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텍 필립 노틸러스 Ref. 5810 : 50주년을 맞아 케이스를 더 얇게 줄이고 시와 분만 남긴 타임 온리 노틸러스.
- IWC 인제니어 투르비용 41: 젠타의 일체형 브레이슬릿 디자인에 플라잉 투르비용을 더한 인제니어 컬렉션의 플래그십.
- 오데마 피게 로열 오크 셀프와인딩 크로노그래프 38mm: 30년 가까이 쓰인 칼리버를 대신할 신형 무브먼트를 처음 얹은 38mm 크로노그래프.
- 제랄드 젠타 제네바 타임 온리 마로네 & 그라파이트: 제랄드 젠타의 시그너처 팔각형 케이스를 부드러운 쿠션형으로 재해석한 타임 온리 워치.
20세기 시계사를 대표하는 인물, 제랄드 젠타. 1972년 오데마 피게의 로열 오크, 1976년 파텍 필립의 노틸러스와 IWC의 인제니어 SL이 모두 그의 손에서 탄생했습니다. 흔히 젠타의 '트릴로지'로 불리는 이 세 모델들로 럭셔리 스포츠 워치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냈죠. 출시 당시 귀금속이 아닌 흔한 스틸로 만든 시계가 럭셔리 반열에 오를 수 있다는 발상, 케이스와 브레이슬릿을 통합한 일체형 설계 등 지금은 럭셔리 스포츠 워치의 전형으로 꼽히는 이 요소들은 당시에는 파격적인 시도였습니다. 세 모델을 구분하는 가장 큰 특징은 베젤입니다. 형태부터 다릅니다. 로열 오크는 각진 팔각형, 노틸러스는 모서리를 둥글린 팔각형, 인제니어 SL은 원형이죠. 베젤을 고정하는 나사를 디자인 요소로 끌어들인 것도 세 모델의 공통점인데, 다루는 방식은 제각각입니다. 로열 오크는 팔각 베젤에 여덟 개의 육각 나사를 줄 맞춰 박았고, 인제니어 SL은 라운드 베젤에 다섯 개의 나사를 흩어 놓았습니다. 반면 노틸러스는 케이스 좌우에 경첩 모양 돌출부를 두고 그 안에 나사를 숨겨, 정면에서는 나사가 보이지 않죠. 1931년 제네바에서 태어난 젠타는 2011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여러 브랜드의 대표작을 남겼고, 1969년에는 자신의 이름을 단 브랜드도 세웠습니다. 노틸러스와 인제니어가 나란히 50주년을 맞은 올해, 그가 남긴 디자인이 지금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 네 개의 시계로 살펴볼게요.
파텍 필립 - 노틸러스 Ref. 5810/1G-001
블루 선버스트 다이얼에 가로 엠보싱 패턴을 새긴 노틸러스 Ref. 5810/1G-001 / 이미지 출처: 파텍 필립
1976년에 출시된 최초의 파텍 필립 노틸러스 Ref.3700/1A / 이미지 출처 : 크리스티
마이크로 로터에 50주년 기념 로고가 새겨져 있다 / 이미지 출처: 파텍 필립
노틸러스가 처음 등장한 1976년, 파텍 필립은 '스틸로 만든 가장 비싼 시계'라는 문구로 처음 노틸러스를 홍보했습니다. 여객선의 현창에서 따온 케이스, 가로 엠보싱 패턴을 새긴 블루 다이얼, 케이스 좌우의 경첩 모양 돌출부까지. 노틸러스를 규정하는 요소들은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그대로죠. 50주년 기념작 Ref. 5810/1G-001은 그 원형으로 돌아간 모델입니다. 복잡한 기능을 더하는 대신, 현행 Ref. 5811/1G-001에 있던 초침과 날짜창을 빼고 1976년 첫 모델처럼 시와 분만 남겼거든요. 지름 41mm 화이트 골드 케이스는 두께를 8.2mm에서 6.9mm로 줄였고, 블루 선버스트 다이얼과 가로 엠보싱 패턴 역시 오리지널을 그대로 따랐습니다. 무브먼트는 1977년부터 쓰인 마이크로 로터 기반의 울트라씬 셀프와인딩 칼리버 240으로, 노틸러스의 얇은 두께를 오랫동안 책임져 온 무브먼트죠. 다만 케이스가 얇아지면서 방수는 100m에서 30m로 낮아졌습니다. 출시 50주년을 기념해 2,000개 한정으로 선보이며, 다이아몬드 인덱스를 더한 스트랩 버전과 38mm 플래티넘 모델, 노틸러스 최초의 포켓 워치형 데스크 클록도 함께 공개됐습니다.
