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 양해각서(MOU) 이행을 논의하기 위해 스위스에서 열린 미국과 이란의 고위급 1차 회담이 22일(이하 현지시간) 새벽 종료됐다.
당초 양측은 19일 협상이 예정되어 있었으나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이 지속되자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재봉쇄하면서 협상이 무산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하지만 양측 모두 협상 의지를 내비치면서 지난 21일부터 '무박 2일'간 회담을 진행한 끝에 향후 60일 내 최종 합의를 목표로 한 로드맵과 함께 호르무즈 해협 및 레바논 관련 분쟁 관리 체계를 마련하는 데 합의했다.
호르무즈 안전 통항 연락선, 레바논 갈등완화 기구 설치 논의
실무회담 이번주 계속…중재국 "긍정적이고 건설적 분위기"
종전 협상 중재국인 카타르와 파키스탄은 22일 미국과 이란의 1차 회담 후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번 회담은 양해각서(MOU) 이행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으며, 미국 측은 JD 밴스 부통령, 이란 측은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이 대표로 참석했다.
공동성명에 따르면 양측은 협상 전반을 감독할 고위급 위원회를 신설하기로 했다. 위원회는 협상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MOU 이행을 관리하며, 수석 협상관들이 정기적으로 보고하는 구조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핵 프로그램, 대이란 제재, 감시 체계, 분쟁 해결을 담당하는 실무그룹도 구성된다.
위원회는 60일 내 최종 합의를 도출하는 로드맵을 마련했으며, 즉시 추가 기술 회담을 시작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했다고 밝혔다. 또한 미국과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상선의 안전한 항행을 보장하고 충돌 방지를 위한 소통 채널을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이란 외무부 대변인 에스마일 바가에이는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한 선박 통항 메커니즘을 마련했고, 석유 수출 허가와 동결 자금 해제 논의에서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 전쟁이 종식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도 "파키스탄과 카타르의 중재로 레바논 전쟁 종식을 위한 중대한 진전이 있었다"며 "석유·석유화학 제품 수출 제재 면제, 해상 봉쇄 해제, 일부 동결 자금 해제와 함께 대규모 재건·개발 계획이 가동됐다"고 밝혔다.
카타르와 파키스탄은 공동성명에서 "회담은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으며, 향후 기술적 회담을 위한 메커니즘 구축 등 고무적인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란, 레바논 사태에 호르무즈 재봉쇄…트럼프는 이란공격 위협
협상 한때 파행…사안별 이견에 밤샘협상 진행
당초 미국과 이란은 19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만나기로 했으나 이스라엘이 레바논 공격을 지속하자 이란은 회담을 연기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재봉쇄하면서 협상이 무산될 우려가 커졌다.
다만 이란이 협상 의지를 보이면서 협상은 성사됐다.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 발언을 내놓으면서 협상 분위기가 흔들렸다.
밴스 부통령은 이날 "최근 몇 시간 동안 이미 큰 진전이 있었고 앞으로 몇시간 안에 추가 진전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 며칠간 레바논 휴전 유지에 큰 진전이 있었다고도 했다.
그러나 비슷한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어조는 달랐다. 그는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막지 못하면 이란을 다시 매우 강하게 타격하겠다고 했다.
이란 협상팀이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에 반발하면서 한때 협상이 파행 위기에 몰렸다. 이란 협상팀이 협상장을 떠나버렸다는 이란 매체 보도도 나왔지만 협상이 끝난 것은 아니라는 소식통 전언도 이어서 나왔다.
