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김현철 김영삼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은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오만하다” “후안무치하다” 등 표현을 써 가면서 강하게 비판했다. 반면 무소속 한동훈 의원에 대해서는 “정통성·명분·미래 재건 등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엄청난 자산”이라고 극찬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하 YS)의 차남 김현철 김영삼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은 재보궐선거에 출마했던 무소속 한동훈 의원을 지지했다. 그는 국민의힘 지도부와 구 친윤(친 윤석열)계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일요시사>는 김 이사장을 만나 6·3 지방선거 결과와 현 정국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다음은 김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무소속 한동훈 의원을 공개 지지한 이유는?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한 의원은 국민의힘 대표 재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불법 비상계엄에 대해 반기를 들었는데, 쉽지 않은 일이다.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다. 헌법을 뒤흔드는 일이니 불법 비상계엄에 대해 강력하게 저항한 게 아니겠는가? 그래서 한 의원이 부산 북구갑에서 반드시 당선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 의원에게 기대하는 구체적 역할은?
▲국민의힘은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는데, 결국 윤 어게인이다. 그래서 정통 보수의 시각으로 보자면, 한 의원은 엄청난 자산이다. 앞으로 보수는 정통성·명분·미래 재건 등 엄청난 작업을 수행해야 한다. 이를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은 한 의원이라고 생각한다.
-한 의원은 정치적 생존에는 성공했지만, 국민의힘 복당은 더 어려워진 것 같은데?
▲국민의힘이 과연 보수의 중심 세력으로서 오는 2028년 총선·2030년 대선을 앞두고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가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중환자다. 그 병을 고치고 새롭게 건강해질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현재의 지도부를 봐도 그렇고, 국민의힘 정점식 신임 원내대표를 봐도 그렇다. 이들은 다 윤 어게인 세력이나 마찬가지다.
영남권을 중심으로 한 당내 다수 세력은 윤 전 대통령과 불가분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겠다고 공표한 것이나 다름없다. 한 의원이 복당하더라도 한 의원과 친한(친 한동훈)계가 소수 계파인데, 뭘 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궁극적으로 국민의힘은 해체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 완전히 새로운 야당 조직을 만들기 전에는 개선하기 어려울 것이다.
-일부 영남권 국민의힘 의원들은 “중앙 정치는 별로 신경 안 쓰고, 오로지 지역구 유지들과 밀착해 정치한다”는 지적을 듣고 있는데?
▲1990년 3당 통합 이후 많은 게 달라졌다. 권위주의 세력과 민주 세력이 융합된 것이다. 이어 YS가 1992년 대선에 출마해 당선됐다. 정통성·명분이 강력해진 것이다. 이어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한 권위주의 정권의 파워 베이스가 부산·경남 및 수도권까지 확장된 것이다.
따라서 1997년 대선에서 정권을 재창출했다면 역사가 바뀌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때 실패한 후 3당 합당 이전 상황으로 퇴행됐다. 1997년 이후로는 퇴행된 형태로 서서히 침몰하는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국민의힘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방선거에 동원한 것에 대한 평가는?
▲전직 대통령이 정치적 행위를 할 수는 있다. 그런데 두 분은 각각 파면되거나 강력한 형사 처벌을 받아 수감 생활을 하신 분들이다. 그런 분들을 소환해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부탁한 국민의힘이나 부탁을 받아 선거운동에 나선 두 분 모두 너무 안타깝다. 보수에 얼마나 자원이 부족하면, 상처 입은 전직 대통령까지 소환해 선거하나? 참 잘못된 일이다. 중도·합리적 보수를 지향하는 국민은 두 분의 선거운동을 대단히 부정적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부산 유권자는 부산 북구갑에서 한 의원을 당선시켰다. 그런데 부산시장으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소속 전재수 당선인을 선택했다. 부산 시민이 전략적 투표를 한 건가?
▲전략적 투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국민의힘 소속 박형준 부산시장이 전략을 아주 잘못 짰다. 원래 박 시장은 선거 전까지만 해도 중도 성향이라서 합리적 보수 성향 유권자를 설득할 수 있는 후보였다. 그런데 선거에 들어가면서 국민의힘 지도부 등 모든 사람들이 참여하는 선거를 치렀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다른 방법이었고, 이게 결정적으로 낙선한 계기가 됐을 것이다. 전재수 당선인이 잘해서 이긴 게 아니다.
-서울 시민이 오 시장의 5선을 지지한 배경엔 부동산 세제 등 이슈도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있다.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은 규제 강화 기조를 이어갈 뜻을 밝혔는데?
