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 美·中, 반도체 전쟁...韓, 반도체 정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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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체크] 美·中, 반도체 전쟁...韓, 반도체 정쟁

한스경제 2026-06-22 15: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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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공장 유치 논란 속 지역 간 경쟁 구도를 형상화한 이미지./ChatGPT이미지 
반도체 공장 유치 논란 속 지역 간 경쟁 구도를 형상화한 이미지./ChatGPT이미지 

| 서울=한스경제 고예인 기자 | "삼성전자 공장을 호남으로 보내야 한다."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기된 반도체 공장 호남 유치론이 지역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광주·전남을 비롯한 호남권에서는 국가 균형발전 차원에서 첨단 반도체 생산시설 유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경기도와 경기 남부 지역에서는 이미 구축된 반도체 생태계를 흔드는 발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국가 전략산업을 둘러싼 논쟁이지만 정작 당사자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침묵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미국과 중국, 일본이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며 반도체 패권 경쟁에 나선 상황에서 한국만 지역 정치 논리에 매몰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세계 주요국은 반도체를 국가 안보와 경제 주권을 좌우하는 핵심 산업으로 보고 지원 경쟁에 나서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산업 경쟁력 확보보다 어느 지역에 공장을 유치할 것인지를 둘러싼 정치 공방이 먼저 등장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호남으로 와라"…정치권이 키운 반도체 유치 경쟁

최근 광주·전남을 중심으로 반도체 산업 육성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일부 정치권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신규 생산시설을 호남권에 유치해야 한다는 주장도 공개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배경에는 오랜 지역 불균형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영남권은 산업화 과정에서 대규모 국가 투자를 바탕으로 제조업 중심지로 성장했지만 호남권은 상대적으로 산업 기반 확충이 늦어졌다는 인식이 강하다.

반면 경기도와 경기 남부 지역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평택과 용인을 중심으로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생산 거점을 구축하고 있으며 SK하이닉스 역시 이천과 용인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포함해 수백조원 규모의 민간 투자가 계획돼 있다. 전력망과 용수, 도로·철도 등 인프라 구축 사업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공장은 단순한 제조시설이 아니라 협력사와 연구개발 인력, 물류 체계가 함께 움직이는 거대한 생태계"라며 "정치권이 생각하는 것처럼 특정 지역으로 쉽게 옮길 수 있는 산업이 아니다"고 말했다.

호남권의 문제 제기가 완전히 근거 없는 주장은 아니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1960~1970년대 박정희 정부는 구미 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해 전자산업을 집중 육성했고 울산은 현대그룹을 중심으로 자동차·조선·석유화학 산업이 집적되며 대한민국 제조업의 중심 도시로 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영남권은 제조업 성장의 혜택을 누렸고 호남권은 상대적으로 산업화에서 소외됐다는 평가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당시와 현재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한다. 구미와 울산은 기업의 투자 의지와 국가 산업전략이 맞물려 성장한 사례다. 기업이 먼저 투자 계획을 세우고 정부가 전력과 항만, 도로 등 기반시설을 지원하는 방식이었다.

반면 최근 반도체 논쟁은 기업의 투자 계획보다 정치권 요구가 먼저 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는 분석이다.

아애 댜햐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과거 산업단지 조성은 기업이 투자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구조였지만 지금은 정치권이 먼저 입지를 거론하는 경우가 많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세계는 보조금 경쟁…산업 논리가 우선돼야

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산업 경쟁력보다 정치 논리가 앞서는 현상이다. 미국은 2022년 제정한 반도체지원법(CHIPS Act)을 통해 약 527억달러 규모의 보조금과 연구개발 지원 정책을 마련했다. 인텔과 TSMC, 삼성전자 등 주요 기업들의 미국 내 생산시설 확대를 위해 대규모 세제 혜택과 재정 지원도 제공하고 있다.

중국 역시 국가반도체산업투자기금(일명 빅펀드)을 앞세워 수백조원 규모 자금을 반도체 산업에 투입하고 있다. 메모리와 파운드리, 소재·부품·장비 전 분야에서 자립화를 추진하며 국가 차원의 총력전에 나선 상태다.

일본도 다르지 않다. 정부는 차세대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 육성에 수조원대 자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TSMC 구마모토 공장 유치를 위해 대규모 보조금을 지급했다.

대만은 국가 전체가 반도체 생태계라고 불릴 정도로 전력과 용수, 인력, 세제 정책을 TSMC 중심으로 설계하고 있다.

세계 주요국들이 반도체를 국가 안보 산업으로 접근하는 동안 국내에서는 생산시설 입지를 둘러싼 지역 공방이 확대되고 있는 셈이다.

반도체 산업은 막대한 전력과 용수 공급이 필수적이다. 첨단 공장 한 곳을 가동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전력망과 초순수 시설, 수백 개 협력사 네트워크가 함께 구축돼야 한다. AI 반도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생산 효율성과 공급망 안정성이 기업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에서는 균형발전과 산업 경쟁력이 반드시 충돌하는 개념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후공정과 첨단 패키징, 전력반도체, 소재·부품 산업 등은 지역별 특화 전략을 통해 육성할 수 있지만 최첨단 메모리와 파운드리 생산시설은 경제성과 공급망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역 발전도 중요하지만 반도체는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전략산업"이라며 "세계가 반도체 전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한국은 반도체 정치를 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산업 논리에 기반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도체를 둘러싼 지역 논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세계 각국이 국가 차원의 지원 경쟁에 나서는 상황에서 정치적 상징성보다 산업 경쟁력 확보가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 역시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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