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 사건을 계기로 우리 법의 정당방위 인정 범위가 너무 좁은 것 아니냐는 논의가 다시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평온해야 할 새벽, 흉기를 들고 침입한 강도를 맨몸으로 제압한 피해자에게 돌아온 것은 적반하장격인 '살인미수' 고소장이었다.
22일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에 출연한 이윤정 변호사(로엘 법무법인)가 최근 잇따라 발생한 여성 연예인 자택 강도 침입 사건의 전말과 법적 쟁점을 짚었다.
내 집에서 강도 막았는데 피의자 신분?…좁디좁은 정당방위
사건은 지난해 11월 새벽, 경기도 구리시에 위치한 배우 나나의 자택에서 발생했다. 돈을 요구하며 흉기로 나나 모녀를 위협하던 30대 남성은 두 사람과의 거친 몸싸움 끝에 제압당해 경찰에 넘겨졌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제압 과정에서 부상을 입은 가해자가 도리어 나나를 살인미수 및 특수상해 혐의로 고소한 것이다.
이윤정 변호사는 "자기가 칼에 찔려 죽을 뻔했다며 고소를 한 것"이라며 황당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다행히 경찰은 나나의 행동을 정당방위로 인정해 불송치 결정을 내렸고, 현재 나나 측은 남성을 무고 혐의로 맞고소한 상태다.
이 사건은 우리 법의 좁은 정당방위 인정 기준에 불을 지폈다.
이 변호사는 "과거 집에 든 도둑을 제압하려다 집주인이 처벌받은 사례도 있었다"며 "내 집에서 가족을 지키려다 한 행동까지 처벌하는 건 상식에 안 맞다, 이런 공감대 속에서 이른바 '나나법' 제정 이야기까지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심 징역 7년 선고…혐의 부인에도 덜미 잡힌 '검색 기록'
검찰은 남성에게 징역 10년을 구형했고, 최근 1심 재판부는 징역 7년을 선고했다. 눈에 띄는 점은 죄명이 '강도상해'에서 '강도치상'으로 변경됐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어머니가 설득해서 가해자가 흉기를 잠깐 내려놨는데, 그걸 나나 씨가 집어 들고 휘둘렀던 정황이 반영돼 상해의 고의까지는 없었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 과정에서 가해자는 "흉기는 원래 집에 있던 것이며 절도 목적이었다"고 혐의를 축소하려 했다. 흉기 소지 여부에 따라 형량이 크게 엇갈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과 남성의 휴대전화에 남은 '흉기 소지 처벌' 검색 기록을 근거로 가해자의 주장을 배척했다.
재판정에서 가해자와 마주친 나나가 "재밌니? 내 눈 똑바로 쳐다봐라"라며 격분한 일화에 대해서도 이 변호사는 "법정 질서를 위해 제지될 수는 있으나, 피해자가 겪는 엄청난 고통과 강력한 처벌 의사를 보여주는 것이지 재판 결과에 불리하게 작용하진 않는다"고 평가했다.
재판 중 또 침입…'女연예인 타깃' 범죄의 끔찍한 진화
강도 사건은 나나에서 끝나지 않았다. 최근 배우 김규리 자택에 강도가 침입해 김규리가 도망치다 골절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충격적인 사실은 이 가해자가 이미 방송인 서동주의 자택에 침입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던 '동일범'이라는 점이다.
이 변호사는 "한 사건으로 재판을 받는 도중에 또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는 건 재범 위험이 높다고 보고 형을 무겁게 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가해자가 방송이나 SNS를 통해 집 위치를 파악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일각에서는 피해자의 '집 공개 책임론'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변호사는 단호히 선을 그었다.
그는 "방송이나 SNS에 일상을 공개하는 건 그 자체로 아무 잘못이 아니다"라며 "법적으로도 책임은 전적으로 가해자한테 있고, 피해자가 집을 공개했다는 사정이 가해자 형을 깎아주는 이유가 되지 않는다"고 일침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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