▲한마디로 오만한 거다. 집권 후 1년밖에 안 지나서 그런지 아직 힘을 못 빼고 있는 거다. 지금까지 여러 선거마다 대승한 영향도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전체 광역자치단체장 기준 12대 4로 이겼으니 엄청난 승리를 한 것이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그동안 추진했던 정책을 그대로 밀어붙이고 싶을 것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의 공소 취소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데?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을 곰곰이 해석하면 여러 문제가 확인된다. 그중 공소 취소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
특검을 통해 대통령 자신의 범죄 혐의·재판 문제를 아예 없애버리려고 하는 것이다. 이 대통령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아예 확인 사살까지 했다.
“국힘은 그때나 지금이나 윤 어게인”
“TK 자민련으로 총선·대선 치르겠나”
이 대통령이 아직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상당히 오만한 생각을 가지고 있고,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을 경청할 생각도 전혀 하지 않는다. 오히려 힘으로 밀어붙이겠다는 오만한 발상이 나온 것 같다.
-YS 재임 중 진행된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패배 원인은?
▲지방선거 전면 실시 자체가 문민정부의 가장 큰 업적이다.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자유당은 전면 실시를 굉장히 반대했다. 그 이유는 정당이 실생활과 바로 연관되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기초가 되는 선거에 정당 공천을 하면 그 뜻이 변질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굳이 공천을 한다면 광역자치단체 관련 선거에만 정당 공천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저도 그게 맞다고 생각한다. 일본 등 일부 지방자치 선진국처럼 기초단체 선거에는 정당 공천을 하지 않는 방식이 더 맞다고 봤다.
하지만 그때 김대중 전 대통령(이하 DJ)이 정계 은퇴를 번복한 후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했다. 김종필 전 총리도 민주자유당을 탈당해 자유민주연합을 창당했다. 이런 상황에서 DJ가 기초자치단체까지 정당 공천을 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그래서 여당이 선거를 이기기 어려운 상황이 됐던 것 같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사퇴하지 않고 있다. 구 친윤계도 일각에서 요구하는 즉각적인 비대위 전환에는 소극적인 것 같은데?
▲한마디로 후안무치하다. 사람이라면 좀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한다. 특히 정치인은 국민 앞에 겸손해야 한다. 그리고 남을 탓하려면, 스스로 겸손하게 자신의 잘못을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한다. 장 대표는 명백하게 선거 패배에 절대적 책임을 가지고 있다. 아주 엄청난 잘못을 저질렀다.
당내 반대파를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 한 의원을 제명했다. 그런데 그 한 의원이 살아 돌아왔다. 그 한가지만으로도 장 대표는 그만둬야 한다. 뿐만 아니라 공천을 안 주려고 했던 오 시장도 살아 돌아왔다. 오 시장은 장 대표 등 지도부의 지원 유세를 차단한 후 완전히 무소속 정치인처럼 캠프를 차려 선거에 임한 후 승리했다.
장 대표는 국힘이 이긴 지역에선 전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었다. 자신의 고향이 있는 충청도 초토화됐다. 내세울 게 없다. 그러니 누구보다 먼저 사퇴했어야 한다. 그게 국민·당원에 대한 도리라고 할 수 있는데도 좀 추하다 싶을 정도로 버티고 있다.
-역설적으로 국민의힘이 선거에서 질수록 구 친윤계의 영향력이 세지는 게 아닌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앞서 말했듯이 국민의힘은 중병에 걸린 환자다. 국민의힘은 영남권, 특히 대구·경북 중심 정당이 돼버렸다. 일명 TK 자민련이라고 한다. 그 TK 자민련으로 앞으로 어떻게 전국 정당화를 해 총선·대선을 치를 수 있겠는가? 국민의힘은 어차피 그렇게 갈 수밖에 없는 수구 집단이 돼버렸다.
그래서 오 시장·한 의원 등 개혁적인 인사들과 앞으로 큰 정치를 할 사람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보수 세력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의힘은 너무 병들어서 더 이상 이 당으로는 고쳐 나갈 수가 없다.
-개혁신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화성시의원 1명만 배출했다. 이준석 대표 개인에 대한 지지가 당에 대한 지지로 연결되지 않는 것 같은데?
▲그건 어쩔 수 없다. 우리나라 정치는 소선거구제하에 양당제 구조가 고착화돼있다. 그래서 제3당이 자리 잡는다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대선에서는 이 대표 1명이 출마해서 분위기를 살릴 수도 있다. 하지만 지방선거는 전국 단위 선거다. 소규모 제3당이 모든 선거구에 후보를 내세우기도 어렵고, 부각시킬 수 있는 요소도 적다. 총선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한 생환만으로도 장 사퇴해야”
이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이유?
대통령 중심제 권력 구조와 소선거구제 등 우리나라 선거는 구조적으로 잘못됐다. 이를 바꿔야 한다. 소선거구제는 망국적인 지역감정과 양당제라는 폐해를 가지고 왔다. 구조적으로 민주당에 유리하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에 강한 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YS는 3당 합당 이후 소수 계파 수장이었다. 그런데도 대통령 후보로 선출돼 당선됐고, 하나회 청산 등 굵직한 개혁을 단행했다. 그 비결은?
