2015년, 2019년, 2023년 연이어 재선에 성공했다. 2016년 FIFA 회장 선거 당시 인판티노 회장을 공개 지지했고 이후 FIFA 수석 부회장 겸 FIFA 이사회 사무국 위원에 올랐다.
남미 금수저 사업가부터 아프리카 광산재벌까지…지구촌 흔드는 'FIFA 실세 5인방'
FIFA 이사회 사무국에는 각 대륙을 대표하는 6개 연맹의 수장들이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우선 유럽을 대표해서는 알렉산데르 체페린 UEFA 회장이 사무국 당연직 위원에 올라 있다. 1967년 슬로베니아 류블랴나에서 태어난 체페린 회장은 류블랴나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한 뒤 가족이 운영하던 법률사무소에서 경력을 쌓았다. 한 때 할리우드 영화와 음악 산업 관련 저작권 분쟁을 맡기도 했다.
그가 축구계와 인연을 맺기 시작한 시기는 2000년대 중반부터다. 그는 지역 아마추어 클럽 운영에 참여하며 축구 행정 경험을 쌓았고 2011년 슬로베니아축구협회 회장에 선출되며 본격적으로 축구 행정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후 2016년 UEFA 회장에 당선되며 국제적인 인물로 거듭났다. 전임 미셸 플라티니가 FIFA 부패 스캔들 여파로 자격정지 처분을 받으면서 치러진 당시 선거에서 체페린 회장은 상대적으로 소외돼 있던 중소국 협회들의 지지를 이끌어 내는 전략으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당시 유럽 축구계에선 "유럽 축구의 권력 구도가 서유럽에서 동유럽으로 넘어갔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취임 이후 그는 UEFA의 개혁과 재정 건전성 강화에 나섰으며 특히 2021년 유럽 슈퍼리그 창설 시도를 강하게 저지해 세계 축구계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스페인 프로축구팀 레알 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 영국 프로축구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일부 명문 구단들이 독자 리그를 추진하자 이를 "유럽 축구에 대한 위협"이라고 규정하며 정면 대응에 나섰고 결국 추진을 무산시켰다. 당시 유럽 축구계에서는 UEFA의 권위를 지켜낸 인물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당시 슈퍼리그 추진의 중심에 있던 플로렌티노 페레스 레알 마드리드 회장과는 지금까지도 공개적으로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패트리스 모트세페 아프리카축구연맹(CAF) 회장도 FIFA 사무국 당연직 위원에 올라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국적의 축구 행정가이자 세계적인 기업인인 그는 1962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났다. 변호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지만 이후 광산 사업에 뛰어들어 막대한 부를 쌓았다. 그가 설립한 광산 개발 기업인 '아프리칸 레인보우 미네랄스'는 남아공을 대표하는 광산 기업 가운데 하나로 성장했다. 모트세페 회장은 현재 아프리카 최고 부호 중 한 명으로 꼽히고 있다. 모트세페 회장의 매형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이다.
그가 축구계와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남아공 명문 축구클럽인 마멜로디 선다운스의 구단주로도 활동하면서 부터다. 이후 2021년 아프리카축구연맹(CAF) 회장에 선출된 그는 재정난과 행정 혼란에 시달리던 CAF 정상화에 주력했다. 개인 자산을 투입해 CAF 재정난을 해결했고 FIFA와 긴밀히 협력해 CAF 인프라 확대를 주도했다. 덕분에 아프리카에선 '축구를 가장 사랑하는 억만장자'로 불리는 동시에 아프리카 축구를 살린 위인 중 한 명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빅터 몬탈리아니 북중미카리브축구연맹(CONCACAF) 회장도 사무국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이탈리아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오랜 기간 캐나다 축구 행정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왔다. 캐나다 밴쿠버에서 성장한 몬탈리아니 회장은 지역 축구계를 시작으로 점차 활동 범위를 넓혀나가며 축구 행정가 경력을 쌓았다. 유소년 축구 육성과 지역 축구 인프라 확충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행정 능력을 인정은 그는 2012년 캐나다축구협회 회장에 선출됐고 2016년에는 북중미카리브축구연맹(CONCACAF) 회장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그는 미국·멕시코와 함께 추진한 2026 북중미 월드컵 공동 유치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라과이 국적의 축구 행정가인 알레한드로 도밍게스 남미축구연맹(CONMEBOL) 회장도 FIFA 사무국 위원에 올라 있다. 1972년 파라과이에서 태어난 그는 '금수저'로도 익히 유명하다. 그의 부친인 오스발도 도밍게스 디브는 파라과이의 대표적인 기업인이자 축구계 거물이다. 파라과이 명문 축구 구단 올림피아 아순시온의 회장을 맡아 구단의 황금기를 이끈 장본인이다. 도밍게스 회장은 과거 파라과이축구협회 부회장과 국제 업무 담당 임원 등을 역임하며 축구 행정가 경험을 쌓았고 이후 남미축구연맹 부회장을 거쳐 2016년 남미축구연맹 회장에 선출됐다. 취임 이후 남미축구연맹 본부에 걸려 있던 불법 스캔들에 휘말렸던 전임 회장들의 초상화를 대거 철거하는 등의 조치를 단행해 화제를 모았다.
FIFA 사무국 위원 중 한 명인 램버트 몰톡 회장은 바누아투 국적의 축구 행정가로 현재 오세아니아축구연맹(OFC)을 이끌고 있다. 인구 30만명 남짓의 남태평양 섬나라 바누아투 출신인 그는 사무국 구성원 가운데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인물이지만 오세아니아 축구계에서 만큼은 '영웅'이라 불릴 정도로 다양한 성과를 냈다. 그는 오랜 기간 바누아투축구협회 회장을 맡으며 태평양 도서 국가들의 축구 발전에 주력했다. 2019년 OFC 회장에 선출된 이후에는 오세아니아 축구의 FIFA 내 발언권 확대와 국제 경쟁력 강화에 집중해 왔다. 특히 태평양 도서 국가들의 월드컵 본선 진출 기회 확대를 주요 과제로 내세워 왔다. 공교롭게도 2026년 북중미 월드컵부터 참가국 수가 기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확대되면서 오세아니아에도 월드컵 본선 직행권이 배정됐다. 몰톡 회장은 "오세아니아 축구 역사상 가장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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