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활치료 시장을 겨냥한 디지털 헬스 스타트업 픽스업헬스(PhyxUp Health)가 하버드 의대 연계 노화 연구기관과 공동연구에 착수했다. 한국인 창업자가 미국에서 설립한 초기 헬스테크 기업이 실제 의료기관 고객 확보에 이어 연구·교육 협력까지 넓히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픽스업헬스는 22일 하버드 의대 산하 노화 연구기관인 Marcus Institute for Aging Research와 공동연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연구 주제는 고령 환자를 대상으로 한 원격 치료 모니터링(RTM)이 운동 순응도와 기능적 회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다.
Marcus Institute는 하버드 의대 연계 기관인 Hebrew SeniorLife 산하 노화 연구기관이다. 고령층의 신체 기능, 뇌 건강, 데이터 기반 고령의학 연구 등을 수행하는 곳으로, 하버드 의대와 연계된 연구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픽스업헬스는 현재 Hebrew SeniorLife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번에는 연구 협력까지 관계를 확장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한국투자액셀러레이터와 시너지아이비투자로부터 시드 투자를 유치한 뒤 최근 12개월 동안 연간 반복 매출(ARR)이 10배 성장했다.
이 회사가 공략하는 분야는 미국 재활치료 시장의 운영 비효율이다. 재활치료 현장에선 환자 당일 취소와 노쇼, 만성적인 인력 부족, 복잡한 보험 청구 절차가 고질적인 문제로 꼽힌다. 치료 종료 후 환자의 운동 수행 여부나 통증 변화, 회복 경과를 장기적으로 추적하기 어렵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픽스업헬스는 이 틈새를 RTM 기반 플랫폼으로 파고들고 있다. 환자의 운동 수행 기록, 통증 수준, 활동량, 치료 순응도를 수집하고 AI로 회복 경과를 분석해 이상 징후를 조기에 파악하는 구조다. 여기에 원격 치료 모니터링 관련 보험 청구 자동화 기능을 결합해, 의료기관이 환자 관리에 집중하면서도 행정 부담과 수익화 문제를 함께 풀 수 있도록 했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미국에서 RTM은 별도 보험 수가 체계가 마련돼 있지만 실제 활용은 기대만큼 높지 않다. 청구 요건이 까다롭고 행정 절차가 복잡해 의료기관 입장에선 운영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픽스업헬스는 이 지점을 자동화 영역으로 보고 서비스를 설계한 것으로 풀이된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의료기관 납품에 그치지 않고 연구와 교육으로 협력 범위를 넓히고 있다는 점이다. 픽스업헬스는 Hebrew SeniorLife 고객 확보와 Marcus Institute 공동연구 외에도 MGH Institute of Health Professions(MGH IHP)와 협력해 재활치료 전공 대학원생 대상 디지털 헬스·원격 환자 모니터링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California Physical Therapy Association(CPTA), APTA Oregon 등 미국 재활치료 단체 대상 보수교육 과정에도 참여 중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재활치료사는 면허 유지를 위해 정기적으로 보수교육을 이수해야 하는데, 픽스업헬스는 디지털 헬스와 원격 환자 관리 분야 교육 제공 기관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초기 단계 스타트업이 미국 의료기관을 고객으로 확보하는 동시에 연구기관, 대학, 전문 협회와 접점을 넓히는 일은 흔한 그림은 아니다. 특히 미국 의료 시장은 규제와 보험 수가 체계, 보수적인 구매 관행 탓에 외부 창업자에게 진입장벽이 높은 분야로 꼽힌다. 현지 네트워크와 임상 경험 없이 병원 고객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픽스업헬스의 최근 행보는 단순한 PoC 수준을 넘어선 시도로 읽힌다.
물론 냉정하게 볼 대목도 있다. 현재 공개된 내용만으로는 공동연구의 구체적 규모와 기간, 대상 환자 수, 실제 임상 성과 지표까지 확인되진 않는다. ARR 10배 성장 역시 절대 매출 규모가 공개되지 않은 만큼 성장률 자체만으로 사업 성숙도를 판단하긴 어렵다. 의료기관 고객 확보와 교육 프로그램 운영이 실제 반복 매출 구조로 얼마나 이어지는지도 향후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그럼에도 신호는 분명하다. 디지털 헬스 스타트업이 의료 현장에서 의미 있는 자리를 잡으려면 기술 시연을 넘어 보험 청구, 임상 워크플로, 의료진 교육, 연구 검증까지 생태계 전반과 맞물려야 한다. 픽스업헬스는 지금 그 접점을 하나씩 넓혀가는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창업자인 임상원 대표의 이력도 회사 전략과 맞닿아 있다. 임 대표는 미국 재활치료사이자 질병역학 전문가로, MGH Institute of Health Professions에서 재활치료학 석사를, 하버드 T.H. Chan 보건대학원에서 역학 석사를 취득했다. 이후 Mass General Brigham에서 헬스케어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 근무하며 미국 의료 현장의 운영 문제를 직접 접한 경험이 창업 배경이 됐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픽스업헬스는 의료기관 고객 확보와 연구 협력, 대학 교육 프로그램 운영, 전문 협회 대상 교육 제공을 잇는 방식으로 미국 재활치료 생태계 내 입지를 넓혀가겠다는 구상이다. 임 대표는 “AI를 통해 의료진의 행정 부담을 줄이고 더 많은 환자가 지속적인 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라며 “미국 의료 현장에서 검증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의료 운영 플랫폼으로 성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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