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천연 향수 분야에서 해외 공신력 인증 사례가 나왔다. 천연조향문화예술협회(ANPAC) 창립자이자 천연 조향 브랜드 ‘칼레트(KALETTE)’의 조향사인 소피아 정(Sophia Chung)이 한국인 최초로 프랑스 파리의 국제향수재단(IPF·International Perfume Foundation) 천연 조향사 인증을 받았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소피아 정 회장은 최근 IPF의 천연 조향사 인증 절차를 통과했다. 앞서 지난 4월에는 아일랜드의 내추럴 퍼퓸 아카데미(NPA·Natural Perfume Academy)로부터 한국인 최초 천연 조향사 인증을 받은 바 있다. 두 기관 모두 천연 향수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알려진 교육·인증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성과는 개인 이력 이상의 상징성을 갖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IPF는 천연 향수와 향료의 기준 정립, 문화유산 보존, 교육 활동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비영리 조직이다. 공식 자료에 따르면 IPF는 천연 조향사 인증과 함께 원료의 진정성, 지속가능성, 투명성을 강조하는 인증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천연 향수 원료의 출처와 제조 기준, 윤리적 조달 여부 등을 중시하는 점이 특징이다.
이번 인증으로 소피아 정 회장이 조향한 칼레트 제품도 IPF의 ‘뉴 럭셔리 코드(New Luxury Code)’ 체계 안에서 관리될 수 있게 됐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이 제도는 천연 향수 제작 과정에서 합성 성분 사용 여부, 원료의 지속가능성, 브랜드의 투명성 등을 함께 검증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업계가 이번 사례를 주목하는 이유는 국내 천연 조향 시장이 아직 대중적 규모로 성장하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 향수 시장은 최근 니치 향수와 퍼스널 향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빠르게 외형을 넓히고 있지만, 천연 향수와 천연 조향 교육은 여전히 소수 창작자와 취향 소비층 중심으로 움직이는 편이다. 국제 인증을 받은 조향사가 등장했다는 사실 자체가 시장 저변 확대의 신호로 읽히는 배경이다.
물론 인증 획득만으로 산업 기반이 곧바로 커지는 것은 아니다. 천연 향수 분야는 원료 수급과 가격 경쟁력, 보존성, 소비자 인식, 교육 체계 등 넘어야 할 장벽이 많다. 특히 국내에서는 천연 향수와 일반 향수의 기준, 천연 원료 사용 비중, 조향사 교육 과정 등에 대한 공통 기준이 아직 폭넓게 자리 잡았다고 보기 어렵다. 해외 기관의 인증이 상징적 성과인 것은 맞지만, 그것이 시장 성장으로 이어지려면 교육과 유통, 소비자 신뢰를 함께 키워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럼에도 이번 사례는 한국 천연 조향이 해외 기준과 연결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소피아 정 회장은 협회 활동과 브랜드 운영을 병행하며 천연 조향 교육과 문화 확산에도 힘을 싣고 있다. 회사 측은 이번 인증을 계기로 조향 입문 과정부터 전문 조향사 자격 취득까지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국내 천연 조향 인재 양성 기반을 넓혀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칼레트 측은 향수가 단순한 소비재를 넘어 기억과 의식, 치유, 정체성, 문화를 담는 예술 형식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현대 향수 산업이 식물적 기원과 문화적 의미를 잃고 상품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 속에서, 천연 향수는 자연성과 문화적 유산을 다시 연결하는 매개가 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서인숙 천연조향문화예술협회 이사 겸 칼레트 대표는 “천연 향수는 자연과 인간을 다시 연결하는 매개가 될 수 있다”며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닌 천연 향수 문화 유산을 계승하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한국 천연 조향의 지평을 넓혀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더 많은 국내 조향사가 성장할 수 있도록 입문 교육부터 전문 자격 취득 과정까지 교육 기반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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