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김유미 기자 = “극단적으로 보면 노동 가치가 사실 0이 될 수도 있다.” 김대식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가 말했다. 유튜브 채널 ‘아만보! 아는 만큼 보인다’에서다. 이미 대다수 회사에서 과거에 신입사원이 하던 일을 지금은 인공지능(AI)이 대신 하게 한다.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서는 40대 이상 경력직만을 선호하는 기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당장 경력직이 모두 은퇴하면 어쩌나 싶은데, 그 경력직 업무도 조만간 AI가 해내리란 전망이 우세하다.
스페이스X가 사상 최대 규모로 기업공개(IPO)를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여기에 따라붙은 것은 스페이스X가 속한 항공우주 업계보다는, 마찬가지로 IPO를 앞둔 몇몇 인공지능(AI) 기업에 초점을 맞춘 전망이었다. 스페이스X에 이어 챗GPT 개발사 오픈AI와 클로드 개발사 앤스로픽이 올해 하반기에 IPO를 하게 되면, 세 기업 규모는 약 3조6000억달러(약 550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기대가 지배적이다.
AI 기업
잇단 IPO
이처럼 AI가 초고속 성장을 거듭하는 이유는 AI를 활용하는 분야가 갈수록 넓어진다는 데 있다. AI를 ‘네이버 검색’ 대신 쓰던 시기는 지났다. 이제는 영상을 제작하고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것으로까지 확대됐다.
불과 십수년 전만 해도 AI가 블루칼라 일자리를 빼앗을 것으로 예상하는 이들이 많았다. 지금은 오히려 인공 일반지능(범용 인공지능‧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AGI) 개발이 가속화되면 화이트칼라 직업군이 사라질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AGI는 특정 조건에만 적용할 수 있는 AI와 달리 모든 상황에 적용할 수 있다. 또, 한번도 해 보지 않은 일을 배워서(학습) 해낼 수 있다. 기후 변화 해결, 우주 개척 등 난제를 수일 만에 계산하는 것도 가능하다.
AGI 개발에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면, 에이전트 AI는 빠르게 우리 일상으로 스며들고 있다. 당장 야구장에 가려고 한다고 치자.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생성형 AI는 야구 일정과 티켓 가격 등 정보를 파악해 알려준다. 에이전트 AI는 야구 티켓을 알아서 예매해 준다. 여기에 피지컬 AI(로봇 등)까지 늘어나게 되면 인간이 설 자리는 없어 보인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스로픽 CEO는 지난해 한 매체 인터뷰를 통해 “AI가 향후 1~5년 내 모든 초급 화이트칼라 일자리 절반을 없애고 실업률을 10~2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기업이 실제 사무직 신규 채용을 축소하고, 그 빈자리를 AI가 채우게끔 하고 있다.
당장 기자라는 직업을 가진 이들부터 설 자리를 단단히 고정하기가 어렵다. 지난 8일부터 TV조선 아침 뉴스 <뉴스 퍼레이드>에서 AI 리포터가 뉴스를 브리핑해 주기 시작했다. <조선일보>는 “사람 외형과 목소리만 흉내 내 주어진 대본을 읽기만 하던 기존 가상 인간 앵커를 넘어, 아이템 선정부터 대본 작성까지 직접 수행하는 ‘진짜 AI 리포터’의 등장은 국내 주요 언론사 중 최초의 시도”라고 밝혔다.
AI 활용을 둘러싼 논쟁은 예술 분야로도 이어진다. 예술이야말로 인간만이 창조할 수 있는 특유한 성역으로 오래도록 인정받아왔다는 점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이 탄탄한 신뢰에도 AI가 등장하면서 의문부호가 붙었다.
“AI로 노동 가치가 0에 수렴할 것”
앞으로 인간은 무엇으로 먹고사나
올가 토카르추크는 2018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폴란드 작가다. 그는 글쓰기 조사 과정에서 유료 AI 챗봇을 활용한다고 밝혀 창작 윤리 문제를 일찍이 대중 앞에 쏘아 올렸다.