이후 협상은 22일 새벽까지 이어졌으며, 실무팀은 스위스에 남아 추가 협상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여러 진통끝에 1차 회담이 마무리 됐으나 여전히 미국과 이란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주장과 요구를 내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외교관은 "레바논 충돌 방지 메커니즘과 휴전 이행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으며, 핵 합의 관련 논의도 있었다"고 전했다. 호르무즈 해협 문제와 관련해선 "해협을 완전히 개방된 상태로 유지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란은 협상에서 핵 프로그램 논의는 없었으며, 레바논 문제가 최우선이었다고 강조했다. 이란은 60일간만 호르무즈 해협을 무료 개방하고 이후에는 사실상 통행료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무료 개방을 지속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조율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여기에 이스라엘 역시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 핵 보유 저지와 헤즈볼라 압박에 어떠한 타협도 없다"고 밝혔다. 미국과 이란의 MOU에 이스라엘이 포함되지 못한 점이 후속 협상의 최대 걸림돌로 지적된다.
조현 "중동 재건사업 참여 준비…호르무즈 통항 지원 총력"
이처럼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우리 정부도 후속 대책 수립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정부가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 이후 한국 기업이 중동 지역 재건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준비해왔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종전 이후를 선제적으로 대비해왔다"면서 "전후 우리 기업의 대중동 피해 복구 참여와 중동과의 포괄적이고 종합적인 경제협력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외교부 내에 한-중동 포괄적 경제협력팀을 설치하고 재외공관을 통해 중동 각국과 맞춤형 협력 수요를 적극 발굴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전쟁에서 한국이 중동 국가들에 어려운 때에도 함께 할 수 있는 파트너라는 인식이 확실해졌다"며 "이번 합의가 단기적으로 긴장 완화에만 그치지 않고 중동 지역의 지속 가능한 평화와 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 노력에도 동참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외교부는 한-중동 포괄적 경제협력팀이 이란 재건기금 참여를 염두에 두고 구성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전쟁이 끝난 후 단순한 피해 복구를 넘어 탈석유, 산업 다변화 등 복잡한 문제가 제기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정부는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을 우선으로, 이란과도 궁극적으로 협력을 어떻게 해 나갈지 협의해 나가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건기금은 아직 정식으로 참여 요청이 들어온 것이 없다"며 "재건기금 문제와는 거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조 장관은 아직 호르무즈 해협 내에 한국 선박 22척이 남아 있는 상황과 관련해 "외교부는 해양수산부, 재외공관과 원팀으로 호르무즈 해협 통항 여건과 우리 선박, 선원의 안전을 지속적으로 점검해 나가면서 우리를 포함한 모든 선박의 자유롭고 안전한 항행이 조속히 이뤄지도록 유관국과 협력을 지속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과의 통화가 곧 이뤄지도록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 선박 2척 호르무즈 빠져나와…종전 합의 후 첫 사례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에 따라 한국 선박 두 척이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나왔다. 종전 합의 이후 한국 선박이 해협을 통과한 첫 사례다.
해양수산부는 22일 "호르무즈 해협 내측에 대기 중이던 우리 선사 운용 선박 두 척이 해협을 통과해 정상 항해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해당 선박에는 한국인 선원이 승선하지 않았으며, 목적지도 한국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해수부는 "아직 위험 구역을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며, 선원의 안전과 선사의 입장을 고려해 선박 통항 관련 구체적인 정보는 공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통과는 미국과 이란이 체결한 종전 양해각서(MOU) 5조에 따른 것이다. 해당 조항은 MOU 서명과 동시에 이란이 60일간 통항료 없이 선박들의 호르무즈 해협 통항을 보장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이란 페르시아만해협청(PGSA)이 통항 신청을 접수했고, 한국 선사들도 신청을 진행했다.
이번 두 척의 통과로 해협 내 한국 선박은 22척으로 줄었다. 지난 2월 말 봉쇄 당시에는 26척이 있었으나, 이후 일부 선박이 빠져나와 종전 합의 시점에는 24척이 남아 있었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 내 한국인 선원은 총 135명으로, 한국 선박에 승선 중인 102명과 외국 선박에 탑승한 33명을 합한 수치다.
해수부는 "우리 선박의 안전한 통항을 위해 관련 정보 제공과 실시간 모니터링을 지속하고 있다"며 "향후 한국 선박들이 순차적으로 해협을 빠져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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