IWC - 인제니어 투르비용 41
6시 방향에 플라잉 미닛 투르비용을 올리고 18K 5N 골드로 케이스와 브레이슬릿을 제작한 IWC 인제니어 투르비용 41 / 이미지 출처: IWC
1976년 제랄드 젠타가 디자인한 인제니어 SL Ref. 1832, 다섯 개의 오목한 홈이 파인 스크루온 베젤과 그리드 다이얼이 특징이다 / 이미지 출처: IWC
사파이어 케이스백 너머로 제네바 스트라이프로 장식한 무브먼트를 드러낸 IWC 인제니어 투르비용 41 / 이미지 출처: IWC
인제니어는 1955년, 강한 자기장 속에서 일하는 과학자와 엔지니어를 위한 반자성 시계로 출발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아는 인제니어의 디자인은 1976년 제랄드 젠타의 손에서 탄생했죠. 그가 디자인한 인제니어 SL Ref. 1832는 제도용 모눈종이를 닮은 그리드 다이얼, 다섯 개의 오목한 홈이 파인 스크루온 베젤, 일체형 브레이슬릿을 갖췄습니다. 다만 시대를 앞서간 탓에 1976년부터 1983년까지 598점만 만들어진 채 외면받았고, 컬렉터들이 다시 주목한 건 한참 뒤의 일이었습니다. 50주년을 맞은 인제니어 투르비용 41은 그 디자인을 컬렉션의 정점에 올린 모델입니다. 케이스와 일체형 브레이슬릿을 모두 18K 5N 골드로 만들었고, 베젤을 고정하는 다섯 개의 스크류에는 일반 골드보다 단단한 18K 아머 골드를 썼죠. 오리지널의 오목한 홈이 이제는 기능을 가진 나사로 바뀌어 늘 같은 자리에 정렬됩니다. 다크 올리브 그린 그리드 다이얼은 1976년의 디자인을 그대로 가져왔고, 6시 방향에는 플라잉 미닛 투르비용을 올렸습니다. 56개 부품으로 이루어진 이 투르비용은 무게가 0.635g에 불과하며, 인하우스 셀프와인딩 칼리버 82905가 약 80시간의 파워리저브를 지원합니다. 100피스 한정으로 선보입니다.
오데마 피게 - 로열 오크 셀프와인딩 크로노그래프 38mm
신형 칼리버 6401을 처음 탑재한 로열 오크 셀프와인딩 크로노그래프 38mm / 이미지 출처: 오데마 피게
럭셔리 스포츠 워치의 시대를 연 최초의 로열 오크 Ref. 5402ST / 이미지 출처: 오데마 피게
정교한 격자무늬를 깎아낸 블루 뉘 색조의 그랑 타피스리 패턴을 적용한 다이얼 / 이미지 출처: 오데마 피게
1972년, 오데마 피게는 로열 오크로 럭셔리 스포츠 워치의 시대를 열었습니다. 팔각형 베젤에 박은 여덟 개의 육각 나사, 제네바의 다이얼 제조사 스턴이 만든 프티 타피스리 다이얼, 일체형 브레이슬릿은 지금도 로열 오크를 규정하는 요소죠. 그중 오리지널 5402ST의 짙은 블루 다이얼 색인 '블루 뉘, 뉘아주 50'은 오늘날까지 오리지널을 기릴 때 불러오는 상징적인 색으로 남았습니다. 크로노그래프는 1997년 로열 오크 25주년에 맞춰 컬렉션에 합류했고, 2019년에는 오리지널 점보에 가까운 38mm로 비율을 되찾았습니다. 이번 셀프와인딩 크로노그래프 38mm가 바꾼 건 무브먼트입니다. 5년에 걸쳐 개발한 칼리버 6401이 1997년부터 30년 가까이 쓰인 칼리버 2385를 대신하거든요. 수직 클러치를 갖춘 일체형 칼럼 휠 구조에 특허받은 클러치를 더해 더 가벼운 힘으로 푸시 버튼을 누를 수 있고, 가독성을 위해 30분 카운터를 9시, 12시간 카운터를 3시 방향으로 옮겼습니다. 기존 38mm 모델과 달리 사파이어 케이스백으로 무브먼트를 드러낸 점도 달라졌죠. 스틸 모델에는 바로 그 '블루 뉘' 색조의 그랑 타피스리 다이얼을 얹어 오리지널의 색을 이었습니다. 스틸 외에 짙은 그레이 다이얼의 핑크 골드, 샌드 골드 다이얼에 다이아몬드 베젤을 더한 핑크 골드까지 세 가지 버전으로 출시됐습니다.
제랄드 젠타 - 제네바 타임 온리 마로네 & 그라파이트
팔각 베젤을 쿠션형으로 재해석한 제랄드 젠타 제네바 타임 온리 마로네와 그라파이트 / 이미지 출처: 제랄드 젠타
지름 38mm, 두께 8.15mm의 쿠션 케이스에 가드룬 장식을 더한 제네바 타임 온리 그라파이트 / 이미지 출처: 제랄드 젠타
브라스 다이얼과 가죽 스트랩을 잇는 싱글 러그가 돋보이는 제네바 타임 온리 마로네 / 이미지 출처: 제랄드 젠타
1969년, 제랄드 젠타는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를 설립했습니다. 그를 대표하는 팔각형 케이스부터 점핑 아워, 그랑 소네리까지, 디자이너이자 워치메이커로서의 욕심을 담은 브랜드였죠. 2011년 그가 세상을 떠난 뒤 멈춰 있던 이 브랜드는 2023년 루이 비통의 라 파브리끄 뒤 떵, 미셸 나바스와 엔리코 바르바시니의 손에서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그중 제네바 컬렉션은 젠타의 고향이자 브랜드가 되살아난 도시인 제네바를 주제로 한 라인이죠. LVMH 워치 위크 2026에서 공개된 제네바 타임 온리 두 모델은 2025년 제네바 미닛 리피터에 이은 신작으로, 1970년대 젠타의 팔각형을 둥글린 쿠션형 케이스를 특징으로 합니다. 로즈 골드의 마로네와 화이트 골드의 그라파이트 모두 지름 38mm, 두께 8.15mm 케이스에 가드룬 장식을 더했고, 케이스와 가죽 스트랩을 잇는 싱글 러그에서 젠타의 특징적인 디자인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컴플리케이션을 덜고 시와 분만 남긴 건 케이스와 다이얼의 완성도를 앞세운 선택이죠. 무브먼트는 제니스 엘리트를 기반으로 한 셀프와인딩 칼리버 GG-005P로, 글라스백 너머로 새로 디자인한 로터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Copyright ⓒ 에스콰이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