그러고 6년이 지난 지금. 그가 신작 소설에 AI를 사용했다는 의혹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확산했다. 토카르추크는 성명을 내고 “2026년 가을 출간할 예정인 내 책을 쓰는 데 AI를 사용하거나 타인과 함께하지 않았다”며 “사실을 더 빠르게 기록하고 확인할 수 있는 도구로 AI를 활용할 뿐”이라고 밝혔다.
2024년에는 일본 작가 쿠단 리에가 공식 기자회견에서 저서 <도쿄도 동정탑>을 작성하면서 챗GPT가 생성한 문장을 그대로 인용했다고 밝혔다. 전체 소설 중 약 5% 분량이었다. 이 소설로 리에가 아쿠타가와상을 받으면서 문단이 크게 흔들렸다. AI를 활용한 창작물이 상을 받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는 수상 직후 “다른 수상 후보들에게 실례가 아닌가”라는 메시지를 익명으로부터 받기도 했다고.
우리나라는 작가가 AI를 활용해 정보를 수집하는 데 있어서는 비교적 관대하다. 많은 이들이 이미 AI를 다방면으로 활용하고 있어서다. 마음만 먹으면 당장에라도 ‘AI 활용 웹툰·웹소설 작가 양성 아카데미’ ‘기자들을 위한 AI 교육’ 등 강좌를 찾아 들어볼 수 있다.
올해 초 신작 <할배>를 출간한 소설가 황석영은 “챗GPT를 조수로 활용했다”며 “600년 된 팽나무, 시대 배경, 구성 방법 등 대여섯가지 요소를 입력해 놓고 AI와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AI 활용에 더 적극적인 작가도 있다. 한국일보문학상, 문지문학상, 김현문학패 등을 받은 시인이자 소설가인 김태용이 이달 <멜롱도>를 출간했다. 구글이 개발한 AI인 ‘제미나이(Gemini) 3.0 프로’ 모델도 저자 이름에 함께 올렸다.
예술 작품
AI로 집필
김태용은 10년간 써왔던 시 31편을 제미나이와 함께 수정하고 재창작하는 작업 과정을 책에 담았다. “나는 이제 너를 멜롱도라고 부를 거야. 시적 자아이자 시적 대상이자, 이름 없는 이름이야. 너는 이제 멜롱도야.” 작가가 먼저 말하면, 시에 길든 AI가 대답한다.
“나는 이제 멜롱도야. 네가 잠든 사이 알 수 없는 음악을 들려주던, 같이 비틀거리고 일어서며 보색의 시를 뱉어내는 멜롱도.”
이토록 시적인 AI가 쓴 글과 인간이 지은 글은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김태용은 <일요시사>를 통해 “인공지능과 문학 창작 분야에서 가장 문제시되는 것이 창작의 주체와 저작권에 대한 윤리다. 인공지능 문학작품의 범위에 대해 명문화할 수는 없지만, 현 시점에서 우선시할 것은 인공지능 사용 모델과 사용 방법이 어떤 식으로든 표기되고 설명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제 작업처럼 이제 문학은 완성된 하나의 작품뿐만 아니라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으로서의 ‘개념 문학(미술 용어로서의 개념 미술과 유사)’에 대한 새로운 정의와 논의, 비평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AI 시대를 살아가는 예술가는 어떤 고민을 염두에 둬야 할까. 그는 “현재 예술은 ‘인간 단독 창작 예술’과 ‘인간+AI 예술’로 구분될 것이다. 서로 작업 방식에 대한 거부와 적대시를 버리고 함께 공조해 나갈 방향을 찾아야 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우려하는 것은 근미래에 ‘AI 단독 창작 예술’도 나올 것 같다”는 점이라며 “이 부분에 대해 나름 준비를 해야 한다”고 전했다.