▲YS가 민주화 투쟁 시절부터 국민적 지지를 받았던 덕분이다. 그래서 소수 계파 수장이었다고 하더라도, 국민적 정통성·정당성·명분을 이미 확보하고 있었고, 당시 민주자유당 내 민정계·공화계 등 권위주의 세력과 차별화될 수 있었다. 국민적 뒷받침 속에서 강력한 개혁을 추진하는 게 시대정신이었다. 이것이 YS의 의지와 딱 맞아떨어졌던 것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을 지지했던 것과 달리 이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이유는?
▲YS·DJ 간 단일화가 실패해서 1987년 대선에서 패배했다. 두 분이 1992년에 다시 대결하면서부터 완전히 다른 길을 가게 됐다. 민주화를 열망했던 많은 국민으로서는 민주화 세력이 힘을 합쳐 정권을 창출한 후 그 흐름을 이어가리라는 기대감이 있었던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대선에 출마한 후 제게 당시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시 한번 힘을 합해 보자고 제안했다. 지난 2017년에는 제게 직접적인 참여도 부탁했다. 저로서는 YS의 위치를 확실하게 민주 세력에 소개해 상당한 평가를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었다.
문 전 대통령은 꼭 이행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행하지는 않았다. 민주당 중심 정치만 했을 뿐, YS 관련 약속은 지키지 않았다. 그래서 제가 바로 민주당을 탈당했던 것이다.
이 대통령은 윤 전 대통령이 아니었으면 대통령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의 불법 비상계엄이 아니었다면, 지금 청와대에 있는 게 아니라 옥고를 치르고 있지 않겠나. 그래서 말도 안 되는 공소 취소 특검을 통해 그걸 지우려고 하고 있는데 쉽지 않을 것이다. 절대로 그렇게 되지 않을 거다.
벤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전쟁 중에는 재판을 안 받는다. 그런데 전쟁이 끝났으니 다시 재판을 받아야 한다. 이 대통령도 당연히 그런 절차를 밟아야 한다. 제가 이 대통령을 다르게 생각하는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다.
-군부독재 당시 YS의 단식은 정치인 단식 상징이 됐다. 어느 순간부터는 정치인이 여론의 주목을 받으려고 단식을 한다. 어떤 차이가 있다고 보는가?
▲당연히 엄청난 차이가 있다. 당시 아버님은 진짜 목숨을 걸고 단식하셨다. 무엇보다 언론이 강력하게 통제돼있었다. 그래서 한 줄도 보도할 수 있던 시절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목숨을 건 단식을 시작하셨고, 외신을 통해서만 보도됐다. 그때는 아버님께서 죽음을 각오하시고 23일이나 물과 소금만 드시면서 단식하신 것이다.
가족 입장에서 볼 때는 정말 심각했다. 하지만 정권에 대항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그것밖에 없었다. 그에 비하면, 요즘 정치인의 단식은 웰빙·건강 단식이라고 할 수 있는데 사실 단식이라고 표현하기도 민망하다. 그러니 국민이 그걸 어떻게 바라보시겠는가? 하나의 세리머니에 불과하니, 파급력이 전혀 없는 것이다.
-앞으로 대한민국 정치 발전을 위해 맡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저는 2012년에 현장 정치를 마무리했으니, 정계 은퇴를 한 것과 마찬가지다. 그 이후 아버님은 2015년에 돌아가셨고, 재단이 만들어지면서 제가 기념 사업을 맡았다. 그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저밖에 없다는 생각을 해서 맡은 것이다. 앞으로도 해야 하는 일이다.
몇 년 후면 70세가 된다. 15~20년 정도 일 할 수 있다면, 몇 가지가 있을 것이다. 아버님께서 해오셨던 민주화·문민정부에서의 훌륭한 개혁 등을 많이 알려야 할 것이다. 그리고 민주주의가 너무 많이 망가진 지금 민주주의에 대한 교육을 해야 한다.
단순히 정치 학교를 만드는 것은 별다른 의미가 없는 것 같다. 미래 세대에게 제대로 된 민주주의 교육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관련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또 국민의힘 김용태·김재섭 의원과 그외 상당히 능력이 있는데도 수도권에서 전사한 청년 정치인들을 약 30명 정도 모아서 1주에 한번씩 등산도 가면서 교류한다.
이들이 제도권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후견인 역할을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 일을 하고 있다.
일본의 마쓰시타 정경숙이 우리나라에서도 세워질 수 있도록 선구적인 역할을 하고 싶은 것이다. 제대로 정치를 배워 정치권에 진출하는 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재단에서 그런 곳을 한번 만들어봤으면 좋겠단 포부가 있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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