인간만이 갖는 고유한 능력이라고 여겼던 예술마저 AI에 자리를 나눠주고 있다. 지금 상황을 고려하면, 이 흐름은 거스를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 인간은 이제 앞으로 무엇으로 먹고살아야 하나. 또 무엇을 고유 능력으로 삼아 인간이 갖는 가치를 증명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꼭 맞는 답을 찾기까지 주어진 시간은 길어야 10~20년. AGI가 등장해 인간이 지금껏 차지했던 모든 일자리를 빼앗기 전까지다.
AI 단독
창작 예술?
인류 미래와 AI를 주제로 챗GPT, 제미나이를 인터뷰해 답변을 얻었다. 가능한 한 4줄 이상을 넘어가지 않을 것, 근거 자료를 꼭 제시할 것을 미리 요청했다.
-에이전시 AI는 언제쯤 상용화될까?
▲챗GPT: (주요 AI 기업 연구와 제품화, OECD 성명 등을 토대로) 에이전시 AI는 이미 일부 형태로 상용화가 시작됐다고 본다. 다만 사람처럼 복잡한 업무를 완전히 자율적으로 처리하는 수준이 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향후 3~10년 안에 일정 범위의 사무·분석 업무에서는 꽤 널리 쓰일 가능성이 크다. 기술보다도 안전성과 책임 문제를 해결하는 게 더 큰 과제라고 생각한다.
▲제미나이: 사실상 AI 에이전트 상용화는 이미 시작됐고, 올해가 대중화의 분수령이 될 것 같다. 기존 단순한 챗봇을 넘어 쇼핑 결제나 업무 프로세스를 스스로 처리하는 기술들이 지금 본격적으로 시장에 깔리고 있어서다. 완전한 자율형 에이전트는 보안이나 신뢰성 문제 때문에 영역별로 순차적으로 스며들듯 상용화될 전망이다(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의 ‘2026년 10대 전략 기술 트렌드’ 보고서 및 KT 나스미디어의 ‘2026 디지털 미디어&마케팅 전망’ 자료는, 2026년까지 애플리케이션의 40%에 AI 에이전트가 통합되며 국내외 빅 테크 기업 에이전트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분석했다).
-AGI 상용화 시점은 언제쯤일까?
▲챗GPT: (AI 기업 주요 연구 등을 참고해) AGI 상용화 시점을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다. 다만 업계에는 빠르면 2030년대 초반, 늦으면 수십년 이상 걸릴 수 있다는 의견이 공존한다. 현재 AI 발전 속도는 빠르지만, 인간 수준의 범용 추론과 판단 능력에는 아직 큰 격차가 있다. 그래서 “언제 나온다”보다는 “아직 불확실하다”가 가장 정확한 답이라고 생각한다.
▲제미나이: (글로벌 AI 리서치 커뮤니티 ‘메타큘러스’의 2026년 예측 데이터, 글로벌 빅 테크 수장들의 최근 인터뷰를 참고해) 에이전시 AI보다 훨씬 복잡한 AGI는 빠르면 2027년에서 2030년 사이에 처음 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건 연구실 수준의 개발 이야기고, 우리 일상이나 산업 전반에 안전하게 상용화되는 건 2030년대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다.
AI 활용했다면 과연 예술 작품일까
“존재 이유와 행복…가치관 대전환 필요”
법적·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데 시간이 꽤 걸리기 때문이다. 에이전트 AI가 먼저 우리 삶을 바꾸고, 그 데이터에 신뢰가 쌓인 뒤에야 AGI 상용화 단계로 넘어갈 수 있을 것 같다.
-AI가 계속 사람을 대체해 나간다면,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로는 무엇이 남을까?
▲챗GPT: (유네스코 성명, 세계경제포럼 미래 일자리 보고서 등을 참고해) 타인과 신뢰를 쌓고, 책임을 지고, 가치 판단을 내리는 일은 여전히 인간의 역할이 중요하다. 예술도 단순히 작품을 만드는 것을 넘어, 왜 만들었는지와 어떤 경험을 담았는지가 중요하다고 본다. AI가 능력을 넓혀도 인간의 경험과 관계 자체를 대신하기는 어렵다.
▲제미나이: (철학자 한병철의 저서, 2026년 세계경제포럼 미래 일자리 보고서를 참고해) 결국 ‘가치의 부여’와 ‘진정성 있는 관계 형성’은 온전히 인간의 영역으로 남을 것 같다. AI가 완벽한 그림을 그릴 순 있지만, 그 작품에 개인의 고뇌와 삶의 서사를 담아 관객과 교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 돌봄이나 상담처럼 타인의 감정을 온몸으로 공감하고 연대하는 일은 기계가 흉내 낼 수 없는 인간만의 고유한 영역이다. 기계가 효율성을 극대화할수록, 역설적으로 인간의 서툶, 무작위성, 진심이 담긴 아날로그적 가치가 더욱 귀해질 것이다.
-더 이상 노동하지 않게 되면, 인간은 어떻게 생산하고 소비하게 될까?
▲챗GPT: (존 메이너드 케인스 이론, 세계경제포럼·OECD 연구 등을 참고해) 만약 AI가 대부분의 노동을 대신하게 된다면, 인간은 노동보다 창작·연구·돌봄 같은 활동에 더 많은 시간을 쓰게 될 수 있다. 다만 소비를 유지하려면 기본소득 등 새로운 소득 분배 방식이 필요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생산된 부를 어떻게 나눌 것인가에 있다. 그래서 미래 사회의 핵심 과제는 AI 개발보다도 경제 시스템의 변화일 수 있다.
▲제미나이: (경제학자 제러미 리프킨의 저서 <한계비용 제로 사회>와 2026년 다보스 포럼(WEF) ‘포스트 노동 사회의 경제 구조’ 세션을 참고해) 노동이 사라진 시대에는 돈을 벌기 위한 생산이 아니라, 자기 표현과 자아 실현을 위한 ‘창작 행위’ 자체가 새로운 생산이 될 것이다.
기본소득 같은 제도로 생계가 보장된다면, 소비 역시 생존을 위한 소비에서 ‘경험과 가치, 사회적 연대’를 사는 소비로 바뀔 것이다. 물질 제품은 AI가 초저가로 찍어내니 흔해지고, 인간이 직접 만든 한정판이나 ‘인간의 시간’이 들어간 서비스가 최고급 소비재가 될 것이다. 결국 인간은 생계형 노동자 위치에서 벗어나, 자신의 관심사를 공유하고 즐기는 ‘유희적 창조자이자 경험의 소비자’로 살아갈 확률이 높다.
-앞으로 다가올 노동 없는 시대를, 인간은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챗GPT: (세계경제포럼 등을 참고해) 특정 직업 기술보다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질 것 같다. 평생 학습을 통해 새 역할을 찾고, 인간 관계·창의성·판단력 같은 역량을 키워야 한다. 동시에 사회는 소득 분배와 복지 제도를 새롭게 설계할 준비를 해야 한다.
공감하고
연대하는
▲제미나이: (유발 하라리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2026년 UN 미래보고서 ‘AI 시대의 사회안전망’ 세션을 참고해) 개인은 기계가 가질 수 없는 자신만의 ‘고유한 취향과 인간적 공감 능력’을 기르는 데 집중해야 한다. 사회적으로는 노동 없이도 인간의 존엄성과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기본소득이나 로봇세 같은 ‘새로운 분배 시스템’을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 결국 직업이 곧 신분이었던 과거의 틀을 깨고, ‘일하지 않는 삶’에서도 스스로 존재 이유와 행복을 찾는 가치관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younm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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